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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英, 시작은 같았지만 결과는 달랐다…"전문가 조언 경청이 성패 갈라"

등록 2020.04.08 17: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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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정부 대응-바이오산업 신속 대응 극찬

접촉자 추적-검사 수도 성공 비결

美, 검사제한→국가·경제 '셧다운'으로 귀결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기업·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0.04.06.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기업·소상공인 긴급 금융지원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0.04.06.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한국과 미국,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시기는 지난 1월 말로 비슷하다. 하지만 두 달 반 정도 지난 현 시점에 상황은 판이하게 갈렸다. 한국은 확산세를 통제하는데 성공했지만 미국과 영국은 실패했다.

영국 버킹엄대학교 임상생화학 교수인 테런스 킬리 박사는 8일(현지시간) CNN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이 상황이 엇갈리게 된 이유를 한 마디로 '전문가 조언 경청 여부'라고 지적했다.
 
필자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영국이 첫 확진자를 보고한 것은 차례대로 지난 1월 20일, 21일, 31일이다. 그러나 8일 한국은 역유입을 포함해 53명의 새로운 확진자 발생을 보고했다. 영국은 일일 신규 확진자가 4000명, 미국은 3만명 정도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31일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알려지지 않은 폐렴'을 확인했다고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이어 열흘 뒤인 올해 1월10일 공동 연구자인 진준오 중국 푸단대 교수팀이 리보핵산(RNA) 염기서열을 발표했다. RNA 염기서열은 진단 검사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

2월4일 한국 코젠바이오텍(Kogene Biotech)진단키트는 질병관리본부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한국은 같은달 10일까지 2776명을 검사했고, 당시 확진 사례는 27건에 불과했다. 이어 같은 달 12일 씨젠(Seegene), 27일 솔젠트(SolGent)와 에스디바이오센서(SD Biosensor)가 각각 진단키트 승인을 얻었다.

이후 한국은 속도감 있게 검사를 진행했고, 무엇보다 양성 판정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추적해 격리하는 공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처음에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물밀듯 밀려들었지만 한국은 접촉자들도 놓치지 않았다. 원하는 사람은 자유롭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지금은 전 세계에서 따라하고 있는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식을 도입해 적용했다. 그 결과 한국은 국가 전체를 폐쇄할 필요도 없이 신속하게 코로나19를 통제했다.

킬리 박사는 "한국은 문재인 정부의 대응과 생명공학 산업의 신속한 대응으로 (국가나 경제를 봉쇄해야 하는)운명을 피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전역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13만7000명, 사망자가 2400명에 달하며 무섭게 확산하자 연방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규제와 격리 기간을 한 달 연장했다. 2020.03.30.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전역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13만7000명, 사망자가 2400명에 달하며 무섭게 확산하자 연방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규제와 격리 기간을 한 달 연장했다. 2020.03.30.

반면 미국과 다른 국가는 진단 키트 부족으로 검사를 제한했고, 결국 대부분의 인구와 경제를 '셧다운'해야 했다.

킬리 박사는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사실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예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안보회의(NSC) 내에 '글로벌 건강 안보 및 생물방어국'을 설립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년 전 책임자를 교체하고 성격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 세계보건기구(WHO) 감원 문제와 관련해 "나는 사업가다. 사람들이 필요 없을 때 수천 명이 있는 것이 싫다. 필요할 때 아주 빨리 되찾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할 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가 주변에 있는 것을 원치 않았던 바로 그 사람들이라고 필자는 지적했다.

킬리 박사는 문 대통령과 비교해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월30일 "과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예방 조치가 강력해야 한다"고 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에도 "코로나19가 독감보다 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갑자기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응을 비판하는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탓만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킬리 박사는 영국의 경우엔 '제한적인 조치(restrictive measures)'와 '큰 타격을 입는(taking it on the chin)' 정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확산됐고 역량 부족으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영국은 현재 사실상 전국적인 봉쇄령을 내린 상태이며,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

영국 정치인 마이클 고브는 "이 위기를 잘 극복한 정치인은 전문가들에게 매우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인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거기에 교훈이 있을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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