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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홈 어드밴티지로 둔갑한 프로축구 비매너

등록 2021.12.17 15: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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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안경남 기자 = 잔류와 승격의 갈림길에서 '4분의 마법'으로 극적 생존한 프로축구 강원FC가 '볼보이'의 고의 지연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은 강원FC의 4-1 역전 드라마로 끝났다.

앞서 8일 1차전 원정 경기에서 K리그2 대전하나시티즌에 0-1로 져 강등 위기에 몰렸던 강원은 홈에서도 전반 16분 선제골을 내주며 벼랑 끝까지 내몰렸으나, 전반 26분부터 30분까지 4분 동안 3골을 폭발시키며 기적 같은 뒤집기에 성공했다.

추가시간 한 골을 더 추가한 강원은 1, 2차전 합계 점수에서 4-2로 앞서며 다음 시즌도 K리그1에서 계속 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용수 강원 감독의 '4분 마법'은 경기 후 '볼보이 비매너'에 완전히 가려졌다.

강원이 합계 점수 3-2로 앞선 상황에서 구단 산하 유스팀 선수 볼보이가 상대 팀인 대전에게 고의적으로 공을 늦게 전달했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대전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민성 대전 감독은 벤치를 박차고 나와 대기심에게 거세게 항의했고, 일부 대전 원정 팬들은 볼보이를 향해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패배 후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이 감독은 "깨끗하게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며 강원 볼보이의 지연 행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논란이 가중된 건 이후 강원의 대처였다. 승자인 최 감독은 "전 세계 어디에나 홈 어드밴티지가 있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강원이 대전 원정에서 비슷한 상황에 놓였어도 홈 어드밴티지란 말을 했을지 의문이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인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도 경기 후 강원 지역지와 인터뷰에서 "유럽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황당한 발언을 이어갔다.

유소년 선수들을 관리하고 교육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구단 대표가 오히려 잘못된 행동을 보호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표의 말처럼 유럽에서도 홈팀 볼보이의 지연 행위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강원의 볼보이처럼 공이 골라인을 밖으로 향해도 아예 방관하는 경우는 드물다.

중계 화면에 잡힌 강원 홈구장 볼보이들은 엉뚱한 방향으로 공을 던지거나 자신 앞으로 공이 지나가도 주우러 가지 않고 가만히 앉아 노골적으로 시간을 지연했다.

상대 팀인 대전은 물론 심판진이 주의를 주고, 경기 감독관이 나서 볼보이를 교체할 정도였다.

강원 볼보이들이 사전에 모의한 건인지, 팀이 앞선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행동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홈 어드밴티지는 말 그대로 '홈 팀에 유리한 점'이 돼야 한다. 볼보이의 고의 지연처럼 '원정 팀에 불리한 점'이 돼선 안 된다.

그리고 한국 축구의 미래인 볼보이들의 지연 행위를 두고 '홈 어드밴티지'라 감싼 이 대표의 행동도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다. 그들의 논리라면 앞으로 홈에서 강원을 만나는 팀들의 볼보이는 공을 주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이를 본 K리그 타 구단 관계자는 "앞으로 강원과 경기에선 볼보이가 공을 안 줘도 되겠다"며 혀를 찼다.

결국 논란이 커지자 이 대표는 이틀 뒤에서야 공식 사과문을 통해 "매끄럽지 못했던 경기 진행에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덧붙여 "앞으로 보다 성숙하고 성장해 나가는 K리그의 강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우리만 좋으면 됐다'는 강원의 사고는 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줬다. 볼보이 논란을 수습하기엔 너무 늦은 사과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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