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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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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스톰은 오는가①]퍼펙트스톰, 우려할 전조짐 보인다

등록 2022.10.24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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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지난달 수출액이 566억7000만 달러로 역대 8월 최고 실적을 경신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밝혔다. 이날 부산 남구 감만(사진 위) 및 신선대(아래)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09.01.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지난달 수출액이 566억7000만 달러로 역대 8월 최고 실적을 경신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밝혔다. 이날 부산 남구 감만(사진 위) 및 신선대(아래)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09.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상황이 한국 경제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인류의 위기를 가까스로 뚫고 나왔더니, 이제는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붕괴가 촉발한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한국 경제 앞을 가로막고 있다.

이미 경기둔화 우려가 큰 상황에서 물가상승이 지속되며, 소비 심리는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기업 경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더욱이 무역 적자가 누적되고,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상황을 반전시킬 묘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무역수지 적자 폭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2022년 무역수지 전망 및 시사점'을 통해 올해 무역 적자가 4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에 따른 높은 수입 물가가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경기가 둔화되고,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국제기구들은 한국의 내년도 성적표를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1%로 낮췄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종전보다 0.3%p 낮춘 2.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0.3%p 낮춘 2.2%로 각각 성장률을 제시했다. 한국은행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2.4%에서 2.1%로 수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 무역수지는 94억7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1956년 무역통계를 작성한 이후 66년 만의 최대 적자다. 통상 경기가 둔화되면 수입이 감소한다. 하지만 올 하반기 급격한 소비 절벽이 나타났는데도 적자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이미 위기가 시작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급격한 실물 경기 위기가 시차를 두고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소비 절벽에 초과 생산 우려…기업 대응에 ’헉헉‘

실제 산업 현장은 위기 대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경기침체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점을 우려한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코로나19 기간에 때아닌 호황을 누리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분기마다 경신해왔다. 억눌렸던 소비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펜트업 효과'로 일종의 과잉 소비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재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금리 인상이 나타나며 급격한 소비 침체가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급격하게 일어났던 거품마저 꺼지면서 기업과 가계의 소비 여력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소비 절벽의 결과는 '과잉 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판매 부진에 생산을 줄이기 시작했지만, 소비 침체 속도가 더 빠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기업활동으로 본 최근 경기 상황 평가' 자료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지수는 지난해 2분기 12.4에서 올해 2분기 4.4로 1년 새 8p(포인트) 줄었다. 반면 제품 판매 동향과 관련된 제조업 출하지수는 지난해 2분기 12.1에서 올해 2분기 0.0로, 12.1p 급격히 줄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이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탄력적인 생산 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버슈팅(초과 생산)'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마저 쌓이는 재고에 ’울상‘…고용투자 위축 우려도

이제 처리하지 못한 재고는 기업들의 '생존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난 6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연결 기준 52조92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33조5924억원 대비 55.7% 급증했다. 미처 팔지 못해 창고에 쌓인 제품 가치가 급격한 하락세에 직면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재고자산평가 손실'은 1조9345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하반기 5914억원 대비 6개월 새 3.3배 커졌다.

비단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상의가 한국평가데이터에 의뢰해 분기마다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제조업체 상장기업(1400여 개)을 대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대기업 재고자산은 작년 2분기 61조4770억원에서 올해 2분기 89조1030억원으로 45% 증가했다. 공장에서 제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팔리지 않아, 재고를 쌓기 위한 창고를 따로 빌려야 할 지경이다.

재고를 감당 못하는 기업들은 이제 감산을 고려 중이다. 이 같은 생산 감소는 고용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 고용통계에 따르면 실업률은 올해 8월 2.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곧바로 2.8%로 반등하며 위기 징후를 드러냈다. 일반적으로 고용은 6개월 시차를 두고 경기 변화를 반영한다. 이에 따라 내년 초가 더 걱정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인텔이나 암(Arm) 등 반도체 기업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식품기업인 푸르밀이 해고에 나서며 위기 징후가 노동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 그나마 삼성전자, SK그룹, LG그룹 등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일자리 확대 계획을 밝혔던 기업들이 채용을 줄이려는 분위기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고용은 물론 해외 공급망 확충을 위한 투자 계획도 줄줄이 밀릴 수 있다. 고용 위기는 다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을 낳고 있다.

반도체마저 ’캄캄‘…“내년에도 수출 부진 이어질 것”

기업 상황은 좀처럼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달러 강세는 한국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원화는 하반기 들어 심화한 '킹달러' 현상으로 다른 주요 통화에 비해 유독 고전하고 있다.

지금의 원화 약세는 한국 경제·산업 전반의 경쟁력 부족을 뜻한다는 해석도 들린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나 산업이 없다"는 게 외부의 냉정한 평가다.

특히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도 당분간은 반등할 기약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반도체 수출액은 116억7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4.6% 감소했다.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우리나라 업체들의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의 경우 PC, 스마트폰, 서버 등 관련 산업의 침체와 공급 과잉 우려 등이 겹치면서 '다운 사이클'(하락 추세)로 접어들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이 내년까지 약세가 지속되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2.5% 감소하는 매출 역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경기 상황과 밀접해 경기둔화에 더 취약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향후 수출 여건 점검 및 경상수지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 '빅3'(미국·중국·유럽연합)의 경기 위축으로 당분간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한 무역수지 적자는 더 커질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