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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진앙' 법원행정처 대수술…탈판사화 예고

등록 2018.05.31 18: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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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대법원 청사 외부 이전방안 검토

상근 판사, 사법행정 전문인력으로 대체 추진

사법행정 주요 결정, 합의제 기구서 논의토록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대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에 관여된 현직 판사들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18.05.31.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대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의혹'에 관여된 현직 판사들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18.05.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 거래'를 시도하려 한 문건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혁신을 약속하며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를 위한 대수술을 예고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25일 조사결과를 발표한 지 6일만이다.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해 김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지난 1월에 이어 두번째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을 위해 재판을 이용하려 하거나 법관들을 사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원과 조직을 완전히 분리하고, 판사 인력도 전문인력으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이다.

 31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밝힌 김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 개혁 구상은 현재의 사법행정과 법관인사 시스템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김 대법원장은 최고 재판기관인 대법원을 운영하는 조직과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 조직을 인적·물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법원행정처를 대법원 청사 외부로 이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법부의 '재판'과 '행정'을 분리하기 위해 공간의 구분부터 시행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법원행정처는 대법원과 같은 청사를 사용하며, 사실상 대법원과 한몸처럼 여겨져 왔다. 법원조직법상 사법행정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대법원에 법원행정처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며, 13명의 대법관 중 한명을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한다. 법원행정처장은 재판 업무를 하지 않지만, 직책에서 물러나면 다시 대법관 업무로 복귀하게 된다. 이 때문에 사법행정과 재판의 경계선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법원행정처에 상근하는 판사들을 사법행정 전문인력으로 대체하겠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이는 지난 1월 발표한 대국민 입장문에서 법원행정처의 대외업무를 전면 재검토하고 상근 판사를 축소해 나가겠다는 내용과 같은 취지다. 판사들이 재판 업무에 집중하도록 법원공무원 또는 외부 인력 채용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한 판사들은 소위 '엘리트 코스'로 분류돼 승진 코스를 밟아왔다. 이른바 우수한 판사들을 법원행정처에 대거 기용했고, 이들은 이후 당연한 수순으로 대부분 고등부장 승진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인사권을 가진 대법원장에 충성하며 '관료화', '수직화' 됐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사법농단 진앙' 법원행정처 대수술…탈판사화 예고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도 사법부의 관료화 심화가 이번 사태의 배경과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특별조사단은 "행정처 출신 법관의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행정처 차장의 대법관 제청이라는 인사패턴이 점점 강화됐다"며 "그에 따라 차장을 비롯해 행정처에서 근무하는 법관들이 대법원장의 인사권이라는 구심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주어진 업무에 기능적으로 함몰되는 관료로서의 성향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차장은 기획조정실장부터 4년7개월여간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했고, 그에 따라 사법행정 우위의 사고를 갖게됐다고 특별조사단은 설명했다. 임 전 차장이 차기 대법관으로 제청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한 심의관들이 그 지시에 따라 재판 거래 시도 및 판사 사찰 등의 문건들을 작성하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양 전 대법원장도 2003년 법원행정처 차장을 한 뒤 2005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분리해 발령을 내는 법관인사 이원화 제도 등 법관인사제도 개선도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폐지하고 이원화제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승진 인사를 과감히 폐지하는 등 사법부 관료화를 방지할 대책을 시행해 법관들이 인사권자나 사법행정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원 내부의 의사결정구조도 수평적인 합의제로 개편할 것을 약속했다. 사법행정의 주요 의사결정이 다수 법관이 참여하는 합의제 기구의 논의를 거치고, 법원행정처는 이를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역할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법관독립 침해시도에 대응하기 위한 '법관독립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윤리감사관을 외부 인사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사법행정 담당자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윤리기준의 구체화도 즉각 추진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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