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철강재 출하, 이틀새 15만t 막혔다…車·조선·가전 산업현장 곳곳 '적신호'

등록 2022.06.09 00:01:00수정 2022.06.09 01:57: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7~8일 포스코·현대제철 15만t 출하 지연

현대차 울산공장, 가동 중단 우려 커져

파업 장기화 시 산업계 곳곳 타격 불가피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화물연대가 이틀째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출입문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오고 가는 납품차량을 지켜보고 있다. 2022.06.08. bbs@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화물연대가 이틀째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출입문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오고 가는 납품차량을 지켜보고 있다. 2022.06.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화물연대의 전면 파업이 이틀째 이어지며 산업계 곳곳에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산업 전체 소재로 쓰이는 철강재 납품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철강 소재난이 가장 큰 걱정거리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현재 생산현장에서 재고물량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파업 장기화 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이어진 화물연대 파업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에서 최소 15만톤(t) 가량의 철강재 출하가 지연됐다. 포스코는 지난 7일 포항제철소 하루 출하량(4만9000t)의 약 40%인 2만t을 출하하지 못했다. 이날 광양제철소에서도 1만5000t 가량 출하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8일에도 동일한 상황이 지속되며 출하 지연 물량은 포항제철소 4만t, 광양제철소 3만t으로 전날에 비해 2배 늘어났다.

현대제철 또한 이틀간 포항공장 1만8000t을 포함해 당진·인천·순천·울산공장 등 전국 공장에서 약 8만t의 물량을 내보내지 못했다. 철강사 한 관계자는 "화물연대 전면 파업이 이틀째 이어지며 출하 지연 물량이 2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철강재가 제때 납품되지 못하면서 자동차, 조선, 가전사들은 소재난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자동차는 자동차강판을, 조선사들은 후판을, 가전사들은 컬러강판과 아연도금강판 등을 소재로 제품을 생산한다. 제품 생산에 가장 기초가 되는 소재가 없으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면 생산 현장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고 적시생산방식(JIT·Just In Time)을 택하고 있는 완성차는 철강 소재난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산업군이다. 자동차는 부품 일부만 납품되지 않아도 생산할 수 없는 구조다. 때문에 납품 차량이 수없이 드나드는데 실제 현대차 울산공장의 경우 하루 평균 납품 차량이 오가는 횟수가 1만1000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8일 오후 2시부터 완성차 공장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오가는 화물연대 소속 납품차량 운송 거부에 들어가며 가동 중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별다른 납품 차질은 빚어지지 않아 모든 생산라인이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와 가전사들은 현재 확보해 둔 재고물량으로 생산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역시도 임시방편일 뿐 파업이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車업계 "부품 하나라도 없으면 생산 차질…엄정 대응"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부산 남구의 한 주차장에 운행을 멈춘 대형 화물차가 줄지어 서 있다. 2022.06.08.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부산 남구의 한 주차장에 운행을 멈춘 대형 화물차가 줄지어 서 있다. 2022.06.08. [email protected]


자동차업계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극단적인 이기적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 엄격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와 르노코리아 협신회 등 자동차산업 관련 10개 기관·단체는 이날 파업에 나선 화물연대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자동차공학회,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현대기아협력회, 한국지엠협신회, 쌍용협동회 등이 연합해 2019년 발족한 단체다.

이들은 "최근 화물연대가 코로나 펜데믹 영향, 차량용 반도체 수급 등 글로벌 공급 위기에 더해 탄소중립과 미래차 전환 등의 구조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업이익 감소와 적자 확대로 인한 생존위기에 처한 자동차 업종을 대상으로 파업과 물류 방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극단적인 이기적 행동"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자동차부품업체들의 경우 1차 협력업체(상장사 83개사 올해 1분기 기준)만 하더라도 전년 동기 대비 약 60%(49개사)의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적자를 낸 업체도 약 30%(24개사)에 이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어 "특히 화물연대 내부에서도 일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등 요구사항은 자동차 물류 업종의 경우 임금이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수준보다 높아 해당이 없다며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조립산업 특성으로 인해 한 가지 부품이라도 물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전체 자동차 산업의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약점을 악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완성차 탁송이나 부품물류 등 자동차관련 물류업종은 안전운임제보다 높은 운임을 지급하고 있어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에 해당되지 않고 안전운임위원회 등의 활동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약 3만개의 부품 조립으로 생산되는 자동차 산업은 전형적인 조립산업이자 적시생산방식(JIT·Just In Time)으로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물류가 원활하지 않아 부품이 하나라도 공급이 되지 않으면 완성차 생산이 중단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들 기관·단체는 화물연대를 향해 "자동차업계의 가동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파업과 물류방해 행동이나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이어 "요청에도 불구하고 파업 등으로 인해 우리 업종에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 고발, 고소 등 법적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행정·사법당국에 대해서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엄격한 법 집행을 신속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원자재 조달 차질에, 납기 못 맞추고…화주 피해 112건

[의왕=뉴시스] 김종택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 확대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운행을 멈춘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2022.06.07. jtk@newsis.com

[의왕=뉴시스] 김종택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 확대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운행을 멈춘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2022.06.07. [email protected]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일부 화주기업들이 수입 원자재를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고 납품 지연을 겪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화주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이날 오후까지 유선 및 온라인을 통해 접수된 애로사항은 총 112건이다. 피해 내용으로 ▲원자재 조달 차질 ▲생산 중단 ▲물류비 증가 ▲납품 지연 ▲위약금 발생 ▲선박선적 차질 등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수입과 관련된 피해가 44건(39.3%), 수출 관련 피해가 68건(60.7%)이다. 수입 중에서는 원자재 조달 차질이 19건(17.0%), 생산 중단이 12건(10.7%), 물류비 증가가 13건(11.6%)을 차지하고 있다.

또 수출과 관련해서는 납품 지연이 25건(22.3%), 위약금 발생이 29건(25.9%), 선박 선적 차질이 14건(12.5%)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원자재 조달 차질과 관련해 화장품 내수기업인 A사의 경우 수입 원자재 화물을 본사로 운송하지 못하고 있어 2억원 수준의 생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자체 트럭 운송도 화물연대 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차량부품을 수출하는 무역업체인 B사 역시 중국에서 수입한 화물을 인천항에서 반출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로 인해 생산라인이 중단돼 최대 10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화학제품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업체인 C사의 경우에도 물류 중단으로 인한 체선료 및 보관비용 추가 발생을 걱정하고 있다.

삼계탕·오리털 등을 생산 수출하는 업체인 D사는 오리털을 생산 직후 출고해야 하는데도 사흘에 13t 규모로 생산되는 물량을 출고하지 못할 경우 하루 2000만원꼴의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해외 바이어에 납기 위반으로 위약금을 우려하거나 겨우 확보한 선박에 수출 물량을 선적하지 못해 피해를 입는 기업 등이 발생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는 7일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화물자동차 안전운임 확대 및 일몰제 폐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입제 폐지와 노동기본권 확대 및 산재보험 확대 등도 주요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적·과속 운행이 잦은 화물운송 종사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 화물차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화물차주 및 운수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