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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시간 평소 3배···" 울산 학교 급식조리원들 한계상황

등록 2020.06.1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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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등교개학에 노동강도 최상...조리·배식·청소에 소독까지

날씨 더워지면서 구토, 어지러움증 호소

관계기관 잦은 합동 위생점검도 부담...그만두는 조리원도 속출

시교육청 '한시적 급식도우미 운영' 발표에도 "실질적 도움 안돼"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졌던 고3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후 울산 중구 함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급식실에서 점심 배식을 받고 있다. 2020.05.20 bbs@newsis.com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졌던 고3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후 울산 중구 함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급식실에서 점심 배식을 받고 있다. 2020.05.20 [email protected]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지난 11일 울산 중구의 초등학교 급식실. 50대인 조리종사자 A씨는 부침개를 만들다가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호소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28도였고, 화기로 인해 조리실 온도는 10도 이상 높았다. 당시 A씨는 공기가 통하지 않는 방수앞치마와 모자를 쓰고 있어 체감온도는 그 이상이었다. 이날 부침개를 1000장 이상 부치면서 그 열기를 고스란히 마셨다. 조리 전에는 급식실에 약품을 뿌리가며 소독도 했다. 결국 그녀는 조퇴를 신청했다.

#울산의 기숙사형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종사자 B씨도 전면 등교수업 이후 늘어난 업무량에 땀을 식힐 틈도 없이 분주하다. 이 학교는 3식(아침·점심·저녁)을 하다 보니 소독, 청소, 배식 시간을 맞추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보통 점심 급식이 끝나면 소독과 청소를 하는데 배식이 평소보다 2시간 이상 늘다보니 저녁 조리시간과 겹친다. 그러다 보면 정작 자신의 끼니를 챙기지 못해 늦은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휴식시간 보장은 꿈같은 얘기일 뿐이다.

전면 등교수업이 이뤄진 가운데 울산지역 학교 급식실 종사자들이 늘어난 업무시간과 더위에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이 급식실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조리종사자들은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이 못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13일 시교육청과 학교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최근 학교별 배식 시간, 식탁 회전수 등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학교에서 코로나19 이전 비해 급식 시간이 2~3배 늘어났다.

학교 급식실 종사자들은 보통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일한다.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초등학교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1~2학년, 3~4학년, 5~6학년으로 나눠 3번씩 이뤄지던 배식이 전면 등교 수업 후 6번으로 늘었다. 배식을 한 번 마치고 나면 식탁과 칸막이 소독 작업을 한 뒤 다음 배식이 진행된다.

이처럼 늘어난 배식시간과 급식실 위생에 신경써야 하다보니 근무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기만 하다.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은 기대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시간외 근무가 필수적이지만 이를 인정해주는 학교는 찾기가 힘들다.

이들에게는 교육청 등 기관들의 잦은 위생 점검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 높은 노동강도를 이기지 못해 그만두는 조리 종사자들도 늘고 있다. 노동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남은 종사자들의 업무강도는 더 세지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11일 오전 약사고등학교 급식실을 방문,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방역 상황 등을 확인하고 있다. 2020.05.11 (사진=울산시교육청 제공) photo@newsis.com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11일 오전 약사고등학교 급식실을 방문,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방역 상황 등을 확인하고 있다. 2020.05.11 (사진=울산시교육청 제공) [email protected]


 시교육청은 급식 종사자들의 노동 강도 완화를 위해 학생수와 급식 시간을 고려한 급식 도우미 배치기준을 마련하고, 급식시간에 학교당 최대 3명을 배치하는 학교 급식도우미 424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급식 종사자들은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비노조 관계자는 "학교급식 도우미는 주당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로 학교 자체에서 채용을 해야하는데 점점 더워지는 날씨 속에 고된 노동강도를 요구하는 급식실 업무를 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특히 지역 외곽에 위치한 기숙사 학교나 특수학교는 도우미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점심시간 학생 열체크, 소독, 배식 업무에 도움을 받는 부분도 있지만 이후 청소 등 늘어난 업무 시간에 대한 대책은 없다. 조리원을 증원하거나 시간외 수당을 인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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