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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적막한 프로야구 경기장, 20년전 암흑기 같다

등록 2022.04.18 0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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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적막한 프로야구 경기장, 20년전 암흑기 같다


[서울=뉴시스] 문성대 기자 = "요즘 프로야구 직관 재미 없죠. 야구장에 관중도 별로 없고, 육성응원 금지 때문에 큰 소리로 응원하는 것도 눈치 보이고요. 주중엔 원정팀 응원단마저 없어서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는 것 같아요." 지난 14일 수원 KT위즈파크를 찾은 두산 베어스 팬이 이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2년 전부터 이어진 코로나19의 공포는 한국 스포츠계에 큰 타격을 줬다.

실내 스포츠인 프로배구의 경우, 2019~2020시즌 남녀부 모두 리그가 조기 종료됐고, 2021~2022시즌 남자부만 간신히 시즌을 마쳤다.

프로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상당기간 무관중으로 시즌이 치러졌고, 10~50% 등 거리두기에 따라 관중 제한이 있었다. 육성 응원도 금지됐고, 취식도 금지됐었다.

지난 14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지난해 통합 우승팀 KT 위즈와 8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두산 베어스가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관중은 턱없이 적었다. 내야에만 관중이 몰려있을 뿐 외야 쪽 관중석은 텅텅 비어 있었다. 두산의 원정 응원석은 응원단마저 없었다. 두산은 득점을 해도 응원석에는 응원가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다.

마치 2000년대 초반 한국 프로야구의 암흑기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원정팀 공격 때는 외야에서 어린이 한 명이 내지른 소리가 내야 끝까지 생생하게 들릴 정도로 적막하다. 삼삼오오 골수팬만 모여 있던 20년 전 야구장 분위기와 흡사하다.

주말인 지난 16일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이 맞붙었던 잠실구장도 관중 1만명을 채우지 못했다.

관중 입장에서는 마스크를 써도 육성응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답답하다. 일부 관중들은 득점이 되는 순간 박수를 치고, 선수 이름을 연호하곤 하지만, 곧바로 경기진행요원은 "육성응원 하시면 안됩니다"라고 이를 제지한다.

마스크를 벗고 치킨과, 맥주, 커피 등 음식물은 먹어도 되는데, '마스크 쓰고 응원하는 건 안된다'란 논리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제 영화관에서도 취식이 가능하다.

KBO의 한 관계자는 "육성응원에 대해서 여러 차례 정부에 이야기를 했는데 요지부동이다. 실외 마스크 착용이 계속 유지되면 육성응원도 계속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상황을 지켜보고 정부의 지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2년간 구단들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심각하게 자금난에 시달려 자산을 처분한 구단도 있다. 체육계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방역지침이 완화된 현재,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시기이다. 구장에 관중이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빈 자리를 계속 비워두는 게 맞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구단은 팬 사인회, 가족 단위 관객들에게 주는 혜택, 팬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모색해야 한다. 마케팅만 제대로 했다면 야시엘 푸이그와 이정후를 보유한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 고척 스카이돔에 774명의 관중만 오는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800만 관중은 이제 꿈처럼 아득해진 느낌이다. 서울 라이벌 두산과 LG 트윈가 맞붙는 만원 잠실구장, 주황색 물결로 수놓은 사직구장, "한화라서 행복합니다"를 열창하는 한화 이글스 팬 등 뜨거운 함성이 그립다. 팬들로 가득찬 프로야구의 진짜 봄은 멀게만 느껴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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