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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노년 스토킹범죄 잇달아…"가부장적 사고, 더 참혹한 결과 우려"

등록 2022.12.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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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세 이상 피해 여성이 전체 42.63% 달해

검거된 스토킹 가해자 절반 이상 40대 ↑

"처벌 받지 않은 경험·가부장적 사고 영향"

"중장년, 노년층 대상 상담 시스템 갖춰야"

중장년·노년 스토킹범죄 잇달아…"가부장적 사고, 더 참혹한 결과 우려"


[서울=뉴시스]이소현 기자 = 스토킹 범죄 피해자 중 40대 이상이 절반이나 되지만, 사회적 관심은 젊은 세대에 집중돼 중장년층을 위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토킹 범죄는 중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큰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60대 남성 A씨를 살인미수 및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 19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 버스정류장에서는 50대 여성 B씨의 얼굴에 흉기를 휘둘러 10㎝의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에 앞서 A씨가 B씨의 출근길을 알아보기 위해 두 차례 접근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고, B씨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A씨와 B씨는 단 몇 차례 얼굴을 본 사이였다고 한다.

지난 7일 서울 도봉구에서는 스토킹 범죄로 수사를 받던 7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인 60대 여성을 찾아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남성은 피해자에 접근을 시도하다가 스토킹 혐의로 수사를 받고있던 중 이 같은 행동을 저질렀고 결국 숨졌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8월까지 스토킹 피해 여성은 21~30세가 1743명(27.99%)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41~50세도 1387명(22.27%)으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여성 피해자 중 40대 이상은 6228명으로 42.63%에 달했다.

가해자의 경우에도 검거된 7152명 가운데 3762명(52.6%)이 40대 이상이었다. 특히 '51~60세' 1427명(19.95%), '60세 초과' 864명(12.08%) 등으로 중장년층 비중이 상당했다.

스토킹 범죄는 살인과 방화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60대, 70대에 이르러 스토킹을 처음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폭력과 집착은 상습적인 특성으로 갑자기 발현됐다고 보기 어렵다. 적절한 시기에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결과 전 연령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명성 또는 직장이 없는 중장년층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참혹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중장년층은 청년층에 비해 가부장적 사고 체계가 강한 경향이 있고, 강한 소유욕이나 남성우위적 사고가 범행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더 가학적이고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토킹 범죄가 특정 세대에 집중되지 않는 만큼 중장년층을 포괄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허 조사관은 "특정 연령에 집중해서 발생한다는 생각 자체가 강력한 편견이자 우리 사회가 이 사안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스토킹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과 정보가 떨어지는 중장년, 노년층을 대상으로 상담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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