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독과점 논란 항공 빅딜…'조건부 승인' 최선인가

등록 2022.02.22 01:11: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자수첩]독과점 논란 항공 빅딜…'조건부 승인' 최선인가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1+1이 되면 2 이상의 시너지가 되기 위해서 기업결합을 하는건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판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독과점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업계는 이 결정이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판단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두 항공사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잠정 결론 내렸다. 결합 시 독점 노선 등으로 인해 시장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결국,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하되 대한항공의 슬롯과 운수권을 국토교통부가 동시에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이 결정은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확보 취지에 어긋난다. 슬롯과 운수권은 대한항공 수익과 직결되는 대부분 알짜노선 위주로 재분배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중국 노선 주요 운수권과 미국 노선 관련 슬롯의 경우 경쟁이 적어 그만큼 수익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효용 가지가 높은 노선이다.

게다가 점유율이 높은 장거리 노선의 운수권 및 슬롯을 회수하더라도 이를 수용할 저비용항공사(LCC)도 마땅치 않다. 현재 중장거리 노선을 뛸 항공기가 없거나 취항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항공사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또 노선이 줄어들면 항공사 운영 축소도 불가피하다. 당초 대한항공은 양사간 M&A로 인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지만 노선 축소는 유휴인력이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업계가 우려하는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한항공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월 아시아나 인수 후 시너지 효과와 인수 계획 등을 발표하면서 당시 아시아나와 통합 시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면 당초 기대했던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합병을 유도했으면서 오히려 독과점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조건부 승인을 내리는 것은 항공산업 경쟁력을 훼손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미국·일본·EU 등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대응에 신중해야 한다. 이들 중 한 국가라도 승인조건으로 핵심노선 매각을 요구하거나 불허할 경우 두 회사의 인수합병 자체가 무산될 공산이 크다.

공정위의 최종 결정이 임박했다. 항공업은 여타 다른 산업과 달리 국력과 직결되는 국가기간산업이다. 공정위는 독과점 틀에만 매몰되지 말고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 측면도 고려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