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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낙대전 못잖은 '尹洪 대전'…진흙탕 싸움에 '원팀' 우려

등록 2021.11.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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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후보 선출 앞두고 윤-홍 캠프 네거티브전 점점 격화

상대 캠프 대변인 고소에 '불법 선거운동' 녹취 등으로 맞불

"통합은커녕 화해도 물 건너가" "경선 후 후유증 조정 필요"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후보자 10차 토론회에서 윤석열, 홍준표 후보가 기념촬영을 마친 후 돌아서고 있다. 2021.10.3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후보자 10차 토론회에서 윤석열, 홍준표 후보가 기념촬영을 마친 후 돌아서고 있다. 2021.10.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당원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경선 흥행에는 청신호가 켜졌지만, 경선 열기와 비례해 막판 폭로, 비방전도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여당이 경선 후유증을 앓고 한동안 '원팀 정신'이 흔들렸듯이 국민의힘도 경선 막판 비방전이 과열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경선 후유증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양강인 윤석열·홍준표 후보 간 격한 감정싸움이 벌어지면서 양측간 앙금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의 '명낙 대전'을 연상시킬만큼 막장 싸움을 방불케 하는 윤석열·홍준표 캠프 간 신경전은 당원투표 직전인 지난 30일 서울대 동문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라온 이른바 '공천 협박' 논란 게시글이 도화선이 됐다.
 
홍 의원 측이 "해괴망측한 짓" "정계 퇴출" 등의 비난을 쏟아내자, 윤 전 총장 측은 "구태정치 끝판왕" "더티 정치"라고 반발하고, 당사자로 지목된 윤 전 총장 캠프 종합지원본부장인 권성동 의원 역시 "중상모략 하느냐"고 홍 의원을 겨냥한 음모론을 펴면서 양측 갈등이 격화됐다. 급기야 권 의원이 홍준표캠프 대변인 등을 정식 고소하면서 법적 공방으로 치달았다.

윤 전 총장 측의 강수에 홍 의원 측에서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에 대한 '윤석열 지지' 연판장 서명 강요, 당을 사칭한 윤 후보 지지 선거운동, 대리투표 유도 행위 의혹, 짝퉁 '박사모' 지지선언 등을 경선 투표기간 동안 추가로 폭로하거나 기존 논란을 재점화하면서 맞불을 놨다. 홍 후보 측은 울산지역 각 당협위원회에 윤석열 후보 지지 문자를 발송하도록 하는 등 조직 선거운동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박성민 울산시당위원장의 사퇴도 촉구했다.
 
홍준표 캠프 이언주 공동선대위원장은 3일 TBS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측 지지자의 당 사칭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국민의힘 성북지부' 통화녹음파일을 들려주며 "공당을 사칭하고 당원을 기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의 선거운동에 대해서도 "당협위원장들한테 연판장을 돌렸는데 사인을 사실상 굉장히 강요당하는 느낌"이라며 "구태 정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여명 홍준표 캠프 대변인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박성민 울산시당위원장 사퇴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0.3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여명 홍준표 캠프 대변인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박성민 울산시당위원장 사퇴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0.31. [email protected]

윤 전 총장 측도 반격했다. 우선 줄세우기 논란에 대해 윤 전 총장 캠프는 "국민의힘 당헌·당규 어디에도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런 허위사실 유포야말로 당헌·당규는 물론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부정하고 위법한 행위"라고 맞받았다.

홍 의원에 대한 비방 수위도 갈수록 높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당원투표 하루 전날인 지난 31일 마지막 경선토론에서 홍 의원의 여론조사 지지율 이면에 여권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작동한 것으로 의심하고 "꿔준표"라고 조롱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시작된 3일에는 윤 전 총장 캠프의 이상일 공보실장이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과 국민의힘 당원은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을 외치는 홍준표 후보를 '무여홍(무모하게 여당측 환심을 사려 한 홍준표)'로 규정했다"며 여권 지지층의 홍 의원에 대한 역선택 취지의 비판을 이어갔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측 사이의 네거티브전에 유승민 의원 쪽도 가세했다. 

유승민 캠프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 첫 날인 3일 부정 경선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SNS상을 중심으로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당원이 전화를 받았을 때 대응하는 방법이 급속도록 퍼지는데 진원지로 윤 전 총장 쪽을 의심했다. 예를 들어 "당원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거짓말을 하라고 시키고, '윤석열'을 선택하라는 내용"이다

유승민 캠프는 "이와 같은 불법 투표를 조장하는 행위는 공정한 경선을 방해하는 범죄행위"라며 "확산되는 메시지들이 모두 '윤석열' 선택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윤석열 후보는 이런 메시지 출처와 무관하다면 유포자에 대해 형사 고소를 하고 그 중단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윤 전 총장 지지자로 알려진 서민 교수가 유튜브 채널에 '윤석열을 위해 홍어준표 씹다'라는 제목의 동영상 섬네일(thumbnail·미리보기 이미지)을 올려 호남 비하 논란을 일으키자, 유승민 캠프는 즉각 "윤석열 후보의 만사(萬事) 아닌 망사(亡事) 수준 인사(人事)는 온갖 인재(人災)를 만들어 국민의힘 정권 교체에 재앙(災殃)이 되고 있다"고 맹공을 가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 발표에 앞서 권성동 종합지원본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2021.10.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 발표에 앞서 권성동 종합지원본부장과 대화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2021.10.21. [email protected]

유 전 의원도 "윤석열 후보 본인이 5·18과 12·12에 대해서 망언하고 그 직후에 소위 개한테 사과 주는 걸로 뒤통수를 치고 그 캠프 사람들이 호남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걸 보고 굉장히 충격적"이라면서 "해당행위"라고 맹비판했다.

특정 캠프의 소위 '줄 세우기' 논란에 대해서도 유 전 의원은 "정치를 어떻게배웠는지 모르겠는데 시작한 지 몇달 안 되는 분이 당협위원장 줄세우기를 하고 특히 모 대학 자유게시판에서 나왔던 당협위원장에 대한 공천협박이 사실이라면 정말 구태 중의 구태"라며 "후보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일갈했다.

대선후보 최종 선출을 앞두고 비방전이 격화되자 당 내에서는 "누가 당 후보가 되더라도 통합은커녕 화해도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캠프 지지자 간 물리적 폭력이 발생할 만큼 경선 열기가 과열되자 이준석 당대표의 공개 경고도, 초선의원들이 각 후보들에게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호소한 집단성명도 무색해졌다.

한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비방전이 바람직스럽지 않은데 경선열기가 과열되더라도 고소고발로 가는 것도 적절치 않다"며 "경선이 끝나고 나면 하나의 원팀이 되기 위해선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겠나. 끝나고 나서 후유증이나 갈등 이런 부분을 조정하고 중간에 나서서 조정하고 화해시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의 한 당협위원장은 "2007년 한나라당 때 이명박-박근혜 대선후보 경선이나 민주당 명낙대전에 비하면 우리 당의 비방전은 애교 수준이라며 "경선 막판에 지지율을 좀 더 끌어올리기 위해 네거티브전이 심해진 측면은 있지만 통상 역대 선거와 비교하면 그렇게 지나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대선 이후 원팀이 가능하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건 걱정하지 말라"며 "경선 끝나고 원팀이 되느냐 안 되느냐, 그건 진 사람이 깨끗이 승복하고 이긴 사람이 화끈하게 포용하면 된다. 모든 후보가 그 정신만 갖고 있다면 원팀 되는 데 아무 문제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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