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해소 위해 권력관계 개선·젠더인식 전환 필요"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광주지방변호사회·광주여성변호사회가 8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지방변호사회에서 '광주 법조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보고 및 토론회'를 열고 있다. 2018.03.08.  [email protected]

 광주변호사회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토론
 "공동체 문제로 여겨야, 피해자 보호 최우선"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실질적인 성차별 해소를 위해서는 '조직 내 권력 관계 개선'과 '젠더·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성범죄 고발자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관련 제도·법률을 정비하고, 미투(#MeToo·나도 당했다·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을 사회적 변혁 운동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광주지방변호사회·광주여성변호사회는 8일 광주 동구 지산동 지방변호사회에서 '광주 법조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보고 및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정희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는 권력 관계와 구조적인 성차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지위와 근무조건에 불이익을 초래하는 등 법조계의 성폭력 문제도 사회적 위계(갑을)관계에서 발생한다"며 "고질적인 갑을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본질적 문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들은 지배·고용의 관계, 젠더 권력에 따른 이중 지배구조에 놓이게 된다"며 "반면, 남성들은 미투운동을 일부의 일탈로 여기거나 다른 사람의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젠더 권력구조와 성희롱·성폭력을 공동체 문제로 여기고 대안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투운동이 정치·선거에 이용되지 않아야 하고, 가해·피해자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처벌 강화가 범죄 예방의 효과와 비례관계에 있지 않은 만큼, '처벌을 강화하자'는 쉬운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선거 때까지 정치적 이유와 맞물려 미투운동이 계속되다가 선거 결과에 따라 미투운동이 찬반으로 나눠지는 상황이 오면 안 된다"며 "여성들은 성폭행, 미투운동 과정의 명예훼손, 사회적 방치로 인한 3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피해자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광주지방변호사회·광주여성변호사회가 8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지방변호사회에서 '광주 법조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보고 및 토론회'를 열고 있다. 2018.03.08.  [email protected]

 선유주 변호사도 성폭력의 상당수가 권력 관계에서 야기되는 점을 언급한 뒤 "우리 사회가 성폭력 행위를 암묵적으로 묵인·지지하면서 이 같은 행위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해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은 너에게도 과실이 있다' '이쯤에서 그만해라' '그 정도 행동(가해행위)는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변인의 반응을 듣는다"면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즉각적으로 싫다고 말하지 않았는지'를 탓하기 전에 피해자 스스로 피해사실을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심을 갖게 만드는 사회적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에서 광주 법조계 여성 절반 가까이가 최근 3년간 법조계 인사로부터 직·간접적인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변호사회는 이번 실태조사 보고·토론회를 계기로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참여를 의무화하고, 피해 전담 상설기구를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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