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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한은, 빅테크 지급결제 권한 두고 갈등 격화

등록 2020.11.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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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국은행.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0.11.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한국은행.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0.11.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조현아 기자 = 한국은행이 금융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재차 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두 기관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금융위는 "디지털 금융 혁신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한은은 "금통위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전날 "금융위 개정안대로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면, 중앙은행의 고유업무인 지급결제시스템 운영·관리가 금융위의 감독대상이 되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권한이 무력화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핵심은 금융위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와 같은 핀테크·빅테크에 대한 관리를 위해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하고, 금융결제원 등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에 대한 허가·취소, 시정명령, 기관 및 임직원 징계 권한을 등의 권한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조만간 의원 입법 형식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한은은 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한은의 고유 업무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한은 금통위는 한은법 28조에 따라 '지급결제제도의 운영·관리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이에 따라 한은이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한 감시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두 기관 사이에 업무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 안대로 개정되면 중앙은행의 고유 업무인 지급결제시스템 운영·관리가 금융위의 감독대상이 된다"며 "지급결제제도 운영기관의 한은 금융망 이용 여부를 승인하는 한은 금통위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급결제업무는 결제리스크 관리와 유동성 지원이 핵심이기 때문에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의 태생적인 고유 업무"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중앙은행이 지급결제시스템을 운영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한은은 금융위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실상 한은의 관할이었던 금결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금융위로 넘어간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결원은 1986년 시중은행들의 공동 출자로 설립된 지급결제 전문기관이다. 현재 시중은행 9곳과 한은 등 총 10개 회원으로 이뤄진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이주열 한은 총재가 사원총회 의장을 맡고 있다. 주식회사에 비유하면 한은은 금결원에 대한 경영권을 10분의 1 정도 보유한 셈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미 민법상 사단법인에 대한 감독권과 징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이를 금결원에 대한 권한 강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금결원에 대한 한은의 경영권 행사 여부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와 함께 한은은 빅테크·핀테크 업체의 모든 거래에 대해 금결원의 지급결제시스템에서 처리하도록 의무화하는 것도 과잉규제라며 맞서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주요국 가운데 빅테크·핀테크 업체의 내부거래까지 지급결제시스템을 통해 처리하도록 하는 나라는 중국 에 불과하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빅테크·핀테크 업체의 내부거래는 금융기관간 청산 절차가 필요없어 지급결제시스템에서 처리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이를 의무화하는건 과도한 규제일뿐 아니라 한은이 수십년 동안 안정적으로 관리해온 지급결제시스템에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위 입장은 다르다. 금융위에 따르면 거래청산은 전자거래시 발생하는 채권·채무를 차감하고, 결제금액을 확정한 다음 결제지급 지시를 내리는 것을 말한다. 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는 비교적 안정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반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핀테크를 통한 금융거래의 경우 아직 실시간 감시 체계가 없어 보다 강화된 감독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빅테크 업체를 통한 금융거래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만큼,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용자의 충전금 등이 내부자금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청산 의무화 작업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페이의 경우 사용자가 은행을 통해 선불 충전을 할 뿐 본원통화나 예금통화도 아닌 제3의 통화나 마찬가지"라며 "토스나 카카오페이 사용자들은 수취인 계좌나 계정에 금액이 찍혔기에 통화로서의 법적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들은 엄격한 감독과 규제를 받고 있고 중앙은행도 지급준비제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여하지만,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같은 경우 이러한 실시간 감시 체계가 없다"며 "내부거래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라임이나 옵티머스와 같은 금융사고를 방지하고, 혹시나 파산하더라도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혁신을 장려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고, 시스템도 갖추지 않고 혁신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권한다툼으로 끌고 갈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금융안정과 혁신, 미래를 위한 제도를 만들어놓자는 취지로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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