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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월드클래스 손흥민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

등록 2022.06.17 08: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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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23일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최종전은 한국 축구대표팀 간판 손흥민(30·토트넘)의 월드클래스 논쟁에 마침표를 찍은 날이었다.

아시아 선수가, 그것도 세계 최고의 리그로 불리는 EPL에서 단 한 개의 페널티킥 없이 득점왕에 오른 건 세계 축구사에 남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제는 한국 축구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2002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20년 전만 하더라도 스포츠뉴스 1면을 장식할만한 큰 이슈였다. 심지어 유럽 빅리그에서 득점왕을 오른다는 건, 만화와 영화에서나 가능했다.

손흥민이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 건 그가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산소탱크로 뛰었던 박지성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른 2018~2019시즌쯤이다.

월드클래스란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칭할 때 쓰는 용어다.

당시 손흥민이 아시아 선수로서 대단한 일을 해낸 건 맞지만, 월드클래스로 불리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심지어 손흥민의 부친인 손웅정씨도 "흥민이는 절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손흥민을 월드클래스 선수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3년 전이라면 논쟁이 될 만한 주제였지만, EPL 득점왕 타이틀을 커리어에 추가한 선수를 월드클래스로 부르지 않는 건 솔직히 억지에 가깝다.

최근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한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EPL이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페널티킥 없이 순수한 필드골만으로 득점왕에 올랐다는 건, 월드클래스가 아닌가요?"라며 오히려 반문했다. 논쟁의 여지가 필요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손흥민의 달라진 위상은 이달 A매치 4연전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브라질 축구대표팀에서도 손흥민은 스타였다.

월드클래스로 불리는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와 경기 후 유니폼을 교환했고, 브라질 대표팀 라커룸에서도 센터에 앉아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이래도 손흥민이 월드클래스 아닌가요?"라는 질문은 수년 전 '절대 아니다"라고 말한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손웅정씨는 이번에도 아들이 월드클래스 선수가 아니라며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오히려 손흥민이 득점왕에 오른 게 두렵다고 표현했고, 초심을 잊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월드클래스는 전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정의했다.

손웅정씨의 발언은 유럽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일부 매체에선 전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생존해야 월드클래스라고 말한 손웅정씨의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나 더 큰 클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아들의 자만을 경계한 부모의 마음이 오역돼 자극적인 단어만 확대된 것이다.

겉으론 아니라고 했지만, 손웅정씨도 아들인 손흥민을 크게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또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냉정한 평가를 했을지도 모른다. 득점왕에 만족하지 않고, 더 전진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박항서 감독도 "그건 부모의 마음이다. 내가 손흥민 아버지의 마음을 알 순 없지만, 부모로서 자식이 더 성장하고 겸손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가 그렇다. 월드클래스 아버지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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