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우상호, 4개월 간의 불안한 동거 시작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우상호 의원이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함께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원내대표 선거를 마친 후 취재진을 향해 손을 번쩍 들고 있다. 2016.05.04. [email protected]
이미 징조는 나타났다. 김 대표는 우 원내대표가 선출되자마자 '우 원내대표와 호흡이 잘 맞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호흡이 안 맞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라고 맞받았다. 당직이든 아니든, 우리편이든 상대편이든 간에 선거에서 당선된 인사에게 축하의 덕담이나 호평가를 해주는 건 당연한 예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서로의 역할을 우선적으로 강조했다.
김 대표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우상호 원내대표와 관련해서 별로 의논할 것이 없다.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서 역할을 하면 되고 (나는) 비대위 대표로서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할 일이 따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가끔 가다 협조할 일이 있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한시도 떨어져선 안되는 당내 투톱이다. 그런데 '가끔 가다 협조할 일이 있을 것'이란 김 대표의 말을 뒤집어 보면 각자 마이웨이 행보를 하자는 이야기로 해석돼 주목된다. 특히 김 대표가 우 원내대표를 겨냥해 '서로의 역할이 따로 있다'고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 때문에 김 대표와 우 원내대표간 첨예한 갈등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구나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노·친문 등 범주류 인사들이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김 대표와 범주류간 갈등이 불거졌고 현재까지도 양측의 알력은 이어지고 있다. 주류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과 손혜원 당선자 등은 김 대표를 대놓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 불안한 동거인인 투톱간 첫 신경전은 정책위의장 지명을 놓고 불거질 수 있다. 김 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직후 "정책위의장 인선은 연휴 중에 생각을 하고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우 원내대표는 "인사권에 관한 문제는 당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해 결정하게 돼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 사람은 이념적 스펙트럼이나 그간의 정치 경력도 판이하다. 김 대표가 중도 보수 성향에다 민정-민자-새누리당 등을 거친 구 여권 인사라면, 우 원내대표는 학생 운동권 출신에 열린우리당-새정치연합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와 있다. 태생적으로 합치되기 어려운 이력의 소유자들이다.
이 때문에 향후 김 대표가 경제문제나 남북 문제에서 온건한 노선을 강조할 경우, 우 원내대표가 바로 이를 반박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우 원내대표는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한 바 있다. 더민주의 불안한 4개월이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