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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공연장 테러로 '가짜 뉴스 전쟁' 도 불붙어 - AP 분석

등록 2024.03.26 08:11:07수정 2024.03.26 08: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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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정부, 우크라 소행 주장하다가 막판에 변화

미국의 사전 제보 두고도 찬· 반론 인터넷 전쟁

[모스크바=AP/뉴시스]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용의자중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가 24일(현지시각) 모스크바 법정에 출석해 앉아 있다. 테러 용의자 4명은 지난 22일 모스크바 북서부 공연장 테러 혐의로 체포됐으며 사망자는 어린이 포함 137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인사들은 테러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고 전세계가 이 문제로 한동안 가짜 뉴스 전쟁을 벌였다. 2024.03.26.

[모스크바=AP/뉴시스]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용의자중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가 24일(현지시각) 모스크바 법정에 출석해 앉아 있다.  테러 용의자 4명은 지난 22일 모스크바 북서부 공연장 테러 혐의로 체포됐으며 사망자는 어린이 포함 137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인사들은 테러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고 전세계가 이 문제로 한동안 가짜 뉴스 전쟁을 벌였다.  2024.03.26.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모스크바 교외 공연장 테러의 불길이 꺼진 뒤에도 이번 테러의 배후에 누가 있느냐를 두고 러시아 당국과 서방의 가짜 뉴스 전쟁의 불길은 아직도 여전히 불타고 있다고 AP통신이 25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는 아직도 명확한 증거 대신에 자의적인 추측과 의심, 사실 여부와 관계 없는 추론들만 이어서 내놓고 있지만, 그들의 눈으로는 처음부터 테러의 배후는 명백했다.  우크라이나였다.

다중이 밀집한 대형 공연장에 대한 총격으로 137명이 사망한 22일의 모스크바테러 참사 뒤로 러시아는 현재 전쟁 3년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를 향해 일제히 테러 배후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는 이번 테러의 충격으로 사태의 진상을 알기 원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을 혼란스럽게 흐리게 한 이번 가짜 뉴스 전쟁의 첫 시작이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맨 처음 나선 것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다.  그는 한 때에는 온건한 수정주의자였으나 우크라이나 침공전쟁이 시작된 이후로는 맹렬한 매파로 변신해 우크라 공격에 앞장 섰다.

"테러범들은 원래 보복 테러를 한다.. 이번 테러가 키이우 정부의 짓이라면,  앞으로 그들과의 협상이나 이념적 교감 등 어떤 종류의 교류도 불가능하다"고 그는 사건 발생 뉴스가 보도된지 90분 만에 텔레그램 글을 통해 밝혔다. 

그 후 노골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비난하지 않으면서도 우크라이나를 저격수의 본거지로 지목하는 각종 추론과 비난들이 잇따라나왔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최근에 강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국에 대한 미사일 공격과 공습을 이번 테러로 인해 한 층 더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신속하게 바톤을 이어받아서 러시아의 비난을 단호히 거부하고, 오히려 이번의 야만적이고 잔인한 총격사건은 러시아 정부의 자작극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22일 발표된 우크라이나의 성명은 1999년 제2차 체첸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자기들의 침략 공격을 정당화 하기 위해서 자기네 민간 아파트를 폭격했던 사건을 언급하면서 푸틴의 자작극이라는 설을 뒷받침했다.

"푸틴의 독재정권에게는 하지 못할 적색 금지선이 없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기네 국민들도 살해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미사일 폭격, 포격과 총격, 고문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수 천명을 살해한 것처럼 자기 국민들도 살해할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당시에 주장했다. 
 
이슬람 무장단체의 분파가 테러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발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문제의 IS연계 테러단체는 어느 나라에서나 악질 분자로 공인되어 있다.  러시아 조차도 이 달 초 유대교회를 향한 IS의 공격 계획을 사전에 단속해 무산시켰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계속해서 밀어붙이다가 최후에야 IS의 범행임을 인정했다.

러시아가 그처럼 완강하게 우크라이나 설을 주장한 것은 미국이 IS의 주장을 인정했기 때문에 무조건 그 반대로 나간 것이라고 AP는 보도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외무부대변인은 " 미국 정부는 무슨 근거로 이런 참사의 주범(우크라이나)을 무고하다고 주장하는가.  그 것에 관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면 미국은 당장 러시아에 그것을 전달하라"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자료가 없다면 백악관은 괜히 남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권리가 없다"고 바이든 정부를 공격했다.  

다음 날인 23일 러시아정부는 모스크바 남쪽 350km 거리의 브리얀스크 지역에서 4명의 테러 용의자를 추적, 체포했다.  브리얀스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 지대이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 이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학살의 주범으로 배후에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19시간이 지난 그 날 오후에도 푸틴은 대국민 연설에서 이번 유혈사태가 (우크라이나) 국경의 통로를 통해서 이뤄진, 미리 준비된 참사였다고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밝혔다.

푸틴은 교전중인 두 나라 사이의 국경에 어떻게 그런 통로가 미리 마련될 수 있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25일에는 테러범들이 '이슬람 과격분자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들이 왜 우크라이나 쪽을 향해 도망쳤는지에 대해서는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말 내내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들은 소셜 미디어와 문자 서비스에 넘쳐나는 테러 관련 소식으로 들끓었다.  일부는 미국이 이슬람 과격 테러단체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3월초에 러시아에 미리 경고한 것을 수상하게 생각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일부 사람들은 미국이 러시아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비난했고,  또 일부는 러시아 보안당국이 미국의 경고를 너무 성급하게 무시해버리고 테러에 대처하지 않은 것을 비난했다. 

완전히 가짜 뉴스로  날조된 화면들도 잇따라 나타났다.  러시아국영방송 NTV는 우크라이나의 올렉시이 다닐로우 보안장관이 " 오늘 모스크바에선 재미가 있었나.. 우리는 그들에게 이런 재미를 더 자주 선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가짜 동영상을 내보냈다.  

하지만 BBC의 디지털수사전문가 샤이안 사르다리자데에 따르면 그 화면은 AI가 생성한 딥페이크 동영상으로 판명되었다.
 
이처럼 민감한 문제인데도 직업적으로 거침없이 가짜 뉴스와 가짜 주장을 전력을 다해 전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AP통신은 소개했다. 

최근 자하로바를 인터뷰했던 미국의 잭슨 힝클 정치평론가는 자신의 X계정에 " 테러는 우크라이나의 짓이다.  그들은 댓가를 치를 것이다"라고 올렸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글을 자주 발표해왔는데,  러시아의 가짜 뉴스를 포함한 정부발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 경우도 많았다고 AP통신은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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