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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어떤 종목…역대 최대 규모[SG發 주가조작 파문①]

등록 2023.04.29 09:00:00수정 2023.04.29 0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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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부터 천천히 광범위하게 이뤄져

자금 兆단위 웃돌아…CFD 활용 규모 키워

서울 여의도 증권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이번 SG증권발(發) 폭락 사태를 놓고 도대체 누가 언제부터 어떤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한 것인지 다양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부분은 주가조작 세력이 다단계 식으로 모집한 투자금을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활용해 3년여에 걸쳐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이들은 과거 주가조작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아주 긴 시간 동안 광범위하게 주가를 끌어올렸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가조작의 핵심으로 지목된 H사는 미등록 투자자문업체로 알려졌다. 이들은 3년여 전부터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아주 긴 시간 동안 불특정한 종목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투자자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주식 계좌를 만들고, 해당 계좌로 주식을 사고팔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통정거래 수법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정거래란 매수자와 매도자가 사전에 가격과 매매 시간을 정해 놓고 주식을 거래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주가조작이 3년 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과거와 전혀 다른 형태로 주가조작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쩐주(돈줄)의 시세 조종을 중심으로 '치고 빠지기' 식이던 과거 주가조작 세력과 달리 이들은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지는 종목을 조용히 사고 팔아 주가를 끌어올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주가조작이 개시된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주가조작 세력들은 특히 CFD(차액결제거래) 계좌를 활용해 자금 규모를 키웠다. CFD는 증거금을 내고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매매해 차익은 투자자에게 주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파생금융상품이다. 40%의 증거금 만으로 최대 2.5배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할 수 있다. 가령 시드머니 40억원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 100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과거 주가조작 세력들은 경영권이 불안한 기업이나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기업 등을 대상으로 호재성 재료를 붙이는 방식으로 주가를 띄우곤 했다. 하지만 이들이 타깃으로 삼은 종목들은 그 반대였다.

현재 주가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다올투자증권, 다우데이타, 대성홀딩스, 삼천리, 서울가스, 선광, 세방, 하림지주 등 8개 종목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종목은 3년 간 주가가 오르는 과정에서 '소형 가치주'로 입소문 나기도 했다.

다만 공통점은 모두 유통주식 비율이 50% 미만으로 적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유통주식수가 적을 수록 거래량이 적어 적은 호가로도 시세가 쉽게 움직여 통정매매가 용이하다.

이들 종목은 또 신용융자를 통한 거래가 용이했다는 공통 분모를 갖는다. 대부분이 위탁증거금률이 30~40% 수준으로 신용거래융자를 통한 추가 투자가 손 쉬웠고, 주식담보대출도 가능했다.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해 자금 규모를 계속해서 키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주가 폭락이 시작되기 직전 12조원을 웃돌았던 8개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은 나흘 만에 4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약 8조2000억원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조작 세력들의 정확한 투자 규모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3년 전부터 꾸준히 주식을 매집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투자 규모는 조단위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SG증권발 폭락사태는 또다른 후폭풍을 남기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 간 급락세를 맞았던 이들 종목은 전날 일제히 급등세를 나타냈다. 해당 종목들이 연이어 하한가를 맞자 저점을 노린 투기성 매수세가 급격히 유입되며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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