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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20주년 특집]신세계 이명희의 도전과 꿈…대를 잇는 '혁신 DNA'

등록 2021.10.11 07:00:00수정 2021.10.11 12: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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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2021.10.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정현 기자 = 신세계그룹은 올해로 정용진(53) 부회장, 정유경(49) 총괄사장의 책임 경영을 본격화한 지 6년 차에 이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야구단, W컨셉, 이베이코리아를 사들이며 온라인 강자를 향한 광폭 행보를 보였다. 정 총괄사장은 취임 첫해부터 2조원을 쏟아 백화점 3곳과 면세점 명동점을 신규 출점하고, 강남점·부산 센텀시티점을 증축했다.

오너 남매의 공격적인 경영 행보는 어머니 이명희(78) 신세계그룹 회장에게서 물려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은 앞서 "현재의 경영만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영원히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변화와 혁신은 우리가 앞으로 가장 먼저 풀어나가야 할 지상 명제"라고 혁신을 주문해 왔다.

◆'라이벌' 롯데 신영자와 승부…IMF 시기 공격적 도전

이명희 회장은 1943년 대구에서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3남5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를 졸업한 뒤 정재은 현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을 만나 결혼, 한동안 가정주부로 지냈다.

1979년 아버지 고 이병철 창업주의 부름을 받고 영업본부 이사로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했다. 이 회장은 이 시기 아버지로부터 받은 "장사꾼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얻는 기업가가 돼라"는 가르침을 평생의 경영 철학인 '고객제일'로 삼았다.

이 회장은 1980년 상무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언론에서 롯데그룹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당시 롯데쇼핑 부사장)과 라이벌로 묶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 회장과 신 전 이사장은 이화여대 동문이다.

위기는 빠르게 찾아왔다. 1988년 당시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열리자, 언론에서는 "평당 매출액만큼은 앞서던 신세계가 외형 면에서 롯데와 벌어지기 시작했다"(1990년 조선일보)는 평가가 나왔다. 신세계는 '다점포·대형화'를 본격화했다.

지금껏 계속되는 신세계 광폭 행보의 신호탄이었다.

이 회장은 2007년 77년 만에 본점 본관을 명품관으로 새로 단장하는 한편, 2009년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 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을 여는 등 출점과 확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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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명희 신세계 회장(왼쪽 네번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왼쪽 다섯번째)이 2007년 2월 신세계백화점 본관이 새 단장을 마치고 연 개관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2021.10.11. photo@newsis.com

이 회장은 전문 경영인에게 전권을 맡기지만 결과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경영 방식을 고수한다. '은둔형 총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하지만 80~90년대 주요 일간지에선 라이벌 신 전 이사장이 조용한 성품의 '외유내강'형인 반면, 이 회장은 해외 출장을 즐기는 활달한 성격이라 소개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은 그룹의 주요 사업장을 모두 방문하며 현장 경영을 중시한다"며 "백화점, 면세점, 스타필드 신규점을 비롯해 상징성이 있는 리뉴얼 매장을 직접 찾아 3시간 이상 꼼꼼히 둘러보며 핵심 시설들을 직접 점검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미국을 찾았다 목격한 프라이스클럽, 월마트 등 창고형 할인점에서 신사업 영감을 얻었다. 그는 1993년 국내 첫 대형마트 이마트 창동점을 여는 승부수를 던진다. 결과는 2만7000명 이상의 방문객, 하루 매출 1억원 이상이었다.

그는 1997년 신세계 상무로 승진한 지 16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로 신세계는 다시 한번 위기를 맞는다. 서울 시내 대형 단일 백화점들이 잇따라 도산하고 경쟁사에 인수될 때, 이 회장은 공격적 부지 매입으로 이마트 출점에 나선다. 지난해 이마트가 전국에 보유한 점포 수만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를 포함해 158개다. 이 부회장은 이듬해 11월 인사에서 신세계 회장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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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993년 서울 도봉구에 문을 연 이마트 1호점 창동점.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2021.10.11. photo@newsis.com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스타벅스를 국내에 들여오자고 제안한 것도 이 회장이었다. 그는 과거 "스타벅스는 새로운 삶의 방식과 문화를 이끈 공간"이라 말했다. 미국 유학 생활 동안 스타벅스를 경험했던 정 부회장의 사업 추진을 뒷받침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사업 첫해 이화여대 앞 매장에서 매출 6억원으로 첫발을 뗐다. 지난해 말 매장 1600곳, 매출 1조9284억원이라는 실적을 시현했다.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에 이은 세계 5번째 규모다.

신세계는 삼성 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1991년 당시엔 백화점 2개점과 조선호텔이 사업의 전부였다. 이 회장의 지휘 아래, 2020년 연말 기준 신세계는 45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총 매출은 29조4000억원에 이르게 됐다. 정부로부터 공식 계열 분리를 인정받은 1997년 대비 매출은 15배 가량 늘었다. 자산 기준으로 재계 순위는 33위에서 11위로 뛰어올랐다.

2016년 4월 남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각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의 맞교환이 이뤄진다. 그룹은 남매가 이마트와 백화점을 나눠 맡는 책임 경영 시대로 접어든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자신이 보유하던 이마트, 신세계 지분 각각 8.22%를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면서 승계에 속도를 붙였다.

◆올해 M&A에 4.3조…'신세계 유니버스' 꿈꾼다

경영 수업을 받던 정용진 당시 신세계 부사장은 2006년 12월 부회장에 취임하며 전면에 모습을 드러낸다. 같은 해 이 회장의 맞수 신 전 이사장도 롯데쇼핑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신동빈 회장과의 라이벌 구도가 대를 이어 시작된 셈이다.

1968년생인 정 부회장은 서울 경복고를 거쳐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다니다 미국 유학을 떠나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은 신세계 전략기획실에 입사한 1995년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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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2021.10.11. photo@newsis.com

정 부회장은 2010년 신년사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 리딩 기업을 넘어 온라인 시장에서도 리딩 기업이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그룹 내부에서는 당시 그룹의 방향성을 전환하겠다는 선언에 회의적인 임직원들이 있었다는 뒷말이 전해진다.

정 부회장은 광폭 행보를 밀어붙였다. 2014년 그룹 내 온라인 쇼핑몰을 합친 SSG닷컴을 열었다. 정점은 올해 W컨셉과 이베이코리아 인수였다. 야구단, 스타벅스 지분 인수까지 합하면 올해만 4조3150억원을 인수·합병(M&A)에 쏟아부었다.

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당시 "미래 유통은 온라인 강자만이 살아남는다"라는 말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장보기부터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전반에 걸친 종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통합 매입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실현하는 '완성형 이커머스'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오프라인은 정 부회장 경영 초기에는 약점으로 꼽혔다. 1997년 중국에 나섰던 이마트는 지속된 적자로 2017년 사실상 철수했다. 국내에서도 일산 이마트 타운을 비롯한 출점에 나섰지만 2016년 매출이 2년간 3.7% 오르며 저성장을 고민했다.

정 부회장은 매장을 "고객이 찾아 물건만 사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이 생활의 일부분을 투자해 회사와 함께 하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이라 재해석했다. 매장 면적의 절반을 식음·패션·문화·엔터 '테넌트'(임대 매장)로 구성한 '미래형 이마트 월계점'이 한 예다. 월계점은 재개장 후 한 달 만에 전년 대비 매출 50% 상승이라는 호실적을 거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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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자 SSG 랜더스 구단주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 창단 포부를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3.30. photo@newsis.com

이베이코리아를 사들인 이마트는 단번에 온라인 거래액 24조원에 이르는 이커머스 2위로 올라섰다. 정 부회장은 고객이 먹고 자고 보고 사고 즐길 때 신세계를 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온라인 부문은 경쟁력 있는 이커머스 기업 인수, 디지털 인재 영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집중 투자하고, 매장을 온라인 물류 전진 기지로 활용하는 전략이 한 예다. 최근엔 평년보다 두 달여 앞서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이마트 14명, 백화점 4명 총 18명의 디지털 전문가를 신규 임원으로 영입했다.

오프라인에서는 체험 위주 라이프스타일 영역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화성 국제테마파크에는 4조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스타필드 청라와 연계한 돔구장을 추진하는 한편, 체험형 테넌트를 확대한 이마트 새 단장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신세계는 "정 부회장은 고객 경험의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과감한 핵심 사업 투자에 나설 것"이라 밝혔다.

◆총괄사장 취임 첫해 6대 프로젝트…'기억에 남는' 신세계

정유경 총괄사장은 2015년 신세계 총괄사장에 취임하며 그룹 남매 경영 시대를 열었다. 일찌감치 경영 전면에 나선 오빠 정 부회장과 달리 조선호텔(현 조선호텔앤리조트) 근무를 시작으로 백화점업계 첫 명품 편집매장 도입, 패션 기업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 명품 수입 사업을 주도하며 현장 경험을 쌓아 왔다.

1972년생인 정 총괄사장은 이화여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후 도미,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1996년 조선호텔에 입사해 상무로 일하던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승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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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2021.10.11. photo@newsis.com

정 총괄사장에게는 어머니 이 회장처럼 '조용하지만 강한 실력자'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는다. 2016년 대구 신세계 그랜드 오픈에 모습을 보였을 땐 20년 만의 공개 행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평가를 무색하게 하듯 정 부회장과 지분 맞교환으로 신세계 경영권을 공고히 한 2016년부터 정 총괄사장은 공격적 외형 성장에 중점을 둔 '6대 프로젝트'를 감행한다. 2조원을 들여 1년간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 증축, 본점 면세점(명동점) 개점과 6월 김해점, 9월 하남점, 12월 대구 신세계 출점에 나선 것이다.

첫 시험대였던 강남점은 증축 리뉴얼 재개장 프로젝트는 '편집화된 전문관', '체험형 쇼핑센터'를 구현해 판매 중심의 기존 백화점과 차별화를 꾀했다. 강남점은 2019~202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백화점 단일 점포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연 매출 2조를 달성했다.

정 총괄사장이 취임 초부터 집중해온 신사업은 화장품과 면세점이었다. 명동점은 2016년 개점 100일 만에 하루 매출 16억원을 기록, 2019년엔 에르메스를 끝으로 루이비통·샤넬을 비롯한 '3대 명품'을 쥐었다. 신세계DF는 2018년 인천공항 T2점, T1점을 연달아 열면서 그해 매출 3조원을 넘어 업계 3강 체제를 굳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서도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였다. 비디비치(2012년), 명품 스킨케어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지난해 7월)을 인수했다. 스위스퍼펙션은 국내 기업이 해외 명품 스킨케어 브랜드를 인수한 첫 사례로 해외 진출을 위한 포석이었다. 올해 3월엔 프랑스 '폴 뽀아레' 상표권을 인수해 '뽀아레'를 선보이고 미국, 유럽 진출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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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005년 신관(앞에서 두번째 건물)을 신축한 이후 신세계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2021.10.11. photo@newsis.com

정 총괄사장은 미국 명문대 출신의 전공을 살려 예술 감각을 백화점에 반영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센텀시티점을 구상할 때는 백화점 정문 콘셉트를 잡기 위해서만 회의를 10번이나 열었고, 계단 손잡이를 고르는 데만 3개월을 공들였다고 한다. 1996년 '피숀'을 시작으로 신세계백화점의 이미지로 굳어진 편집숍도 정 총괄사장의 작품이었다는 후문이다.

올해 8월 출점한 중부권 최대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Art&Science) '랜드마크'인 193m 전망대는 그 자체가 유명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예술작품이다. 정 총괄사장이 "고객들이 직·간접적으로 예술작품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을 직접 실행에 옮긴 사례라고 신세계 측은 설명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정 총괄사장은 꼭 가봐야 하는 '랜드마크'를 넘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인드마크'(mindmark)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며 "신세계는 앞으로도 특별한 기억을 마음속에 남기는 차별화 된 공간과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