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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20대 국회 이것만은 고치자 ④]상대당을 향한 고성·야유·삿대질…배려없는 국회

등록 2016.05.01 08:00:00수정 2016.12.28 16: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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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의 무제한 토론에서 은 의원이 관련없는 발언을 한다며 항의를 하고 있다. 2016.02.24.  mania@newsis.com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의 무제한 토론에서 은 의원이 관련없는 발언을 한다며 항의를 하고 있다. 2016.02.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전혜정 기자 = "그런다고 공천 못받아요!"

 지난 2월, 테러방지법 표결을 막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한창일 때였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9시간 째 이어가던 도중,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은 의원을 향해 삿대질 하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소리쳤다. 김 의원의 거친 발언은 20대 총선 '공천'을 앞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었다. 은 의원은 "이것은 동료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연설과 이를 듣고 있는 여야 의원들의 모습은 흔히 TV를 통해 중계된다. 그러나 그럴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은 상대당 의원이 연설하는 도중 야유를 보내거나 고성을 지르고, 이에 반박하는 옆좌석 의원들과 삿대질을 해가며 목청을 돋우는 광경이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에 이젠 이런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을 정도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물론 대통령 등 특정 유력 정치인을 지목해 상식 이하의 비난을 늘어놓는다면 상대당에서 맞받아치며 방어에 나설 수는 있다. 이 정도도 구분 못하는 우리 국민이 아니다. 하지만 단상에 올라 발언을 할 때면 거의 매번 고함과 야유가 뒤섞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여기엔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면서 여야 의원들 간 몸싸움은 사라지는 대신 상대를 향한 증오와 저주 섞인 '말싸움'이 그 자리를 대신해 더욱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유야 어찌됐던 상대당 의원들도 같이 입법활동을 하는 동료들인데도 동지애는 온데간데 없이 공격성만 발휘한다는 것은 정치의 불행이고 국민적 손해다.

 상대당 의원들을 배려하지 않는 국회의 모습은 총리·장관 등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대정부질문이 열리면 더욱 가관이 된다. 야당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 관계자들의 답변에 대해 불충분하다며 호통을 치기 일쑤다. 이제 질세라 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을 향해 생트집을 잡는 다고 정부 방어용 응수에 나선다.

 지난해 10월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더민주 우원식 의원은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일위안부협상 문제를 놓고 질의하던 중 "총리는 그 자리에 서 있을 자격이 없다"고 호통을 쳤다. 이에 황 총리가 "그럼 들어가겠다"라고 언성을 높였고, 이를 지켜보던 여야 의원들 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면서 낯 뜨거운 장면이 연출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서 양당을 진정시킨 뒤에야 상황은 일단락됐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위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5.10.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위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5.10.27.  [email protected]

 이같은 민망한 상황은 대통령이 국회를 찾을 때 극에 달했다. 지난 2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안보위기에 대한 국회연설에서 여당 의원들은 16차례의 박수를 보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무표정으로 대응했다. 정의당은 시위까지 검토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에도 여당 의원들이 박 대통령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눌 때 야당 의원들은 애써 이를 외면하며 다른 문으로 빠져나가기 바빴다. 또 지난해 대통령의 국회연설 당시에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며 본회의장 내에서 피켓시위를 하면서 연설이 15분 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정의당은 아예 회의장에 불참했다.

 아무리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침이 못마땅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우는 하되, 해당 분야 상임위에서 관련 법안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면 안되는 것일까. 왜 면전에서 야유를 보내거나 굳은 표정으로 외면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결례는 결국 국민에 대한 결례나 다름없는 것인데도 말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오버'하는 것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국민 전체를 보는 게 아니고 자신의 지역 유권자, 자신과 성향이 맞는 집토끼 지지층을 향한 정치에 무게를 두다보니 상대를 향한 무조건적인 반대, 그것도 보다 수위가 높은 야유와 삿대질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과하게 행동하는 국회의원들이 생기면 지지기반이 환호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한국사회에서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기에 이같은 현상이 심화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하루아침에 이같은 수준 낮은 문화를 없애기는 어렵지만 언젠가는 사라지도록 여야 정당과 이를 보는 국민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3당체제가 된 20대 국회에서는 이런 모습이 대폭 줄어들기를 기대해보자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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