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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점거 학생들 징계"…농성사태 100일 서울대 긴장 고조

등록 2017.01.16 14: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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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설립 반대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중인 학생들이 1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시흥캠퍼스 설립 철회를 촉구하며 국기 및 교기 게양대에 총학생회 깃발을 비롯한 각 단과대학 깃발을 게양하고 있다. 2016.10.17.  scchoo@newsis.com

학교 본부 "불법 점거 농성 철회해야…학생들 징계 요구"
 학생 측 "성낙인 총장, 징계 중단하고 퇴거명령 철회하라"
 학생들 '새내기 본부 TF팀' 구성…본부 "학칙에 어긋나"
 17일 '학생 징계 규탄' 기자회견…해결 실마리 안 보여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으로 촉발된 서울대 학생들의 본관(행정관) 점거 농성이 17일로 100일을 맞는 가운데 학교 본부가 '점거 책임자 징계'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그동안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을 뾰족한 수 없이 지켜보던 학교 측이 본관을 되찾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16일 서울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학교 본부는 학생들이 본관 점거 농성을 지속할 경우 학칙에 따라 책임자를 조사,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반면 학생 측은 "본관 점거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맞섰다. 투쟁의 동력을 최대한 끌어모아 시흥캠퍼스 설립을 막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서울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는 2011년 서울대 법인화 반대 농성 이후 5년 만이다. 28일 만에 마무리됐던 5년 전과는 달리 지난해 10월10일 시작된 이번 본관 점거 농성은 100일이 되도록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학교 본부 측이 '징계 카드'를 꺼내 들면서 본관 점거 농성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성낙인 총장이 사퇴하거나 점거 농성 학생들이 무더기 징계를 당하는 극단적 사태까지 배제할 수 없는 심각한 국면이다.

 ◇"불법 농성 해제하라" vs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서울대본부점거본부는 지난 10일 본부점거 향방 및 투쟁계획 채택에 관한 학생 총회를 열었다. 이날 총회에는 학생 35명이 참석했다.

 6시간에 걸쳐 진행된 총회 결과, 35명 중 22명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위한 본부 점거를 지속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학생사회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본부 점거 농성을 지속하기로 했다.

 점거본부 학생들은 "최대한 동력을 모아 싸워 본 이후에도 실시협약 철회가 불가능하다면 그때 타협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아직은 그런 시점이 아니다. 최대한 투쟁의 동력을 모으며 싸워봐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이에 대해 각 단과대학 학장들은 11일 학사협의회를 열고 "대학행정관 불법점거는 대학의 교육과 행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으므로 점거 학생들은 즉시 건물에서 철수하라"고 결의했다. 또 "대학본부는 책임 있는 학생들에 대한 징계절차를 신속히 개시하라"고 촉구했다.

 각 학과 학장들은 더는 학생들의 불법적인 본관 점거 농성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학교 본부에 전달했다. 학교 본부는 이른 시일 내 조사위원회를 소집해 점거 농성을 주도한 학생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학생들은 학교 본부의 이같은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서울대 본부는 16일까지 행정관에서 퇴거하지 않을 시 행정관 폐쇄조치를 할 수 있다는 '행정관 불법 점거 관련 자진 퇴거 요청' 공문을 학생들에게 발송했다. 본부 점거 농성 학생 중 11명은 학교로부터 징계 관련 고지를 받았다.

 본관 점거 학생들은 "지난해 10월 성낙인 총장은 '징계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면서 "시흥캠퍼스 추진 과정에서 구성원의 의견수렴이 부족했고 이것으로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징계가 없다는 성낙인 총장의) 말 바꾸기는 학생들에게 더한 배신감과 불신을 가져올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화여대 학생들이 점거하던 본관에 경찰을 투입한 최경희 총장은 사회적 비난을 못 이겨 퇴진해야 했다"며 "최경희 전 총장의 전처를 밟는 파국만은 면하고자 한다면 성 총장은 즉각 학생 징계를 중단하고 퇴거 명령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본관점거 100일을 맞는 17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대 실시협약 철회 본부점거농성 학생 징계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 아울러 성 총장이 집무 중인 우정관 외벽에 학생징계규탄 피켓을 붙이는 퍼포먼스도 진행한다.

 ◇소통 부재로 깊어진 갈등…"본부 점거 동력 잃었다"

 본관 점거 농성은 학교 본부와 학생사회의 소통 부족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점거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이제는 '자존심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학교 본부와 학생들의 갈등은 지난 8월 서울대 본부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졸속협약'이라고 반발했으며 성 총장은 '소통 부족'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학생사회는 학교와의 신뢰가 깨졌다며 지난 10월10일 본관 점거를 시작했다.

 학교 본부는 점거 농성 해제를 위해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와 학내 의사 결정기구인 평의원회 등에서 학생들이 참여할 기회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의무형 RC(전인 교육형 대학·Residential College)와 특정 학년·단과대생을 시흥캠퍼스로 보내는 기존 교육단위 이전도 없다고 못 박았다.

 학생들은 표면적으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철회 목표를 좀처럼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학생들도 시흥캠퍼스 설립 계획 철회가 쉽지 않다는 걸 인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농성을 이어가는 것은 학생들과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학교 본부의 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정산홀에서 열린 '대학의 통일교육 활성화 방안' 학술대회에서 통일 교육 선도대학 총장 6인 중 성낙인 서울대학교 총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08.12.   park7691@newsis.com

 반면 학교 본부 측은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와 평의원회 등 학생소통기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학생들과) 협의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학내 구성원들은 "학생들이 본관 점거 농성을 이어가기에는 이미 동력을 잃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학교 조직을 바꾸는 2011년 서울대 법인화 농성도 28일 만에 해제된 점에 비춰 시흥캠퍼스 설립 여부로 100일 동안 농성을 지속하기에는 사안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학생 35명이 참여한 학생총회 결과가 학내 전체 구성원의 뜻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총학생회 등은 본관 점거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본부 점거 투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본부 사무실 중 3곳을 동아리 연습실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신입생을 대상으로 '새내기 본부 TF팀'을 모집 중이다. 이는 재학생과 신입생들이 본부에서 만나 시흥캠퍼스에 대해 더 알아보고 친분을 쌓는 취지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이에 대해 학교 본부 측은 "본관 사무실을 동아리 연습실로 사용하는 건 국가의 땅에서 농성을 하다가 그 땅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는 꼴"이라며 "학생처에서 학내 동아리마다 총학생회 방침에 응하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공지한 상태"라고 밝혔다.

 새내기 본부 TF팀 모집에 대해 학생처에서 '본관 점거 농성 자체가 학칙에 어긋나는 불법이니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서신을 신입생과 학부모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내 교수들은 학교 본부가 강하게 나가 장기 농성 사태를 하루빨리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서울대 A 교수는 "본관 점거 농성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에는 학교 본부도 책임이 있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어떻게 학생들이 행정관을 점거하도록 두고만 보느냐"고 비판했다.

 B 교수는 "본관 1층에 있는 학사과 업무도 중단해야 한다"며 "행정 마비가 오면 일반 학내 구성원들도 반발하고 본관 점거 농성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수와 학생들이 일상적인 행정에 지장을 받지 않으니 본관 점거 농성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본부 측은 학생들과의 갈등이 지속되더라도 '물리적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학교 관계자는 "물리적 충돌까지 하면서 학생들을 본관에서 들어내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경찰을 부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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