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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유성·이재영이 쏘아올린 공…진정한 사과가 먼저

등록 2022.10.21 07:40:00수정 2022.10.21 17: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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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유성·이재영이 쏘아올린 공…진정한 사과가 먼저


[서울=뉴시스] 문성대 기자 = 1990년대 모 대학팀 배구 감독이 선수들을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모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을 구경하러 온 일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선수들에게 폭행을 가했다.

그리고 고참 선수는 일부 선수들의 정강이를 걷어차기도 했다. 그렇게 운동 선수들의 폭력은 오랜 시간 동안 묵인, 대물림 돼왔다.

과거와 같은 행태는 많이 사라졌다고 해도, 현재까지도 운동선수의 '폭행', '괴롭힘' 등의 사례는 계속 해서 나오고 있다.

매년 드래프트를 할 때마다 '모 선수가 누구를 때렸다더라'하는 루머가 돈다.

이에 일부 종목에서는 신인 드래프트 때 학교 폭력 관련 서약서,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본인 동의 하에 제출해야 한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최근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 지명된 김유성, 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재영이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김유성은 2년 전 NC 다이노스에 지명됐다. 하지만 학폭 이슈가 불거지면서 NC는 김유성의 지명을 철회했다. 두산은 지난달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유성을 지명했다.

흥국생명의 주축 선수였던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과거 학폭 문제로 인해 사실상 한국 배구계에서 퇴출됐었다. 하지만 최근 페퍼저축은행이 이재영과 접촉한 것을 시인했다.

두산과 페퍼저축은행에는 공통점이 있다. 비난을 받을지라도 좋은 선수를 데려와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유성을 지명한 후 김태룡 두산 단장은 드래프트 개최 장소에서 홀로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김태룡 단장은 "두산이 지난 7년 정도 신인드래프트에서 9, 10번 선수들을 뽑다보니까, 올해는 기량이 좋은 선수를 뽑고 싶었다"며 "학창 시절 있었던 일은 구단에서 잘 파악해서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은 "현재 자유계약선수인 이재영을 어떤 구단이 만나든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팀이라서 이재영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한 후 "하지만 선수가 과거의 일에 대해 반성의 시간을 갖고 공개적인 사과 등을 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일부 팬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구단이 전력 상승을 위해서 팀과 종목의 이미지를 스스로 망가뜨린다고 비난한 것이다.

김유성과 이재영은 수년간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지도 못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명예훼손을 했다고 주장했고, 오히려 피해자들이 조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때문에 두산 팬들은 김유성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트럭 시위'를 했다. 배구 드래프트 행사장에도 시위 차량이 보였고, 근조화환이 배달됐다.

김유성과 이재영이 선수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영원히 박탈당하는 것이 정당한가.

어린 시절의 잘못으로 인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직업을 영원히 잃게 된다는 것은 사실 가혹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직면한 불안한 현실만 볼 뿐, 과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례로 이재영·이다영은 과거 방송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칼은 들고 있었지만 휘두르지 않았다"란 변명도, 사과도 아닌 희대의 망언을 내뱉었다. 이후 이들은 법적 다툼만 남겨두고 해외 무대로 진출해버렸다.

이들은 팬들을 여전히 실망시키고,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절망만 안겨준 후에도 추이를 지켜볼 뿐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비난을 받는 건 당연하기 때문에 더이상 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

피해자에게 격식을 갖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 진정한 사과는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상대가 용서할 때까지 몇 번이고 빌 수밖에 없다. 이제 변명보다 사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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