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SK이노, '배터리 소송' 결론 앞두고 초긴장…외신도 주목(종합)
[서울=뉴시스]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판결에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초기 전기차 시장은 한국의 배터리 제조사 간 지적재산권을 두고 논쟁을 벌이면서 곧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어느 쪽이 이기든 이 사례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이 얼마나 분열에 취약한지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WP는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州) 대규모 배터리 공장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고객사 포드와 폭스바겐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ITC가 LG화학의 편을 들어준다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며 "다만 역대 사례에서 대통령이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다섯 번 뿐"이라고 지적했다.
SK 측 로펌은 WP에 "바이든 대통령의 일자리 계획, 기후변화 대응 계획, 첨단 기술 계획, 미국 내 제조 계획 등에 바로 적용된다"며 "이 모든 것이 ITC의 결정에 포함된다"고 했다.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ement)을 내린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이의신청을 받아 들여 판결을 재검토 하고 있다. ITC는 당시 영업비밀침해 소송 전후의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 훼손 및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 등을 했다고 봤다.
당초 지난해 10월5일로 최종 판결이 예정됐으나 10월26일·12월10일로 두 차례 미뤄졌다가, 해를 넘긴 2월10일로 재차 연기됐다.
이른바 'K-배터리'가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그 주축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싸움이 길어지자 이례적으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강도높은 발언을 하며 합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지난달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K-배터리의 미래가 앞으로 정말 크게 열릴텐데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합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2조8000억원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대를 제시하는 등 양사의 입장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갈등이 길어지면서 그 골은 점점 깊어진 상태다.
현재까지 양사는 각자 서로의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ITC 통계(1996~2019년)를 들어 영업비밀 소송에서 조기패소 결정이 최종에서 뒤집어진 적은 없다는 주장과, 최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사례처럼 예비판결이 다소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최종 패소 판결을 내리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배터리 소재 부품 모두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해 사실상 미국에서 영업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도 짓고 있다. 폭스바겐과 포드를 주 고객사로 하고 있어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대규모 손해배상까지 예상된다.
ITC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려도 변수가 존재한다. 미국 행정부가 60일 안에 '비토(veto·거부권)'를 행사할 수 있어서다. 공정경쟁 등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에 한한다. 이 경우 LG-SK 배터리 소송전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 회부된다. 다만 2010년 이후 ITC에서 진행된 약 600여건의 소송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1건에 불과하다.
ITC가 예비판결을 뒤집거나 일부 인정하고 제3의 판결을 내는 경우에는 더욱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3년 간 이어진 소송의 새 국면이 열리는 모양새라 일말의 합의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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