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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양곡법에 농심 두 동강…정부·野, 극한 소모전 중단해야

등록 2023.04.05 13:10:00수정 2023.04.05 19: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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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양곡법에 농심 두 동강…정부·野, 극한 소모전 중단해야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첫 거부권 행사이자 지난 2016년 5월 박근혜 대통령 이후 7년 만이다.

양곡관리법 개정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행정부와 입법부 간 협치가 실종된 대한민국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해 씁쓸하다. 쌀 과잉 생산으로 쌀값이 곤두박질치자 농가의 안정적 소득 보장을 위해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 취지가 무색하기 때문이다.

농민을 위한다며 귀를 닫고 일방통행 중인 야당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급급한 여당이다. 무엇보다 애초 벼 재배면적 관리에 실패하고, 2021년 과잉 생산한 쌀의 시장 격리 시기를 놓쳐 현 사태의 빌미를 가져 온 정부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제동을 걸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지리멸렬한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야당은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안되면 또 다른 법안을 발의해 쌀 의무 매입을 법으로 강제한다는 강수를 두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런 야당의 질주에 제동을 걸만한 합리적인 대안이나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이 초래할 부작용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싸움에 애꿎은 농민들만 둘로 쪼개져 집안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쌀 의무 격리에 찬성하는 쌀생산 농가는 정부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반대로 의무 격리에 매년 1조원 안팎의 혈세를 들일 바에야 식량 자급률 향상에 도움이 될 만한 다른 작물을 지원하거나 청년농 육성 등 미래 농업을 위해 투자해야 마땅하다는 입장이 팽팽하다.

벼 농가 입장에서는 괜한 몽니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 식량 자급률 향상에 이바지한 그간의 공로를 인정 받는 것은 둘째 치고, 여야가 정쟁에 몰두한 나머지 생존이 걸린 양곡관리법 개정 논의에서 정작 농민들은 소외됐다.

정부는 논에 벼 대신 밀, 콩, 조사료, 가루쌀 등 식량자급률 향상에 적합한 작물을 재배하면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단숨에 농가의 관심을 이끌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평생을 받쳐 일군 땅에 하루 아침에 낯선 작물을 재배하라는 모험에 아무런 안정 장치 없이 뛰어들 농민은 많지 않다. 이전 정부에서 쌀 수급 균형을 위해 한시적으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시행했지만 사업 종료 후 절반 넘게 논농사로 회귀한 사례도 있다.

농가가 자연스럽게 다른 작물 재배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정부는 농업계가 하나로 화합하고, 농가 소득 보장과 진정한 식량 자급률 향상을 위한 묘안을 내놓을 때다.

전략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계화나 재배기술 향상 등을 통해 벼 농가의 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약속한 농업직불제 예산 5조원 확대 방안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성난 농심을 달래야 한다.

야당을 설득하고, 농업계의 이해를 구하는 적극적인 중재도 필요하다. 야당도 농촌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 농업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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