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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찰 "허위·장난 신고, 이젠 봐주는 것 없다"

등록 2014.07.21 15:11:15수정 2016.12.28 13: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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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찬수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 여성가족부 건물에서 폭발물 수색작업을 마친 허찬 남대문경찰서장이 취재진에게 수색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서울 여성가족부 건물에 폭발물이 설치된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2014.03.31.  redchacha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찬수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 여성가족부 건물에서 폭발물 수색작업을 마친 허찬 남대문경찰서장이 취재진에게 수색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서울 여성가족부 건물에 폭발물이 설치된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2014.03.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 아내와 사별한 뒤 자식들과도 연락이 끊기면서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이어 오던 이모(66)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112에 전화를 걸어 ‘죽고 싶다’, ‘죽으면 시체를 대학에 기증하겠다’ 등의 발언을 일삼았다.

 특히 자신의 생일을 앞두고서는 하루에만 112에 41차례 전화를 걸어 “약을 먹고 자살하겠다”고 허위 신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이씨는 23일 동안 182차례나 허위 신고를 반복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 5월20일 이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상습적인 허위 신고가 치안인력의 분산으로 인한 치안 공백을 가져오는 중대 범죄라고 경찰은 판단한 것이다.

 # 퇴근길 유동인구가 몰리기 시작하는 평일 오후 6시30분께 112상황실에 “서울 영등포역을 폭파하겠다”는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협박범은 수차례 전화를 걸어 “다이너마이트 3개를 가지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자칫 폭발물 테러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 경찰은 즉시 경력 150명을 현장에 투입하는 한편 군에도 협조를 요청해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군인 50명도 현장에 투입했다.

 이날 오후 7시50분께 검거된 협박범 손모(43)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경찰은 폭발물이 실제로 설치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폭발물 등으로 의심되는 이상 물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장난전화? ‘범죄’ 인식 가져야

 최근 장난삼아 경찰서와 소방서에 전화를 걸었다가 형사 처벌을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 도를 넘는 허위 신고에 경찰이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예전 같으면 계도 차원에서 마무리됐을 허위 신고가 형사 및 경범 처벌을 받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 한 해 경찰청이 집계한 허위 신고는 모두 9887건으로 월 평균 824건 수준이었다. 이중 형사 입건된 경우는 189건으로 1.9%에 그쳤다. 하지만 올 상반기 들어 형사입건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경찰은 올 상반기에 걸려온 허위 신고 전화 971건 중 220건을 형사입건했다. 전체 허위 신고 대비 형사입건 비율이 22.6%에 달했다.

 경찰에 구속된 경우도 지난해에 비해 많아졌다. 지난 한 해 허위 신고로 구속된 사람은 모두 9명.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11명이 구속돼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경찰의 방침은 단호하다. 취기에, 외로움에 재미삼아 한 허위 신고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되는 등 사회적 비용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찰 관계자는 “악습·상습 허위 신고를 단순히 처벌하는 게 목적이라기보다는 처벌을 강화해서라도 경각심을 느끼도록 하려는 조치”라며 “허위 신고가 나와 내 가족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사 입건’만으로는 부족해  

 허위 신고로 형사 입건된 사람들을 상대로 한 경찰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줄을 잇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19로 전화를 걸어 “청와대를 폭파하겠다. 파주에 떨어진 무인기를 우리가 보냈다”고 협박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된 장모(45)씨를 상대로 700여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장씨의 허위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은 모두 41명. 경찰은 이들에 대한 위자료와 함께 순찰차 16대가 출동하면서 발생한 유류비를 장씨에게 물어내라고 청구한 상태다.

 서울 혜화경찰서도 지난해 10월 “종묘공원에 불을 내겠다”고 허위 신고한 김모(44)씨를 상대로 540만원대의 손해배상소송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지난 4월 서울 여성가족부와 전남 광주 동광교회 건물에 폭발물이 설치됐다고 허위 신고한 박모(22)씨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의 이러한 엄정 대응 방침에 법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울 남부지법은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스크린 경륜장 건물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경찰에 허위 신고한 정모(44)씨에게 66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체포 과정 ‘인권침해’ 논란도

 지난해 9월 층간 소음 문제로 112에 피해 신고를 했다가 오히려 허위 신고를 했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혐의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된 임모(44)씨는 ‘경찰관 4명으로부터 부당한 체포를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가 임씨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경찰은  “임씨가 바쁜 금요일 야간 시간을 골라 여러 차례에 걸쳐 허위 신고를 해 정상적인 순찰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하며 임씨를 체포한 것은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상황을 종합해보면 임씨는 지난해 9월6일 오후 10시30분께 층간 소음 문제로 112에 신고를 했고 신고를 받은 경찰관 2명이 현장에 출동해 임씨의 위층에 주의를 당부한 뒤 돌아갔다. 하지만 임씨는 경찰이 다녀간 이후에도 소음이 계속 난다며 112에 7차례 더 신고했고 경찰은 8번째 신고가 들어오자 임씨의 자택에 출동해 임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다.

 인권위는 “경찰관들이 소음 유발지인 위층을 1회 방문해 주의를 당부했을 뿐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씨가 허위신고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설령 층간소음이 없었다고 해도 이를 현행범 체포 사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불필요한 순찰차 출동이 야기되거나 순찰 업무가 방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는 만큼 임씨의 신체의 자유와 안전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현행범 체포를 지시한 경찰관에 대해 주의 조치를, 연행과정에서 수갑을 채워 손과 발목 등에 손상을 입힌 경찰관에게 직무교육을 할 것을 해당 경찰서장에게 권고했다.  

 ◇처벌 강화와 시민의식 바뀌어야

 최근 개정된 경범죄 처벌법은 거짓으로 112에 신고할 경우 부과할 수 있는 벌금을 1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상향했다. 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해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허위·장난 신고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범죄 행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관은 “무조건적인 처벌보다는 허위 신고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문제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홍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시민들의 신고문화가 좀 더 성숙해지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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