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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의 크로스로드]'대박'의 조건

등록 2015.03.24 06:00:00수정 2016.12.28 14: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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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재 사진

석유 자원 개발은 장기적 과제 행운은 물론 은근과 끈기 요구 비리를 철저하게 조사하더라도 자원 개발 노력 계속 이뤄져야

【서울=뉴시스】정문재 부국장 겸 경제부장 = 1959년 7월 네덜란드 북동쪽 바다에서 대규모 가스전이 발견됐다. 바로 흐로닝겐(Groningen) 가스전이다. 매장량은 2조8000억 입방 미터로 유럽 최대이자 세계 10위 규모다.

 가스를 많이 빼내는 바람에 인근 해역에는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상황이다. 올해는 생산량을 425억 입방 미터로 제한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국내 수요를 충족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앞으로 45년간은 가스를 계속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될 정도다. 

 흐로닝겐 가스전이 발견되자 세계적인 석유메이저들이 북해(北海)로 몰려들었다. 엄청난 규모의 유전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200개 이상의 탐사용 유정을 뚫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필립스 석유(Phillips Petroleum)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필립스 석유는 일년 내내 돌풍이 몰아치는 북해 노르웨이 구역에서 잇달아 굴착작업을 진행했다. 계속 쓴맛을 보게 되자 마침내 철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철수하기 앞서 한 번만 더 유정을 뚫어보기로 했다. 이미 시추선 사용료를 지급했기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었다.

 필립스 석유는 1969년 10월말 마침내 대박을 터뜨렸다. 마지막으로 뚫어본 유정에서 검은 황금이 치솟았다. 에코피스크(Ekofisk) 유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유전은 북해산 브렌트유의 생산 거점이다. 브렌트유는 서부텍사스원유, 두바이유와 함께 세계 3대 유종이다.

 석유에 '산업'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9세기 중반부터다. 에드윈 드레이크(Edwin Drake) 대령이 1859년 펜실베이니아 타이투스빌에서 유전을 발견했다. 이 지역은 흔히 '오일 리전(Oil Region)'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석유 매장량은 가늠키 힘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석유가 치솟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갈됐다. 석유 개발업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하루 아침에 석유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존 아치볼드(John Archbold)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석유왕 존 D. 록펠러와 함께 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을 설립했다. 그는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서서히 줄어들다가 마침내 고갈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즉시 스탠더드 오일 주식을 헐값에 처분했다.

 아치볼드는 자신의 판단을 확신했다. "오클라호마에서도 석유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그는 "미시시피 서부 지역에서 석유가 나온다면 모조리 마셔버리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아치볼드는 섣부른 판단 때문에 쪽박을 차고 말았다. 오클라호마는 물론 오클라호마 서쪽 텍사스에서도 대규모 유전이 발견됐다.

 석유가 곧 고갈될 것이라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석유 수요는 크게 늘어났다. 1차 세계대전은 인류 최초의 '기계화 전쟁'이다. 대규모로 전투기, 탱크, 트럭 등을 투입했다. 휘발유를 군수품으로 돌리다 보니 미국의 재고는 바닥을 드러냈다. 윌슨 대통령은 "국내든 해외든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궁하면 통한다. 석유가 부족할 때마다 새로운 유전이 개발되고, 신기술이 등장했다. 특히 탄성파 탐사기술(seismic technology)이 개발된 후 유전 개발 능력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이 기술은 음파를 이용해 지층을 분석한 후 석유나 가스 매장 가능성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용 석유자원은 5조 배럴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1조4000억 배럴은 기술적·경제적으로 채굴하는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석유 가격이 높을수록, 탐사 및 채굴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용 석유는 늘어난다.  

 자원 개발에 성공하려면 행운이 따라줘야 한다. 하지만 행운만으로는 부족하다. 은근과 끈기가 있어야 한다. 한 두 차례 유정을 뚫어보고 포기하면 결코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석유가 처음 발견됐을 때부터 그랬다.

 자원 개발 비리 수사가 한창이다. 비리를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수사와는 별개로 자원개발 노력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 해외 자원 개발은 입도 뻥긋할 수 없는 분위기다. 경기가 호전되거나 자원개발 투자가 축소되면 석유 가격은 다시 치솟는다. 그게 역사적 경험이다. 자원 개발은 장기전이다. 비리를 척결하되 자원 개발 노력까지 근절해서는 곤란하다.  

참고문헌 1) 대니얼 예긴 지음. 이경남 옮김. 2013. 2030 에너지전쟁. 사피엔스21. 2) Groningen gas field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3) Ekofisk oil field-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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