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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명 '블록체인'으로 바꾸니 주가폭등…"닷컴버블 재현"

등록 2017.12.22 13: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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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명 '블록체인'으로 바꾸니 주가폭등…"닷컴버블 재현"

가상화폐 열풍 "묻지마 투자" 우려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연상시키는 '블록체인'이나 ‘크립토’ 등의 표현을 회사명에 사용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이상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미한 한 음료회사가 회사명에 '블록체인'이란 표현을 넣은 이후 이 회사의 주가가 500% 폭등하는 일이 발생했다. 가상화폐 열풍이 ‘묻지마’ 투자를 낳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CNN머니 등은 21일(현지시간) ‘블록체인’ 혹은 ‘크립토’ 등 가상화폐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넣어 회사 이름을 바꾼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1990년대 ‘닷컴’ 기업들의 거품을 연상시키는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뉴욕에 기반을 둔 롱아일랜드아이스티는 21일 사명을 '롱블록체인'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롱아일랜드아이스티의 주가는 이날 오전 개장 전 거래에서 500% 넘게 치솟았다. 이 회사의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장대비 183.2% 상승한 6.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롱아일랜드아이스티는 주요 사업 전략을 블록체인 기술 개발 및 투자로 바꾸기로 한 점을 반영해 사명을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FT는 갑작스럽게 블록체인 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이 회사의 주가가 하루아침에 두 배로 뛰었다면서 이는 1990년대 정보기술(IT) 거품을 회상시킨다고 전했다. 회사명에 ‘닷컴’을 붙이기만 하면 주가가 급등했던 것처럼 이번엔 가상화폐 관련 명칭으로 이름을 바꾼 회사들이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CNN머니는 1990년대 말 아마존과 같은 성공을 꿈꾸는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회사명에 ‘닷컴’ 혹은 ‘E’를 붙인 이후 이들 기업들의 주가는 폭등하기 시작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최근 ‘가상화폐’와 ‘크립토’가 그와 유사한 거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담배회사 리치 시가스는 블록체인 기술 방향으로 역점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이 회사의 주가는 하루 새 2000% 폭등했다.

 이번 달 나스닥에 상장한 무역금융 특화 업체 롱핀(LongFin)은 블록체인 관련 벤처기업을 인수한 뒤 주가가 10배나 올랐다.

 FT는 ‘블록체인’이나 ‘크립토’ 등의 표현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 폭등 현상은 올해 일반 투자자들을 매혹시킨 가상화폐의 급등에서 비롯된 연상 작용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미 금융규제 당국들은 주식 사기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미국 증권업계 자체 규제 기관인 금융산업규제당국(FINRA)은 21일 “투자자 경보(investor alert)”를 발령했다. FINRA는 "투자자들이 잠재적인 주식 사기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처럼 고수익으로 현혹하는 기업들의 주식을 매입할 때 주의가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19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크립토’의 주식 거래를 내년 1월 3일까지 일시 중지시켰다. SEC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1월 중 주가 조작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지난 10월 회사명을 ‘크로에’에서 ‘크립토’로 변경했다.

 회사 이름을 바꾸자마자 주가의 고공행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9월 말 3.5달러(약 3800원)에 불과했던 크립토의 주가는 지난 18일 575달러(약 62만원)까지 치솟았다. 현재 회사의 시가총액은 110억 달러(약 11조9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달만 주가가 2700% 이상 급등했다. 크립토는 한때 미국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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