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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떠들지 말라니깐"…총선 앞두고 위축되는 포털 新서비스

등록 2023.11.22 16: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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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댓글·키워드 추천·스포츠 응원 등 이용자 소통 서비스 잇단 철회

구글 맞서 한때 '커뮤니티' 서비스가 대항마였는데…

사이버 여론 조작·왜곡 논란 방지도 좋지만 이용자 소통·新 서비스 위축 우려

네이버가 지난 16일 추가한 '뉴스 댓글 내 인용답글(답글의 답글) 작성 기능'. 네이버는 해당 기능이 새로 추가된 지 4일 만에 부작용 우려로 제외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네이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네이버가 지난 16일 추가한 '뉴스 댓글 내 인용답글(답글의 답글) 작성 기능'. 네이버는 해당 기능이 새로 추가된 지 4일 만에 부작용 우려로 제외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네이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털이 바짝 엎드리고 있다. 여론 왜곡·조작 가능성 시비와 맞물려 이용자 참여 커뮤니티 서비스들이 서비스가 나오자마자 문을 닫거나 아예 빛조차 보지 못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커뮤니티 서비스의 경우 가끔 여론 왜곡의 온상으로 지목 받기도 하지만, 이용자들간 서로 정보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인터넷'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서비스란 얘기다. 구글 등 해외 빅테크와 비교해 토종 플랫폼들이 경쟁력을 발휘하던 서비스 분야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해외 빅테크들과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뉴스 댓글 내 인용답글(답글의 답글) 작성 기능'을 도입한지 나흘 만에 철회했다. 해당 기능은 기존 답글이 옅은 회색으로 나타나고 그 아래 새로운 인용답글을 달 수 있는 형태다. 기존에는 답글에 추가로 댓글이 다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이 기능을 통해 특정 답글을 지정해 '답글의 답글'을 작성할 수 있고 어떤 글에 대한 답글인지 원문도 볼 수 있게 됐다.

네이버는 해당 서비스를 도입한 취지에 대해 “댓글의 소통과 커뮤니티 기능을 더욱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X(옛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한 게시물에서 지속적으로 답글이 이어지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특정 글에 댓글과 답글이 계속 달리는 등 갈등이 발생하거나 특정인을 저격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성향을 가진 댓글 사용자끼리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네이버가 "이용자당 댓글이나 답글 작성 수가 제한돼 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결국 서비스를 조기 철회했다.

인터넷 신규 커뮤니티 서비스가 외부 압박에 밀려 폐지되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네이버와 다음은 지난 5월 AI(인공지능)가 이용자 관심사를 반영해 특정 주제 콘텐츠를 키워드로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실시간 검색어(실검)’ 부활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결국 네이버는 지난 7월 해당 서비스를 철회했다.

포털 다음은 지난 6월 논란이 지속된 뉴스 댓글을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실시간 채팅 형태로 바꿨다. 악성 댓글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취지였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지난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다음 스포츠의 클릭 응원 서비스에서 중국 응원이 과다 클릭 되면서 여론 조작 의혹이 제기됐고 다음은 결국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내 양대 포털이 커뮤니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내놓는 이유는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과거 실검 폐지로 네이버와 다음의 트래픽은 타격을 입은 사이 구글은 유튜브·안드로이드의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검색 엔진 시장에서 다음을 제치고 네이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미 다음의 국내 검색 포털 점유율은 3%대로 무너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광고 시장 위축과 트래픽 감소로 인한 포털사업 광고 감소세도 신규 서비스 개편에 플랫폼 사업자들이 앞다퉈 이유다. 올 3분기 다음의 포털비즈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832억원이다. 다음포털의 QC(검색횟수)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포털의 배너광고 등이 차지하는 네이버 디스플레이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했다.

구글·인스타그램 등에 비해 영상 콘텐츠 소비 비중이 낮은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사용자 유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커뮤니티 서비스 만한 게 없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커뮤니티 서비스 키우기에 앞다퉈 나서는 이유다. 네이버가 '오픈톡'을 연예를 넘어 스포츠 등으로 전면 확장하는 한편, 블로그, 밴드 등 기존 커뮤니티 서비스를 강화하고, 다음카페가 오픈형 커뮤니티 '테이블'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국내 영향력이 큰 양대 포털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과도한 사업자 옥죄기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실제 국내 포털 커뮤니티 서비스 출시 전략이 이미 기획 단계부터 자기 검열에 의해 좌절되는 등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내 포털 1위 네이버를 추격하고 있는 구글의 경우 실검과 유사한 ‘구글 트렌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이같은 논란에서 비껴나 ‘꼼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네이버는 기존의 시장경쟁에서 나름 입지를 잘 방어해서 생존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들이 지속적으로 위축될 경우 언제까지 그 지위가 유지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권남훈 교수는 “아직 국내 포털들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사업자 스스로 책임감을 가져야겠지만 AI(인공지능) 경쟁 상황에서 언제든지 쉽게 도태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부작용이 입증된 사례만 제재가 가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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