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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묻지마' 보험 판매(上)]고객은 '호갱'

등록 2014.10.22 11:17:45수정 2016.12.28 13: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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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장진복 기자 = 한 TV홈쇼핑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4.10.21. (사진 = 홈쇼핑 보험판매 영상 캡쳐)  photo@newsis.com

TV홈쇼핑 보험 판매, 고객 불신· 불만 부추겨 실제 보상 내용, 당초 설명과 다른 경우 많아  일부에서는 "보험사기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선진국은 '불완전 판매' 우려로 취급치 않아

【서울=뉴시스】박주연 장진복 기자 = #1. 박영아(38)씨는 지난해 7월 홈쇼핑 방송을 시청하다가 딸을 위해 '어린이 보험'에 가입했다. 광고에서는 "열나고, 기침감기 코맹맹이 코감기도 언제든지 통원비 2만원을 보상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정작 감기가 들어 보험금을 달라고 요구했더니 '급성기관지염만 해당된다'며 보상을 거절했다.

 #2. 김영수(41)씨는 2009년 3월 TV홈쇼핑을 통해 5년 갱신형 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광고에서는 "갱신할 경우 보험료는 이미 적립된 보험료로 대체 납입하기 때문에 크게 인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3월 갱신 시점이 되자 보험료는 60% 인상됐다. 김씨는 해당 보험회사에 가입당시 광고 내용 및 녹취록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보험회사로부터 "녹취록을 분실했고 약관대로 처리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3. 강태호(40)씨는 2011년 5월 홈쇼핑을 통해 보험에 가입하면서 모집인에게 "어머니가 퇴행성 관절염이 있으며 곧 수술할 예정인데 보험금 지급이 가능한가"라고 문의했다. 보험 모집인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강씨의 어머니는 2013년 무릎관절의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고 의료비를 청구했으나 당초 설명과는 달리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다. 

 지난 2003년 TV홈쇼핑을 이용한 보험판매가 도입된 이후 이른바 '홈슈랑스'에 대한 '불완전판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홈슈랑스는 보험사기나 다름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당초 제품을 팔 때 설명했던 것과 실제 보상 내용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신력을 바탕으로 하는 홈쇼핑 방송 매체의 특성상 소비자들은 대부분 쇼핑 호스트의 설명만 듣고 특별한 의심없이 상품을 구매한다. 

 반면 보험사들은 짧은 방송시간에 매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만을 부각한다. 유의사항이나 제한사항을 아예 무시하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보험은 복잡한 상품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불과 몇 분간의 홈쇼핑 광고를 통해 보험상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2011년~2013년)간 TV홈쇼핑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가 가장 많이 일어난 품목은 보험(65건, 7.0%)으로 나타났다.

 주요 피해 사례는 ▲보험 가입 시 계약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거나 불리한 사실은 누락 ▲보험가입은 쉽게 승인하면서 보험금 지급 요구에 대해서는 가입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부 ▲보험상담만 받아도 사은품을 준다고 했으나 어긴 경우 등이다. 

 TV홈쇼핑 보험판매의 경우 방송을 본 고객들이 전화를 걸어 가입을 문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텔레마케팅(TM)과 거의 같다. 

 이런 특성 때문에 소액단품형 상품이 많은 손해보험사들이 주로 TV홈쇼핑을 판매 채널로 활용한다. 따라서 소비자피해가 가장 많은 보험상품 역시 '질병·상해보험'이다. 질병·상해보험 피해구제는 55건으로 TV홈쇼핑 관련 전체 보험피해의 84.6%를 차지한다. 

 이처럼 소액 보장성 보험위주로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 피해와 직결된다. 또 보험에 가입한 뒤 상당기간이 지난 후에는 불완전판매를 입증하기도 어렵고, 보상처리도 쉽지 않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2년 '보험판매 방송 개선을 통한 소비자 보호방안'을 마련해 규제 강화를 추진했지만, 불완전판매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홈쇼핑 불완전판매율(0.57%)은 보험설계사 채널(0.28%)의 두 배를 넘는다. 

 홈쇼핑사 가운데 GS홈쇼핑(0.11%포인트), 현대홈쇼핑(0.15%포인트), CJO홈쇼핑(0.32%포인트) 등 3개사의 불완전판매율이 전년보다 더 높아졌다.

 홈쇼핑은 보험상품 판매 채널로서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많다. 그래서 선진국의 경우 TV홈쇼핑을 통해 보험을 판매하지 않는다. TV홈쇼핑 보험판매가 가능하지만,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 등의 문제로 실제로는 팔지 않는다.  

 영국의 경우 레드캣츠(Redcats) 홈쇼핑사가 불완전판매로 벌금 29만 파운드를 부과받은 이후 사실상 홈쇼핑 보험판매가 중단됐다. 

 세종대 경영학과의 정재욱 교수는 "TV홈쇼핑을 통해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 상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상품 설명을 듣는다고 얼마나 이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상품 내용을 뜯어보면 사실은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데 이런 불완전판매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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