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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사태에 자산유동화법 개정 '속도'…"PF ABCP 관리 강화"

등록 2022.11.23 06:00:00수정 2022.11.23 06: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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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등록유동화 증권 공시의무 부여…위험보유규제 도입"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당국이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자산유동화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에도 우량자산을 기반으로 한 유동화 발행을 허용해 자금시장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자금줄'을 넓혀주되, 비등록유동화 등 시장 전반에 걸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정부안)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됐다. 이날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이달 말께 열리는 법안소위에 재상정돼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인해 자금시장에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비등록유동화 시장이 자금시장의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가 레고랜드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050억원 규모의 ABCP을 발행하면서 시작됐다. 강원도의 지급 보증으로 '국고채' 수준으로 대우받았지만, 만기 직전 강원도가 보증 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지급 보증을 철회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레고랜드 사태가 일어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관련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수년 째 국회에 계류 중인 자산유동화법 개정안을 통해 규제의 사각지대를 해소, ABCP와 같은 비등록 유동화증권(ABS)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산유동화법은 지난 1998년 제정됐지만, 이후 개정이 지연되면서 시장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자산유동화 제도는 기업, 금융기관 등이 보유자산을 SPC에 매각하고 SPC가 그 자산을 기초로 유동화증권을 발행·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를 말한다. 자산유동화법에 따른 등록유동화시장(ABS)과 자산유동화법 적용을 받지 않는 비등록유동화 시장(ABCP·AB전단채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비등록유동화는 등록유동화에 비해 발행이 간편해 크게 확대되고 있지만, 규제가 느슨해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ABCP 등의 차환이 어려워지고 금리가 상승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리스크 관리 강화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우리나라 자산유동화 증권 연간 발행규모는 약 213조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비등록유동화 규모가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비등록유동화는 단기자금수요 충족을 위한 정기예금 유동화가 큰 비중을 차지(58.4%)하고 있고, 부동산PF도 16.4% 정도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시장수요를 반영해 등록유동화 제도를 개편하고, 비등록 유동화의 규제 사각지대 해소하기 위한 자산유동화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도 우량자산을 기반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현 BB등급 이상으로 정해진 발행기업 신용도 요건이 폐지된다. 유동화 대상자산 범위를 현행 '채권·부동산 기타의 재산권'에서 '장래에 발생할 채권', '지식재산권' 등으로 확대해 다양한 자산이 유동화될 수 있도록 하고, 복수의 자산보유자가 유동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업력이 짧아 신용등급이 낮거나 없는 경우에도 ABS 발행이 가능하며, 기초자산·유동화 구조 등의 혁신도 가능해진다. 또 다양한 구조의 유동화가 가능해져 그간 부진했던 중소기업 매출채권, 지식재산권 등 유동화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단 투자자 보호 등 차원에서 외감법인 등 단기적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법인에 한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국은 ABS발행이 불가능했던 자본시장 이용법인(증권발행법인)의 70%가 신규진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신용도가 낮거나 신용등급이 없는 혁신.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통로를 넓히는 대신, 리스크 관리는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비등록유동화증권의 발행 관련 정보에 대한 공시의무가 강화된다. 현재 자산유동화법에 따라 등록 공시되는 등록유동화와 달리, 비등록유동화의 경우 임의공시로 운영되고 있어 중요정보 누락, 부정확한 정보 공시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유동화증권 발행시 기본 발행내역(발행금액·만기 등), 거래참여기관(자산보유자·자산관리자 등) 기초자산, 신용보강정보 등 발행 관련 정보를 공개토록 하고,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또 자산유동화시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위험보유규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자산보유자 등이 5% 수준의 신용위험을 보유하게 하는 제도로, 현재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이 채택하고 있다.

단 탄력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 공적기관이 보증한 증권, 신용위험이 낮은 증권 등에 대해서는 규제 적용을 면제한다.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저당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유동화증권(MBS), 서울보증보험이 신용위험을 100% 커버하는 단말기할부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유동화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레고랜드 사태 발발로 자산유동화 시장에 대한 리스크 관리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20여년만에 법안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이 발행하고 있는 PF ABCP는 예탁원에 등록되지 않는 비등록유동화 증권으로, 정부 관리의 바깥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비등록 PF ABCP가 제도화되고 발행 관련 정보가 공시되면 규제 사각지대가 사라지고, 시장에서 일종의 견제 효과도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자산유동화법은 기본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자산을 유동화함으로써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도와주는 측면이 있다"며 "또 비등록자산유동화 증권에 대해서는 공시의무를 부과하고, 자산 보유자가 일정부분 리스크를 테이킹하도록 하는 등의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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