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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욕 안 먹는 택시 요금인상'하려는 정부의 고민

등록 2022.07.25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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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올리면 물가 압력, 적게 올리면 유인책 부족

근본적 해결책으론 한계…젊은 택시기사들 요원

시간 흘렀고 기술은 발전, 새 공급 방법 고민해야

[기자수첩]'욕 안 먹는 택시 요금인상'하려는 정부의 고민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요즘 심야 시간대에 택시를 잡아타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1시간 넘게 택시를 잡지 못해 근처 호텔을 잡았다거나 술 취한 채로 '따릉이'나 '퀵보드'를 타고 귀가했다는 웃픈 얘기가 술자리 화두일 정도다.

택시 대란의 직접적인 원인은 공급이 줄어서다. 돈벌이가 더 나은 배달과 택배로 전향한 기사들이 많아졌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3만900명이던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 수는 올해 6월 현재 2만8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남은 택시 기사들 중 절반이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 됐는데 이들은 심야 시간대 운행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방역 규제 완화로 야외 활동과 저녁 모임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택시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일 저녁 이른바 '택시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택시대란이 갈수록 심해지자 정부가 기사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조치로 꺼낸 든 게 '택시 탄력요금제'다. 탄력요금제는 택시 호출 시점의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택시 요금과 호출료를 일정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올려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2시까지를 심야 시간대로 정해 요금을 일정 수준으로 올리면 저녁 시간대 기사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로 올리느냐다. 이를 두고 국토교통부의 고민이 깊다. 요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가뜩이나 치솟고 있는 물가상승 압력에 기름을 부어 어려운 나라 살림을 더 가중시킬 수 있고, 너무 적게 올리면 기사들의 유인책으로 부족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5~100% 수준의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수용하는 선이 어디까지 인지를 찾는 중이다.

탄력요금제는 사실상의 요금 인상책인 만큼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는 있다. 손주들 장남감이라도 하나 더 사주려는 고령의 택시기사들을 다시 운전대로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200원 장사 하시던 분들이라 1000~2000원 정도만 인센티브를 줘도 정말 안 가려는 비선호 콜도 가겠다는 기사님들이 많았다"며 "어느 정도 요금 인상을 해주면 심야시간이라도 나오는 기사님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수급 불균형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근본적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심야 시간대 택시 수요 대비 공급이 달리는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월 200만원 남짓한 수입을 올리는 업종에 안정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젊은 청년들이 뛰어들리 만무하다. 결국 젊은 기사들을 유인하려면 우선적으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 택시 요금은 경제 수준이 비슷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서울의 현 택시요금은 기본요금이 2㎞까지 3800원이다. 일본 택시 기본요금은 거리는 1㎞까지로 짧은데 요금은 410엔(3947원)으로 우리 보다 비싸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택시는 평일 3유로(4009원), 주말 4.5유로(6014원), 저녁 10시부터는 6.5유로(8688원)를 기본요금으로 책정한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유럽 사람들이 저렴한 택시요금에 놀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의 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배달이나 택배로 떠난 젊은 기사들을 유인할 수 있다"며 "탄력요금제를 시작으로 결국에는 단계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택시 공급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시간이 흘렀고, 기술은 발전했다. 그런데 전 정부에서  모빌리티에 대해 규제로 '타다 베이직' 같은 서비스가 사라져버렸다. 모빌리티 변화를 영원히 미룰 수는 없다. 이미 변화를 거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늦었지만 변화하는 생태계에 맞게 지금이라도 서둘러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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