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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인터뷰]마동석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재밌으니까"

등록 2023.05.26 0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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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3'로 돌아온 배우 마동석

연기·각색·제작 등 1인 다역 새 이정표

"세 번째 영화 전작보다 복싱 액션 강화"

"관객에게 카타르시스 주는 게 중요해"

"언제나 새로운 액션 위해 고민 또 고민"

"관객 납득시킬 수 있는 코미디로 웃음"

"범죄도시 할리우드 판도 제작 준비 중"

"실패해도 계속 도전해야 성과도 나와"

[집중 인터뷰]마동석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재밌으니까"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마동석(52)은 액션 연기에 관한 얘기가 나올 때면 말로 설명하는 법이 없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복싱 자세를 잡아가며 어떻게 액션 장면을 만들어갔는지 설명했다. 천천히 주먹을 휘둘러 보이기도 하고, 어떤 부위를 어떻게 가격하면 어떤 자세가 나오는지 얘기하기도 했다. 액션 관련 답변을 할 때면 그는 매번 "이건 설명하면 길어지니까, 짧게 말씀드릴게요"라고 말해놓고는 액션 신(scene)에 관해 꽤 오래 얘기하곤 했다. 액션에 관련된 얘기만으로도 인터뷰 시간을 모두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동석은 정말이지 액션에 진심이었다.

이런 마동석이 만든 액션 시리즈 '범죄도시'가 세 번째 영화로 관객을 다시 찾는다. 2017년 첫 번째 영화가 688만명, 지난해 두 번째 작품이 1260만명이 본 '범죄도시' 시리즈는 아마 역대 한국영화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시리즈이다. 그리고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 시리즈 이후 유일하게 3편 이상 만들어진 영화 시리즈이기도 하다. 마동석은 앞서 '범죄도시' 시리즈를 8편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아마 이 영화는 국내에서만큼은 유일무이한 작품이 될 것이다.

인상적인 건 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마동석이 진두지휘한다는 점이다. 그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연출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에 직접 참여하며 이 기획을 차근차근 완성해가고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 자체가 국내에서 시도된 적 없는 프로젝트이고, 이 계획 안에서 마동석이 하는 일 역시 다른 어떤 배우도 시도한 적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는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며, 할리우드 제작사와 협업을 준비 중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감당하지 못 할 일을 다 해내면서도 그는 "재밌어서 하는 일"이라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액션 연기에 관해 설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마동석이 정말 그 일을 재밌어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범죄도시3' 공개를 앞두고 마동석을 만났다. 그는 언제까지 액션 연기를 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앞으로 10년 정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것보다 더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며 앞서 했던 말을 곧바로 정정했다. 배우이자 제작자로서 이미 할리우드와 협업을 확정한 그는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집중 인터뷰]마동석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재밌으니까"


-개봉 앞두고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한국영화가 매우 힘든 상황에서 등판하는 구원투수로 여겨지고, 전작이 1000만 관객을 달성해 흥행에 대한 압박감도 있을 것 같다.

"극장에 사람이 너무 안 와서 마음이 아프다. '범죄도시3'가 미약하게나마 힘이 되면 좋겠다. '범죄도시2'는 우리가 충격을 먹을 정도로 잘 됐다. 그때가 팬데믹 기간이어서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했다. 이번 영화에 기대하는 관객수는 없다. 이번에도 역시 손익분기점인 180만명을 넘기면 정말 고마울 것 같다."

-1000만 영화의 후속작 치고는 너무 소박한 목표 아닌가.

"아직 손익분기점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는데, 180만명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다.(웃음) 일단 손익분기점 넘기면 한숨 쉴 수 있을 거다. 그리고나서 또 한 번 가보는 거다."

-'범죄도시3'가 전작들과 다른 점은 뭔가.

"일단 내가 지루한 걸 못 참고 못 본다. 사실 1·2편에서 형사들과 케미가 정말 좋았다. 최기화 배우와 티키타카 얼마나 좋았나. 하지만 그걸 또 하면 안 된다고 봤다. 금천경찰서가 또 나오면 안 된다고 봤다. 그래서 호흡 맞추는 형사들 다 바꾸고, 배경도 서울광역수사대로 바꿨다. 빌런도 둘이다. 메인 빌런 한 명에 복병과도 같은 또 다른 빌런. 이런 식으로 많이 바꾸려고 했다. 똑같이 하는 건 나도 흥미를 못 느낀다."

-이미 촬영을 모두 마친 4편 역시 3편과 달라지나.

"4편은 나와 무술감독으로 오래 호흡을 맞춘 허명행 감독이 연출한다. 4편은 3편과 또 분위기가 다르다. 톤도 다르고, 감정선도 다르다. 5~8편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건, 어떤 스토리, 어떤 식으로 빌드업 할지 모르지만 다 다르게 만들어가려고 한다. 의외의 배우가 나올 수 있고, 의외의 빌런이 나올 수도 있고, 이야기가 생각하지 못 한 방향으로 펼쳐질 수도 있다. 물론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다 보면 어떤 작품은 잘 안 될 수도 있고, 어떤 작품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또 좋은 평가를 받지 못 할 수도 있다. 그래도 계속 다른 스타일로 해나가려고 한다."

-빌런 얘기가 나왔으니까, 그 얘기를 잠깐 해보고 싶다. 전작 두 편에선 빌런이 한 명이었다. 이번엔 두 명이다. 물론 빌런 두 명이 나와서 영화를 다채롭게 할 순 있지만, 빌런의 강력함이 분산될 수도 있다.

"당연히 고민했다. 셀 수 없이 회의를 하면서 빌런을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 했다. 그렇게 반복해서 회의를 하다가 반대로 생각해봤다. 1·2편과 마찬가지로 빌런이 또 한 명이면 뭐가 좋을까. 전작과 똑같아지는 것 아닌가. 빌런이 2명이라서 시선이 분산될 걸 우려해 도전하지 않으면 8편까지 이어갈 수 없을 거라고 봤다. 8편까지 비슷한 빌런을 반복해서 등장시킬 수는 없지 않나.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앞으로 영화에선 빌런 무리가 나올 수도 있고, 여성 빌런이 나올 수도 있고, 외국인 빌런이 나올 수도 있다. 실패해도 도전할 거다."
[집중 인터뷰]마동석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재밌으니까"


-그렇다면 '범죄도시' 시리즈의 핵심인 액션은 어떻게 달라졌나.

"복싱 기술을 더 디테일하게 보여줬다. 물론 전작에서도 복싱을 썼다. 사람들이 눈치 못 챘을 뿐이다.(웃음) 그냥 주먹으로 싸우는 줄 안다. 어쨌든 이번엔 복싱 액션을 더 많이 넣었다. 사실 복싱 액션이 쉽지가 않다. 복싱 기술 중에 액션에 쓸 수 있으면 정말 좋은 기술이 있는데 진짜로 떄리지 않으면 구현이 안 되는 기술이 있다. 또 실제보다 타격감이 잘 살지 않는 기술도 있다. 그런 걸 다 제외하고 나머지 기술 중에서 멋지고 효과적인 액션 장면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복싱에 대한 감을 잃지 않으려고 계속 스파링 하면서 훈련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복싱 액션을 계속 진화시킬 거다. 아마 앞으로 나올 작품에선 다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던 복싱 액션을 만날 수 있을 거다."

-이번 작품에서 어떤 액션 장면이 가장 힘들었나.

"다 힘들었다.(웃음) 빌런이 둘이라 할 게 너무 많았다."

-'범죄도시3' 액션을 보면, 전작보다 효과음과 타격감에 더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더라.

"맞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다. '범죄도시' 시리즈 액션 장면은 내가 직접 편집한다. 연기를 한 뒤에 현장에서 곧바로 편집을 한다. 내가 한 액션은 내가 잘 안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한 액션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을 내가 가장 잘 안다는 것이다. 복싱 기술에는 디테일한 게 많다. 만약에 촬영된 것만 보고 편집을 하면 효과음 타이밍이 안 맞을 수도 있고, 실제로 타격한 횟수보다 효과음이 더 적게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면 관객이 느끼는 타격감이 떨어지게 된다."

-'범죄도시' 시리즈에 온몸을 던진다는 느낌이 든다. 왜 그렇게까지 하나.

"영혼을 갈아 넣고 있다.(웃음) 내 인생을 많이 갈아 넣고 있달까. 재밌으니까 하는 거다. 언젠가 정찬성 선수와 김동현 선수한테 왜 그렇게 험한 운동을 계속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부상을 달고 살면서 말이다. 그냥 좋아서 한다더라. 그게 끝이다. 나도 그렇다. 이게 내 직업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려고 한다."

-액션 연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본 적은 있나.

"글쎄, 앞으로 한 10년이 맥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실베스터 스탤론 형님이 '털사 킹'에서 액션 연기 하는 걸 보니까, 나도 그 정도까지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웃음) 잘 모르겠다."

-액션 얘기를 계속 하다 보니까 4편 액션이 기대된다. 아무래도 무술감독 출신 감독이 연출했으니까 더 강한 게 나올 것 같다.

"그렇기도 한데 허명행 감독은 연출을 할 때는 드라마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액션은 저와 허 감독이 함께 의논해서 만들었다. 일단 4편에서는 김무열 배우가 맡은 캐릭터가 싸움을 어마어마하게 잘한다는 것만 알려드린다."
[집중 인터뷰]마동석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재밌으니까"


-액션과 함께 '범죄도시' 시리즈의 또 다른 한 축은 코미디다. 전작들도 그랬고 이번 3편 역시 웃음 타율이 꽤 높았다. 코미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나.

"일단 웃음은 두 번째라고 본다. 일단 좋은 캐릭터가 있어야 하고 사건을 빌드업 해가면서 액션과 함께 그 이야기에서 관객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이 웃음이다. 코믹한 대사나 상황 같은 건 내가 직접 아이디어를 많이 내기도 하지만 스태프와 오래 의논한 끝에 만들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워낙 회의를 여러 번 하고 수차례 각색을 거치기 때문에 정확히 누구의 아이디어로 웃음이 만들어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물론 평소에 재밌는 걸 좋아하고 개그 욕심이 있는 내 성향이 반영되기도 했다. 애초에 마석도라는 캐릭터를 아무리 위험한 순간이 와도 유머를 잃지 않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 '다이하드'를 보면 브루스 윌리스 형님이 진짜 힘든 순간에도 웃긴 말을 하지 않나. 그런 분위기를 원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보여주는 코미디의 핵심은 뭐라고 생각하나.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다는 거다. 억지로 웃기려는 순간 재미가 없다. 우리가 제일 중점을 두는 건 그 캐릭터가 실제로 할 법한 말과 행동을 하게 하자는 거다. 웃음이라는 건 관객이 납득이 돼야 터지는 거다. 액션도 그렇지만 코미디도 가짜가 되면 안 된다. 액션이든 코미디든 정말 열심히 만들고 있다.(웃음)"

-전작에 최기화 배우나 박지환 배우가 있었다면, 이번 작품엔 김민재 배우와 고규필 배우, 전석호 배우가 큰 웃음을 준다.

"김민재 배우 연기 정말 잘하지 않나. '범죄도시'에서 꼭 같이 해보고 싶었다. 최귀화 배우랑 하던 티키타카를 김민재 배우와 함께했는데, 잘 맞아서 좋았다. 고규필 배우나 전석호 배우는 내 기억에 '범죄도시3'에서 연기한 캐릭터와 유사한 역할은 맞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 함께하자고 했고 두 배우 다 정말 잘해줬다."
[집중 인터뷰]마동석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재밌으니까"


-이제 마동석을 배우라고만 부를 수는 없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전반에 모두 참여하고 있고, 제작자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최근 인스타그램에 할리우드 관계자들과 미팅을 한 뒤에 찍은 사진을 올렸더라. 그런 사진들을 보면 정말 사업가 같기도 하다. 스스로 생각할 때 현재 마동석은 배우에 가까운가, 사업가에 가까운가.

"난 복싱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웃음) 딱 3등분 된 삶을 살고 있다. 배우, 제작자, 복싱.(웃음) 일단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 관해서 얘기하면, 진작에 할리우드 쪽에서 '범죄도시' 미국판을 함께 만들자는 제안을 해왔다. 그런 일 포함해서 영화 관련 여러가지 일을 하러 미국에 다녀왔다. 그때 미팅을 약 50회 정도 했다. '범죄도시' 미국 버전이 만들어지는 건 확정됐고, 어느 제작사와 하는지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그렇다고 제작 일만 하는 건 아니다. 할리우드 쪽만 얘기하면 '이터널스' 시리즈가 2편 더 나와야 하고, '범죄도시' 미국판 외에도 다른 영화도 미국 제작사와 함께 만들 계획이다. 이런 영화들은 미국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만들어서 미국을 통해 전 세계에 배급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연기도 하고 제작도 하고 시나리오 각색도 한다. 연출을 할 생각은 없나.

"없다. 전혀 관심 없다. 이유도 없다.(웃음) 그냥 프로듀싱이 더 재밌다. 좋은 사람들 한 분 한 분 모셔서 협업하고 분업하는 게 재밌지, 연출은 글쎄. 만약에 내가 연출까지 한다면 잠을 잘 시간이 없을 것이다. 내 몫만 하고 싶다. 넘치면 안 된다."

-지금 프랑스에서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있으니까 수상에 대한 욕심도 생기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

"이렇게 솔직히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전혀 관심 없다.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관객이 찾아주는 모습 보는 것, 그런 게 재밌는 것이지 상은 관심 없다. '범죄도시2' 잘 되고 나서 우리끼리 파티도 하고 그랬을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물론 놀라운 일이고 기분 좋은 일이었지만, 나와 이상용 감독은 당시에 매일 시나리오 회의하고 있었다. '범죄도시2'를 선보이고 난 뒤에 한 생각은 '범죄도시3' 작업이었다."

-주로 범죄액션물을 제작해왔다. 다른 장르 영화를 만들 계획은 없나.

"현재 만들어가고 있는 시나리오만 80편 정도 된다. 그 속에는 다양한 작품이 많다. 업계 사람들은 다 알고 있긴 한데, 나는 배우 활동하면서 번 돈을 모두 다 시나리오 개발하는 데 썼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게 '범죄도시' 시리즈이다. 물론 80편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건 아니다. 어떤 시나리오는 조금만 더 다듬어지면 영화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게 있고, 어떤 시나리오는 더 만들어 가야 한다. 하나씩 하고 있다. 물론 이 80편 중에는 망하는 작품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계속 도전해볼 생각이다."

-일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일을 단순히 재미만으로 할 수 있는 건가.

"처음엔 즐거워서 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조금씩 정성이 묻기 시작하고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정성이 들어가면 책임감이 생긴다. 물론 스트레스는 있다. 그래도 이건 좋은 스트레스다."

-마지막 질문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관객이 좋아해주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글쎄, 일단 카타르시스 아닐까. 극한의 상황에서도 놓치지 않는 유머도 좋아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마석도가 가진 한 스푼의 귀여움까지.(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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