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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의 밥그릇 쟁탈전…국립대 총장 투표비율 내홍

등록 2021.11.15 07: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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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독식 선거 반발 직원·학생 "대통령도 1인 1표"

충북대 (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충북대 (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충주=뉴시스] 이병찬 안성수 기자 = 애매한 개정 교육공무원법 때문에 새 총장 선거를 앞둔 국립대 구성원들이 밥그릇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교수들이 거의 독식하던 총장 선거권을 직원·재학생과 나누라는 게 법 개정 취지지만, 이를 자율 합의에 맡기면서 상아탑 내 집안싸움만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충북대와 한국교통대 등 국립대에 따르면 내달 말 발효하는 개정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이 이후 총장 선거를 치를 국립대는 교수, 직원, 학생 등 총장 선거권을 가진 학내 3개 주체가 투표 비율을 합의해야 한다.

개정 법은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총장 후보를 선출하도록 했던 것을 '교원, 직원, 학생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선정하도록 변경했다.

지금까지는 방식과 절차를 임의로 정했던 교수들의 투표를 80% 이상 반영해 총장을 선출해 왔다. 교직원과 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은 고작 20% 이내였다.

총장 후보 선출 방식 결정을 교원(교수)에게만 맡기면서 직원과 학생은 사실상 들러리였으나 법 개정에 따라 직원과 교원도 주도적으로 총장 선출에 참여하게 됐다.

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교수들은 "총장이 교육과 학문 발전에 집중하기 보다 구성원 이해관계를 대변하게 된다"면서 반발했으나 직원과 학생은 "학생이 대학의 주인이 되는 바른 모습"이라고 반겼다.

개정 법을 적용한 첫 국립대 총장 선거는 교통대와 충북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 총장들의 임기가 각각 내년 6월과 8월에 끝나기 때문이다.

예년의 경우 총장 임기 종료 1개월 이전에 새 총장 임용 후보자를 선출해 교육부에 추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총장 선거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충북대보다는 교통대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2017년 11월 총장 선거 때 교통대에 내걸린 직원단체의 항의 현수막.(사진=뉴시스DB)

2017년 11월 총장 선거 때 교통대에 내걸린 직원단체의 항의 현수막.(사진=뉴시스DB)

국립대 총장 선거는 반드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야 한다. 선거일도 선관위와 협의해 정해야 한다.

내년 대통령 선거일(3월9일) 전 30일과 선거일 후 20일, 지방선거일(6월1일) 전 60일과 선거일 후 20일 이내는 다른 선거일로 정할 수 없다는 관계 법령에 따른 '물리적' 요인도 걸림돌이지만, 이보다 공전을 거듭하는 구성원 투표 비율 합의가 발목을 잡고 있다.

"선거를 하려면 선거권자 투표 비율 먼저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인 충주시 선관위는 교통대 측에 교원-직원-학생 간 합의부터 요구한 상태다.

대선과 지선 일정 탓에 선거일 잡기가 쉽지 않은 데다 구성원 투표 비율 합의가 장기화하고 교육부의 '교통정리'까지 늦어진다면 두 국립대의 총장 공백 상황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교통대의 한 관계자는 "투표 비율을 구성원 합의로 정하도록 한 무책임한 개정법 때문에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는 교수와 이를 나누자는 직원·학생 모두 신경이 곤두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 직원 단체의 한 관계자는 "총장보다 큰 대통령 선거도 국민 모두 1인 1표를 행사한다"면서 "그동안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던 교수들도 이제는 학생이 주인이 되는 공정한 대학 운영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마련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총장 선거 학내 구성원 투표 비율도 시행령으로 정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교수, 직원, 학생 자율적인 투표 비율 합의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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