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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주주제안' 늘었지만…결과는 완패

등록 2023.03.29 1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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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제안 안건 125개…KT&G 분기배당 등 5개 가결

주총 '주주제안' 늘었지만…결과는 완패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의 반란 속 전운이 감돌았던 3월 주주총회가 회사와 이사회 측 완승으로 결론 나고 있다. 주주가 제안하는 주총 안건이 급증하며 올해 치열한 표대결이 관측됐지만, 주주 안건 대부분이 부결됐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1일 이후 주주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린 상장사는 28일 기준 35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26개에서 36개로 35% 증가했다.

주주제안 안건은 총 125개로, 작년 71개에 비해 76% 급증했다.

특히 올해는 지분율은 낮지만 활발한 주주 활동을 통해 의결권을 확보하는 소액주주 연합이나 행동주의 펀드들이 전면에 나선 것이 특징적이었다. 또 배당이나 자사주 취득·소각 등 주주환원 안건이 눈에 띄게 늘었다. 통상 주주제안 안건은 경영권 분쟁이 있는 회사들에서 자주 나타났으며, 안건도 이사·감사를 자기 측 사람으로 선임해 회사 경영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높아진 주주 목소리가 실제 돌풍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주주 제안 안건 대부분이 사실상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달 28일까지 20개 상장사에 71개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됐으나 이 중 가결된 건은 2개 상장사의 5건뿐이다.

28일 열린 KT&G 주총에서는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과 플래시라이트파트너스(FCP, Agnes 등)가 제안한 11건 안건 중 2개(분기배당 신설의 건과 그 부칙)만이 가결됐다. 그외 배당, 자사주 취득 및 소각, 이사 선임의 건 등은 모두 부결됐다. 같은 날 열린 명성티엔에스 주총에서는 임현창·이규호 사내이사 선임의 건과 최순원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 3개 안건이 가결됐다.

하이록코리아(쿼드자산운용)와 BYC(트러스트자산운용)도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인 주주 활동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결국 제안 안건 모두 부결됐다. 다만 쿼드자산운용이 반대해 온 이사회 측 추천 상근 감사 후보는 원안대로 선임이 확정됐지만 취임을 포기해 쿼드가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단 평가도 나온다.

한국철강, 광주신세계, 사조산업, 한국알콜, KISCO홀딩스 주총에는 소액주주 연대가 제안한 주총 안건이 올라 화제를 모았으나 모두 부결로 끝이 났다.

이날부터 31일까지 열리는 15개 상장사들의 주총에서도 주주 제안 안건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날 진행 중인 DB하이텍 주총에서는 소액주주들이 반대하는 물적분할 안건이 결국 통과돼, 역시 이사회 측 완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 활동 중인 JB금융지주와 태광산업, 액면분할과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받은 농심홀딩스와 남양유업, 케이티스카이라이프 등도 표대결을 앞두고 있다.

남은 주총들의 결과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농심홀딩스의 경우 신동원 회장 측 지분율이 67%에 달해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JB금융지주에 제안한 안건에 대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반대를, 한국ESG연구소와 한국ESG기준원(KCGS)이 일부 찬성을 권고했다.

다만 실제 채택률이 낮다 해서 주주 행동주의 바람이 영향력이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분율이 낮은 소액주주나 행동주의 펀드가 대주주를 상대로 전통적인 주총 표대결로 이기긴 아직 쉽지 않고, 실제로 영향력이 커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렇다 해도 이번 주주 행동주의 움직임으로 기업들이 주주들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이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등 변화가 없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모든 주주 제안이 의미있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일부 안건들에 대해선 기관들도 이해 득실을 계산하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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