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윤호영-양희종 승부, 아직 끝나지 않았다···'6년 앙금'
【원주=뉴시스】 2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양희종(인삼공사)이 윤호영(DB)의 레이업슛을 수비하고 있다.
인삼공사 양희종, 오세근 공백 속 37분 출전 19점 7어시스트 펄펄
【원주=뉴시스】 박지혁 기자 = "(양희종이 계속 나를 수비한다면) 나로선 감사하다."(동부 윤호영 2012년 3월28일)
"윤호영은 동부에 있기 때문에 윤호영일뿐이다."(인삼공사 양희종 2012년 3월29일)
정확히 6년 전, 챔피언결정전에서 뜨거운 설전을 벌인 윤호영(DB)과 양희종(인삼공사)이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두고 베테랑 간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2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원주 DB가 두경민(29점), 디온테 버튼(26점)의 55점 합작을 앞세워 안양 KGC인삼공사에 100-93으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우승팀답게 6강 플레이오프를 치른 인삼공사보다 뒷심이 강했다.
눈길을 끈 건 윤호영(34)과 양희종(34)의 매치업이다. 이들은 우리나이로 서른다섯인 베테랑이다. 같은 포지션의 노장으로 동료들에게는 정신적 지주다. 적잖은 나이에도 허슬 플레이와 강한 정신력으로 맞섰다.
두 선수는 6년 전 챔피언결정전에서 화끈한 설전을 주고받은 장본인들이다. 동부(현 DB)와 인삼공사가 만난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윤호영이 양희종에게 판정승을 거둔 후 한 발언이 시발점이다.
인삼공사가 "(1차전에서 윤호영 수비에 실패했지만) 남은 경기에서도 양희종에게 윤호영 수비를 맡길 것이다"고 했고, 윤호영은 "나야 감사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희종이 받아쳤다. 2차전에서 인삼공사가 승리를 거두자 양희종은 "윤호영의 발언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잠도 못 잤다"며 "윤호영은 동부에 있기 때문에 윤호영이다. 다른 팀이라면 윤호영이 아니다"고 답했다. 팀과 동료들을 잘 만나서 기량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 시리즈는 6차전 양희종의 위닝샷에 힘입어 인삼공사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윤호영은 아직 챔피언 반지가 없다.
챔피언결정전이라는 잔치였기에 유쾌한 설전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만 당시 둘의 앙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도 동반 인터뷰가 불가능했다.
6년이 흘러 팀에서 맏형급이 됐다.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윤호영은 큰 경기 경험이 없는 후배들을 이끌었다. 정규리그에서 3·4쿼터 승부처에 출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단기전의 특성을 감안해 1쿼터부터 코트를 밟았다. 17분26초를 뛰었다.
양희종은 주전 센터 오세근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공수에서 쉬지 않았다. 무려 37분을 뛰었다. 앞서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 뛰어다녔다. 이날 3점슛 3개 포함 19점 7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그러나 1차전에서 웃은 이는 윤호영이다. 총 득점이 3점에 불과했지만 유일한 3점슛이 쐐기포였다. 90-89로 불안하게 앞선 4쿼터 종료 1분22초를 남기고 왼쪽 45도 지점에서 3점슛을 터뜨렸다. 3블록슛도 눈에 띈다. 이 중 양희종의 돌파를 깔끔하게 막은 것도 있다.
DB는 서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역대 최다인 플레이오프 10연패 수렁에서 탈출했다.
두 베테랑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차전은 30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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