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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성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아바타 속 '판도라 행성' 진짜 있을까

등록 2023.01.14 09: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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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테스·제임스웹 망원경으로 태양계 인근 지구형 행성 발견

'TOI 700' 항성계 두 행성, 크기·기후·물 유무 등 생명체 기대감↑

40광년 떨어진 'LHS 475 b', 지구 크기 99% 관측…대기 구성 분석 추진

'판도라 찾기', 아직은 어렵지만…"외계행성 더 정확히 찾는 첫발될 것"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 컷. 영화의 배경이 되는 외계행성 '판도라' 속 숲의 모습.(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 컷. 영화의 배경이 되는 외계행성 '판도라' 속 숲의 모습.(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마치 아마존과 같은 무성한 밀림, 푸른 바다와 그 한복판에 놓여 있는 무수한 군도들, 무궁무진한 활용도의 희귀 자원, 호흡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숨조차 쉴 수 없는 위험한 공기.

2009년 개봉한 전작에 이어 또 한번 '1000만 영화'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SF(공상과학) 영화 '아바타' 속 외계행성 '판도라'의 모습이다. 아바타 시리즈의 설정을 살펴보면 판도라는 지구에서 약 4광년 떨어져 태양과 가장 가까운 별 중 하나인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에 위치한 천체다.

지구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발을 디딘 외계 행성은 SF영화처럼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곳일까. 최근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암석형 행성(지구형 행성)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고, 각 행성의 환경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들도 속속 등장하면서 현실에서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판도라를 찾아낼 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구서 100광년 떨어진 두 행성, 액체 상태 물 존재 기대…온화한 기후 덕?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최근 외계 행성 탐사를 위한 우주 망원경의 일종인 '외계행성 탐사 위성(TESS·테스)'를 통해 지구로부터 약 100광년 떨어진 지구 크기의 행성을 발견했다.
[서울=뉴시스]미 항공우주국(NASA)의 외계행성 탐사 망원경 '테스'(TESS)가 지구로부터 약 100광년 떨어진 작은 별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 크기의 외계행성 TOI 700e를 발견했다. (사진=나사) 2023.1.11.

[서울=뉴시스]미 항공우주국(NASA)의 외계행성 탐사 망원경 '테스'(TESS)가 지구로부터 약 100광년 떨어진 작은 별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 크기의 외계행성 TOI 700e를 발견했다. (사진=나사) 2023.1.11.


지구 크기의 약 95%에 달하는 'TOI 700e' 행성은 태양의 약 절반 질량인 M형 왜성(적색 왜성) 'TOI 700' 주위를 약 28일 단위로 공전하고 있다. TOI 700e는 모항성으로부터 지구가 태양에서 받는 복사에너지보다 약 1.27배를 받아 지구보다 조금 더 높은 기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TESS는 앞서 지난 2020년에도 'TOI 700d'로 명명된 암석형 행성을 발견한 바 있다. TOI-700d 또한 지구 크기의 약 114% 수준으로 비슷한 수준이며, 공전 주기는 약 37일이다.

공전 주기가 짧은 만큼 이들 두 외계행성과 TOI 700 간의 거리는 지구-태양보다 훨씬 가깝다. 다만 TOI 700과 같은 적색 왜성은 태양보다 질량이 절반 이하일 뿐만 아니라 밝기도 태양의 10분의 1 수준인 만큼 되려 모항성과의 거리가 가까운 것이 행성의 기후를 온화하게 만들어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TOI 700e와 TOI 700d에는 해당 항성계 내 다른 행성들과 달리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암석형 행성-지구와 비슷한 크기-지구와 비슷한 기후-액체 상태의 물 존재 가능성 등이 겹치며 해당 행성들에 생명체가 살 수 있거나, 과거에 존재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40광년 떨어진 암석행성, 지구 크기와 거의 똑같아…외계행성 대기 분석까지 시작

나사는 또 최근 TOI 700 항성계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는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TESS와 지난 2021년 발사된 최신형 우주 망원경 '제임스웹 망원경'의 합작이었다. TESS가 외계행성의 존재 가능성을 암시한 뒤 제임스웹이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를 통해 발사 후 처음으로 외계행성 직접 관측에 성공해낸 것이다.

지구로부터 약 41광년 떨어져있는 암석형 행성 'LHS 475 b'는 지구 지름의 약 99%로 우리의 고향과 거의 똑같은 크기로 관측됐다. 다만 TOI 700 행성들과 비교하면 LHS 475 b는 생명체가 살기에는 더 부적합한 환경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시스]미 항공우주국(NASA)의 외계행성 탐사 망원경 '테스'(TESS)와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이 지구로부터 약 41광년 떨어져 있는 암석형 행성 'LHS 475 b'를 발견했다. (사진=나사) 2022.1.1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미 항공우주국(NASA)의 외계행성 탐사 망원경 '테스'(TESS)와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이 지구로부터 약 41광년 떨어져 있는 암석형 행성 'LHS 475 b'를 발견했다. (사진=나사) 2022.1.12. *재판매 및 DB 금지



LHS 475 b 또한 이들처럼 적색 왜성을 공전하고 있는데, 태양계의 제 1행성인 수성보다도 모항성에 더 가까워 지구보다 훨씬 더 기온이 높을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다만 나사는 적색 왜성의 낮은 온도(태양의 절반 이하)로 인해 여전히 행성 내 대기가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사에 따르면 제임스웹은 현존하는 우주 망원경 가운데 지구 크기의 외계 행성의 대기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유일한 관측 장비다. 아직 제임스웹이 LHS 475 b 행성의 대기를 정확하게 분석하진 못했으나 '메탄' 위주의 대기는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나사의 예상과 달리 대기가 존재하지 않거나, 100% 이산화탄소로 이뤄진 대기가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데, 나사는 올 여름 예정된 추가 관측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할 계획이다.

물론 영화 속 판도라와 같이 인류와 같은 지구형 생명체가 있을 만한 외계행성을 찾는다는 건 아직 먼 얘기일 수 있다. 태양계와 가까운 '골디락스 존(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을 찾아내는 것부터가 쉽지 않고, 골디락스 존에 속한다 하더라도 화성·달처럼 액체 상태의 물, 적절한 대기 구성 등 필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행성도 부지기수다. 더 나아가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라 '외계인'과 같이 고도의 지적 생명체를 발견하는 것은 아예 다른 차원의 얘기다.

그럼에도 지구와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유사한 크기, 특성을 가진 행성을 하나둘 발견되고 있다는 건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나사와 천문학계에서는 이번 제임스웹의 첫 외계행성 관측이 향후 적색 왜성 주위를 도는 지구 크기의 외계행성들을 보다 더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강조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응용물리학연구소의 천문학자 케빈 스티븐슨은 "이번 관측 결과는 제임스웹이 이룩할 수많은 발견들 중 첫발일 뿐이며, 향후 제임스웹을 통해 외계 암석 행성들이 새로운 개척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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