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사각지대…부모들은 '한숨'
30세 미만 시설 이용 장애인, AZ백신 혈전 위험으로 백신 못 맞아
시설 유형에 따라 일부 발달장애인, 우선 접종 대상에서 제외
[서울=뉴시스] 최근 김천에 거주하는 정씨는 자폐성 장애인 아들(25)이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 함께 격리병동에 입원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지난달 28일 정씨와 아들이 입원해 있는 격리병동 병실 모습 2021.05.20
최근 김천에 거주하는 정모씨는 자폐성 장애인 아들(25)이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 함께 격리병동에 입원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지난달 25일 정씨의 아들이 다니는 중증장애인 보호센터에서 급히 전화가 왔다. 이 센터 원생 중 한명이 코로나로 확진됐는데 가족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가족 3명이 검사를 받은 결과, 정씨와 아내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아들은 양성으로 나왔다. 정씨 부부는 자가격리를 하면 되지만, 아들은 격리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격리병동에서 혼자 생활할 수 없는 아들 때문에 정씨는 함께 입원했다. 병실에서도 방호복을 입고 각별히 주의를 했지만, 결국 2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씨의 아들은 폐렴, 미열 등 증상을, 정씨는 근육통과 후각 상실 등 경미한 증상을 겪었고, 다행히 입원 12일 만인 지난 8일 완치돼 퇴원했다. 하지만 정씨는 장애인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지 못해 보호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씨는 18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아들과 함께 입원하는데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격리병동에 갇혀 지낸다는 것이 이렇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최근 김천에 거주하는 정씨는 자폐성 장애인 아들(25)이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 함께 격리병동에 입원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지난달 28일 격리병동에서 정씨가 방호복을 입고 있는 모습. 2021.05.20
정씨는 아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약 한달 전 만 30세 이상 원생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는데 25세인 아들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의료진이 코로나19 감염으로 형성된 항체는 약 3개월간 지속돼 그동안 백신을 접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줬다”면서 “3개월 이후 아들이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장애인과 관련 특수교육시설 종사자는 우선 접종대상에 포함돼 있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다.
다만 젊은 층에서 접종 후 혈전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잇따라 방역 당국이 만 30세 미만에게 아스트라제나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중단하면서 30세 미만 장애인들은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상태다.
[서울=뉴시스] (사)발달장애인과 세상걷기 이진섭 대표(오른쪽)와 그의 아들인 이균도.
특히 마스크 착용이 불가능한 일부 발달장애인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시설 유형에 따라 일부는 백신 접종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도 있다. 정부의 접종 계획에 따르면 장애인은 2분기 접종 대상자이지만, 장애인 거주·이용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에 국한됐다.
만 18세 이상의 발달장애인이 이용하는 주간시설은 보호센터와 활동서비스센터 두 가지가 있다. ‘(장애인) 시설’로 인가를 받아 정부지원을 받는 보호센터 이용자는 코로나19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로 지정됐지만, 시설로 지정받지 못한 활동서비스센터 이용자는 우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실정이다.
사단법인 '발달장애인과 세상걷기' 이진섭 대표는 “발달장애인 절반가량은 마스크 착용 자체가 어렵다”면서 “방역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만, 16명의 발달장애인들과 8명의 교사들이 같은 공간을 이용하고 있어 매일 살얼음 위를 걷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자폐성 장애인 아들 이균도(29)씨를 키우면서 장애인 인권운동 활동을 하고 있는 이 대표는 부산시 기장군에서 주간활동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6명의 발달장애인이 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사단법인 '발달장애인과 세상걷기'가 운영하는 주간활동서비스센터에서 발달장애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모습.
이런 발달장애인의 백신 소외 문제는 정부의 장애에 대한 인식 부재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정부는 전 국민 70% 코로나19 면역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 백신 접종 사각지대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대비하지 않으면 장애인들은 또 다시 소외와 차별 속에서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장애인들이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장애인 단체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우선 접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면역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거나 의사 표현 능력이 떨어져 부작용 발생시 더 취약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발달장애인 등 접종이 필요한 경우를 선별해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고려돼야 한다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이 어렵거나 계속 병원에 다녀야 하는 장애인들은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우선 접종 대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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