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20주년 특집]현대차 정의선의 도전과 꿈…새 여정 시작
[서울=뉴시스]현대자동차그룹 정주영 창업주(앞줄 오른쪽)와 정의선 회장(앞줄 왼쪽).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전동화·로보틱스·자율주행·UAM(도심항공교통)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미래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그룹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범현대그룹의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의 장손이자 정몽구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회장은 1970년 10월18일생이다. 서울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9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했지만 1년만에 미국으로 떠나 미국 샌프란시스코경영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서 2년간 근무하다 1999년 현대차 자재본부 이사로 재입사했고 현장에서 볼트와 너트의 가격까지 따져가며 철저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는 현대차 구매실장·영업지원사업부장을 거쳐 현대모비스 부사장, 기아 대표이사,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사장, 현대모비스 사장 등을 지냈다. 2018년 9월14일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었다. 이때부터 현대차그룹을 단순 제조업체가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 솔루션 기업'으로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후에는 ▲싱가포르 글로벌혁신센터(HMGICS)착공 ▲미국 로보틱스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수소기업협의체 '코리아H2 비즈니스 서밋' 발족 ▲2045년 탄소중립 플랜 발표 등을 추진하며 미래 모빌리티 전 영역에서 더욱 속도감 있는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뉴시스] 현대자동차그룹이 1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국회 모빌리티 포럼 3차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시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대자동차그룹 공영운 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국민의힘 권성동,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 (사진=현대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의선 회장은 주요 기업 총수들의 수소기업협의체 '코리아H2 비즈니스 서밋' 발족을 주도, 발군의 리더십을 드러냈다. 코리아H2 비즈니스 서밋에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한화그룹 김동관 사장, GS그룹 GS칼텍스 허세홍 사장, 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부사장,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효성그룹 조현상 부회장, 코오롱그룹 이규호 부사장 등 총수와 차기 총수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본업인 자동차 생산·판매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8월 미국과 유럽에서 동시 두 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했다. 9월에는 사상 최초로 유럽시장 점유율 3위에 등극했다. 고급화 전략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럭셔리브랜드 제네시스는 미국에 이어 캐나다, 중동, 러시아, 호주에 브랜드를 론칭했다. 올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중국과 유럽에 본격 진출, 글로벌 누적 판매 60만대 기록을 앞두고 있다.
불과 20년전까지만 해도 국제사회에 '저렴한 브랜드'로 인식됐던 현대차가 유럽과 미국 등에서 인정받으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배경에는 정의선 회장이 주도한 '고성능 N'이 있다.
[서울=뉴시스]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8일(현지시간)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 (Autocar)가 주관하는 '2021 오토카 어워즈(2021 Autocar Awards)'에서 최고 영예의 상인 '이시고니스 트로피(Issigonis Trophy)'를 수상했다. 정의선 회장이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전시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1.06.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2018년 미국 CES 현장에서 고성능차를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마차를 끄는 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전쟁에서 싸우거나 잘 달리는 경주마가 필요하다"며 "고성능차는 사람들의 로망이고 여기서 획득한 기술을 일반차에 접목할 때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현대차에 꼭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차는 세계 최정상급 모터스포츠 대회 WRC에서 2019~2020년 연속 제조사 우승 타이틀을 차지하고,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내구 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자동차시장에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국제사회에 '기술적 진보가 인류의 삶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수소산업·전동화·로보틱스 등 현대차그룹이 진행 중인 미래사업이 이 같은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
[서울=뉴시스]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8일(현지시간)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 (Autocar)가 주관하는 '2021 오토카 어워즈(2021 Autocar Awards)'에서 최고 영예의 상인 '이시고니스 트로피(Issigonis Trophy)'를 수상했다. 정의선 회장이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전시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1.06.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의선 회장은 조부이자 '범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 정의선 회장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정주영 선대회장, 정몽구 명예회장을 꼽는다. 성장과정에서 직접 보고 겪었던 조부와 부친의 성실과 검소,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추진력과 계획성이 경영인으로 자리잡는데 훌륭한 지침이 됐다는 것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매일 아침 가족들과 청운동 자택에서 함께 아침식사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식사 자리에는 해외출장이나 사업상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모두 참석하도록 했다. 정주영 회장은 사석에서 "왜 아침식사는 가족들을 모두 불러서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무래도 점심과 저녁은 사업상 밖에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침만이라도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자는 생각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의선 회장 역시 고등학생 시절 3년 정도 조부와 함께 살며 아침식사를 함께 했다. 정의선 회장은 2019년 칼라일그룹 초청 대담에서 당시에 대해 "매일 아침 5시30분 할아버지께서 기상하는 시간에 맞춰 아침식사를 했다"며 "그때 수차례 말씀해주시기를 '시류를 따라야 한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야 의미를 약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총수로서 겪어야 하는 고민의 답을 조부의 조언에서 찾고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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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은 어릴적부터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과 서울 근교에 있는 산을 오르며 부자간의 정을 쌓았다. 정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과 함께 등산을 할 때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부친의 심중을 헤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정의선 회장에게 품질에 대해 자주 강조하며 "성실하고 건강하게 일하라"는 조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회장은 정의선 회장이 대학 졸업 후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하겠다고 했을 때도, 공부를 마친 뒤 현지 일본회사에 취직하겠다고 했을 때도 "열심히 해봐라"고 격려해주며 아들을 묵묵히 지원했다. 정 회장은 사석에서 자신을 믿어준 것에 대한 감사함을 자주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창업주 정주영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을 거치며 비약적으로 성장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대에 이르러 '개방성'을 확대하며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술내재화를 강조하는 연공서열 중심의 순혈주의 문화에서 벗어나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인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 바뀌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배터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각각 회담을 갖고 K-배터리 동맹에 나섰다. 특히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에 삼성의 OLED 디스플레이를, 제네시스 GV60의 디지털키로 삼성전자 최신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3'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선대 회장 때부터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왔던 삼성과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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