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패닉…이정현 우물쭈물, 정진석 침통, 비박계 분통
지난 21일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는 것을 즐겨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걸 믿겠나"라며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얘기"라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런데 불과 나흘만에 박 대통령이 직접 최씨의 연설문 개입 사실을 인정하고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의 '복심', '영원한 대변인'으로 통하는 이정현 대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사과회견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당 차원의 입장 정리에 나섰다. 그러나 이 대표는 회의 뒤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일단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들었으니, 중진의원들의 의견을 다 듣고, 의총을 통해 의원들의 의견까지 들어본 뒤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이 대표는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청와대 참모진 총사퇴', '최순실 특검 도입' 문제 등 쏟아지는 입장 표명 요구에 대응하지 못했다. 하루 전만 하더라도 야당의 이같은 요구를 '정치공세'라고 일축해왔던 태도와는 정반대 반응이다.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연설문이나 기자회견문을 준비할 때 다양한 의견과 반응을 듣고 하는데 그런 것까지 기자들에게 모두 공개하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며 "제가 대정부질문 하나만 하더라도 아주 다양하게 언론인들의 이야기도 듣고, 문학인들의 이야기도 듣고, 완전 일반인들, 상인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또 친구 이야기도 듣고한다"고 강변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고위 직후 침통한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그러면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대통령이 받아들였으니까, 거기에 대해 맞는 후속조치가 있어야한다"며 "국민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것을 불식시킬수 있도록 후속조치가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회견이 기대에 한참 못미친다는 우회적 지적인 셈이다.
비박계는 분통을 터뜨렸다.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선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이, 오후 들어 박 대통령의 입을 통해 '실체'를 드러내면서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는 폭발 직전이다.
정병국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최순실 씨와의 관계를 인정했다"며 "그동안 최순실씨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의혹도 사실일 텐데 그와 관련한 위법적인 모든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답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종구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민심이 떠나는 이런 사태 속에서 대통령이 새누리당에 남아있으면 감당이 되겠나, 어려울 것 같다"며 대통령 탈당을 주장했다.
김용태 의원도 "지금 이 상황은 특검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특검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당연히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본인 스스로 결단하라"고 박 대통령의 자진 탈당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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