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종부세→양도세 '설상가상'…셈법 복잡해진 다주택자
추석 연휴 이후 연말까지 정부 稅 압박 고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발표, 10월 말 예고
일부 지역가입·다주택자는 건보료도 인상돼
연말엔 종부세·양도세 장특공제 개편 등 수순
"다주택 매물 늘듯"…'양도세 중과'에 회의론도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2019.06.21. [email protected]
당장 이달 말에는 내년 공시가격 인상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발표가 예정돼 있다.
11월은 임대소득이 있는 일부 다주택자의 경우 건강보험료 인상이 대기 중이다. 이어 12월에는 종합부동산세 납부를 앞두고 있다. 또 내년 1월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거주기간 요건'이 추가되고, 이어 6월 보유세와 양도소득세가 동시에 강화돼 다주택자, 법인 등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10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시세반영률 목표치에 주목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시세에 대비 크게 낮고 지역·유형·가격대별 형평성 논란 끊이지 않는 공시가격에 대해 균형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된다. 관련 근거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로서, 오는 8일 시행된다.
개정안은 공시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의 시세 반영률의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단계적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시가격이 수년 내 단계적으로 인상되면서 보유세, 종합부동산세 등에 대한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공시가격은 세금 부과 등 60여 가지 행정목적의 기초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가 단독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더 가파를 수 있다. 단독주택 현실화율은 올해 1월1일 기준 53.6%로 공동주택(69.0%)이나 토지(65.5%) 등 다른 유형과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또 가격대별로 차이가 큰 공동주택의 현실화율 제고의 속도 조절도 관건으로 여겨진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 고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현실화율을 제고함에 따라 시세 30억원 초과 공동주택의 경우 현실화율이 79.5%로, 전체 평균(69.0%)에 비해 10.5%포인트 높다. 서민층부터 중산층까지 주로 거주하는 중저가 공동주택의 현실화율 제고가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수요층이 많은 시세 6억~7억원대 공동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7.1%로, 6억원 이하(68.2~68.4%)보다 낮은 상황이다. 이 금액대 주택의 공시가격이 인상될 경우 전 국민을 상대로 부담이 커지는 꼴이 될 수 있어 정부에서도 로드맵 마련에 고심 중이다.
◇11월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에 건보료 부과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발표가 지나가면 11월은 건강보험료 인상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올해 11월부터 2주택 이상 소유자 등이 지난해 벌어들인 2000만원 이하의 주택임대소득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연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은 2018년 귀속분까지는 비과세 대상이었지만, 2019년 귀속분부터 과세 대상으로 전환됐다.
임대소득 건보료 부과는 부부합산으로 2주택 이상 보유자가 대상이다. 2주택의 경우 월세 수입 없이 보증금만 있다면 보증금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아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3주택 이상 임대소득자는 월세 수입뿐 아니라 전세보증금도 간주임대료로 산입해 총 임대 수입금액에 대해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기준시가가 9억원을 초과하거나 국외 소재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 건강보험료가 전년보다 더 많이 부과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연 수입금액 2000만원 이하의 이자·배당금 등 지난해분 금융소득도 건보료 부과가 시작된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직장가입자에 비해 인상폭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매년 11월마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자료인 재산과 소득액이 변동에 따라 보험료를 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난해 소득이나 재산이 더 늘어난 지역가입자의 경우 11월부터 건강보험을 더 내야 한다. 서울 등 수도권과 일부 지방 광역시 등의 경우 올해 1월 기준 공시가격 상승폭이 컸던 만큼 건보료가 더 오를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지역가입자 758만 세대 중 34.2%(259만 세대)가 전년보다 소득과 재산이 늘어나 보험료를 더 냈다.
◇12월, 종부세 고지에 이어 양도세 '장특공제' 개편도
연말에도 세금 압박의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12월은 실제 각 가정에 종부세 고지서가 배송되는 달이다. 일반적으로 과세기준일이 6월1일이기 때문에 종부세 부담에 대한 효과는 시장에 선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미 사전에 계산이 섰더라도 실제 고지서를 받고 보면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앞서 10월말 발표되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으로 세금 부담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 내달 6월 전까지는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인을 설립해 주택을 매입한 다주택자의 경우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법인이 내년 1월 이후 소유한 주택을 처분할 때 기본 법인세율에 더해 추가로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현행 10%에서 20%로 올라간다.
사실상 개인이 세금과 대출 등 부동산 규제를 피하려고 법인을 설립해 투기적인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것이 원천 봉쇄돼 법인 투자자도 연내 자산 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부 초고가 1주택자도 시장 상황에 따라 매매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내년 1월부터 생기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거주요건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동안 1주택자가 9억원 넘는 주택을 팔 때 보유 기간만 채우면 양도 차익의 최대 80%(10년 이상)까지 공제 혜택을 받았는데 올해 2년 이상 거주 의무가 생겼다.
내년 1월부터는 거주기간에 따라 공제율을 12~80%로 차등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시행돼, 전세를 끼고 매입해 소유하고 있더라도 거주가 어려운 초고가 주택의 경우 올해 매각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팀장(세무사)은 "연말로 갈수록 다주택자 소유 매물과 다주택자가 법인을 통해 매입한 주택 등 거주가 어려워 장특공제를 받기 어려운 주택의 갈아타기 수요 등을 통해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이 되면 등록임대사업을 운영해온 다주택자 매물도 일부 시장에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7·10 대책을 통해 등록임대 중 단기(4년) 민간임대주택, 아파트 장기(8년) 일반매입임대주택을 폐지하면서, 의무 임대기간 절반을 채우면 등록말소 뒤 5년 안에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시중에 나올 수 있는 임대사업자 매물이 46만8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임대 의무기간을 절반 이상 채운 임대사업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연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주택자 매물로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거칠 정도로 충분할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이미 올 7~8월 증여 시 취득세 인상을 앞두고 가족에 대한 증여가 늘어난 데다,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을 제외하면 여전히 집값 상승률이 세금 증가분보다 커서 다주택자의 선택을 주저하게 하고 있다.
또 서울 아파트값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전환되지 않은 만큼 내년 6월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인상 직전까지 관망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양도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다음 정권까지 장기전을 택하는 집주인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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