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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백신 접종 완료자 격리면제, 외교적 패착 우려

등록 2021.07.11 09: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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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지적

"미국, 중국 방역 완화 이유로 압박 가능"

"중국 입국 증가할수록 서구 입국자 감소"

"격리면제에도 中 합당한 상응조치 안 해"

[라파스=AP/뉴시스]볼리비아 정부가 18~30세 사이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캠페인을 시행해 5일(현지시간) 라 파스의 산 안드레스 국립대학에 마련된 접종소에서 광대 차림의 한 남성이 시노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2021.07.06.

[라파스=AP/뉴시스]볼리비아 정부가 18~30세 사이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캠페인을 시행해 5일(현지시간) 라 파스의 산 안드레스 국립대학에 마련된 접종소에서 광대 차림의 한 남성이 시노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2021.07.06.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정부가 이달부터 중국산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격리를 면제하고 있는 가운데 이 조치가 외교 측면에서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1일 '중국산 백신 접종완료자 격리면제의 쟁점과 향후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7월1일부터 시행된 해외 예방접종 완료자 입국관리체계 개편방안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사용을 승인한 백신을 접종하면 어떤 백신을 접종했든지 간에 예방접종 완료로 인정한다는 것"이라며 "WHO의 긴급사용 승인과 광범위한 접종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우려와 불신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중국산 백신을 접종한 지역의 코로나 상황이 오히려 악화되면서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실제로 시노벡 백신을 주로 사용하는 칠레에서는 51%라는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하루 5000명 가량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인도네시아에서도 시노벡 백신을 접종한 350여명의 의료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중국 내에서 중국산 백신만 접종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 입국자들은 거의 대부분 중국산 백신 접종자"라며 "가족 방문을 목적으로 입국한 사람들은 각각의 사정에 따라 입국 후 전국 각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현재 추진되고 있는 트래블 버블과는 달리 이들의 방역 상황을 모니터링하거나 동선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중국산 백신 접종자 격리면제 조치가 미중 간 경쟁 구도 속에서 외교적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메단=AP/뉴시스]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동북부 메단에서 인도네시아군이 대규모 백신 접종을 시행해 한 주민이 시노백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2년 3월까지 인구 2억7000만 명 중 1억8100만 명 이상을 접종 목표로 하고 있으나 백신 공급 제한과 국가보건시스템의 미숙 등으로 진행이 더뎌지고 있다. 2021.06.24.

[메단=AP/뉴시스]2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동북부 메단에서 인도네시아군이 대규모 백신 접종을 시행해 한 주민이 시노백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22년 3월까지 인구 2억7000만 명 중 1억8100만 명 이상을 접종 목표로 하고 있으나 백신 공급 제한과 국가보건시스템의 미숙 등으로 진행이 더뎌지고 있다. 2021.06.24.

이 위원은 "미중 간 전략경쟁구도 속에서 중국산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문을 꾸준히 제기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서구국가들이 한국의 방역 상황을 하나의 레버리지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극단적인 경우 미국 등 서구국가들이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대한 입국 및 방역 조치 완화를 빌미로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중국산 백신 접종자 격리면제는 정부가 다른 나라들과 추진 중인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 구상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이 위원은 "방역신뢰국가들 간의 트래블 버블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방역외교가 타격을 받고 한국의 선택권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며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는 중국산 백신 접종완료자의 입국이 증가할수록 서구국가들로부터의 입국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작년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생했을 때 한국이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음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입국금지 조치를 받았던 일을 기억해야 한다"며 "현재 세계 각지에서 변이바이러스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대한 격리면제 조치로 인해서 국내 방역 상황에 대한 오해가 확대되거나 심지어 국내 코로나 사태가 악화된다면 트래블 버블 추진은 물론 현재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타국과의 인적 교류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격리면제가 중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 역시 제기된다.

[서울=뉴시스] 자오리젠 중국 대변인.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 자오리젠 중국 대변인. (사진=뉴시스DB)

이 위원은 "중국 정부는 한국의 개편방안에 대해서 상응하는 조치를 하거나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은 한국의 격리면제 조치에 대해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중국의 방역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격리면제가 어렵다면 적어도 입국절차 완화나 격리기간 중 편의 제공 등을 논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중국으로부터 합당한 상응조치를 받지 못함으로써 올해 4월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합의했던 패스트트랙의 범위 확대 등의 방역협력 강화가 무색한 상황이 벌어졌고 한중 간에 상호주의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국내에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그러면서 "중국에 호의를 제공함으로써 그 반대급부로 향후 한중 경제교류나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와 의심이 제기된다"며 "이는 향후 방역 정책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고 코로나 방역과 종식에 필요한 국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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