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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누티비 또 나온다

등록 2023.06.19 14:31:40수정 2023.06.19 15: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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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누티비2 종료했다지만 불법 유통 막을 근본대책 필요

광고 규제 강화 및 이용자 간 저작권 인식 제고해야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기자수첩] 누누티비 또 나온다


"심사숙고 끝에 누누티비 시즌2 사이트를 종료합니다."


영상 콘텐츠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 시즌2가 19일 서비스를 자진 폐쇄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URL(링크주소)를 찾아 차단하겠다"며 정부가 강한 단속 의지를 보인 지 하루 만이다.

하지만 누누티비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누누티비 시즌2 운영자는 "시즌3 오픈 계획은 없으며 유사 사칭사이트에 유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두달 전 누누티비 시즌1 운영자도 공식 텔레그램 채팅방에 사이트 폐쇄 소식을 알릴 때 시즌2 개설 계획이 없다고 전한 바 있다. 지금으로선 시즌1, 2 운영자가 동일인물인지 아니면 누누티비를 사칭한 또다른 인물인지조차 알 수 없다.

'누누티비'라는 브랜드를 달든 달지 않든 이와 유사한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는 언제든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미디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누누티비' 만큼 유명하진 않더라도 현재도 콘텐츠를 불법 유통하는 사이트들이 적지 않다. 기자가 취재 용도로 파악한, 현재 운영 중인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누누티비 시즌2를 제외하고도 4개나 된다. 특히 한 사이트는 회원제로 운영하느라 이용자들이 비회원에게 추천인 코드를 판매하는 수법도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OTT 업계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월 누누티비가 종료하면서 티빙,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을 찾는 이용자가 소폭 늘었는데 누누티비 재출현에 무료 시청 사이트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용자들이 합법 사이트에 등을 돌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박완주 의원(무소속)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티빙, 웨이브 등 토종 OTT 이용자 수는 지난달 약 1410만명으로 3월보다 102만여명 더 늘었다. 영상 콘텐츠를 우회해 시청하던 이용자 중 일부가 구독료를 내고 콘텐츠를 시청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콘텐츠를 우회적인 방법으로 시청하려는 이용자들이 늘어날수록 OTT의 수익 통로는 더 좁아진다. 특히 적자 폭이 매년 늘고 있는 토종 OTT들은 콘텐츠 불법 유통이 활발해질수록 존폐 위기에 더 몰리게 된다. 이미 토종 OTT 양대 산맥인 티빙, 웨이브는 지난해 각각 1192억원, 1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토종 OTT가 무너지는 건 한국의 대표 소프트파워인 K-콘텐츠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 저작권 침해를 근본적으로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정부가 적극적으로 손을 대는 부분은 URL 차단이다. 하지만 이 조치는 이미 콘텐츠들이 불법으로 유통된 뒤에 이뤄지는 사후 조치에 불과하다. 특히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운영자들은 도메인을 수시로 바꾸며 URL 차단에 대응하고 있어 확실한 근절이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콘텐츠를 무단 도용해 제공하는 운영자를 색출한 뒤 강력히 처벌해야 불법 유통이 멈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외 서버를 두고 불법 사이트들이 운영되는 만큼 단속이 쉽지 않다. 경찰이 지난 1월부터 누누티비 운영자를 쫓고 있으나 신원 특정과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콘텐츠를 무단 도용한 자들이 광고로 이익을 얻는 창구를 봉쇄하는 방법이 있다. 누누티비 등 사이트에 광고를 못 달도록 사전에 광고주, 광고플랫폼사 규제를 강화하자는 뜻이다. 다른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보다 광고 수가 적다는 누누티비 시즌1도 영상 스트리밍 화면 위아래에는 불법 도박을 홍보하는 배너 광고가 최대 4개까지 게재돼 있었다. 박완주 의원은 누누티비가 불법 도박 광고로 얻은 이익이 최소 33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팝 음원처럼 영상 콘텐츠도 '돈을 내고 즐기는' 저작권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음원의 경우 과거 P2P(개인 간 거래) 사이트 등으로 몰래 mp3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문화가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들과 팬덤 문화의 자정 활동 등으로 이제는 정당한 이용료를 내고 음악을 듣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다. 그런 환경에서 K-팝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출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영상 콘텐츠 부문에서도 합당한 가격을 내고 소비하는 생태계가 정착돼야 더 글로리, 카지노, 박하경 여행기와 같은 양질의 K-콘텐츠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K-팝이 그랬던 것처럼.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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