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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개인기록 시상 없는 프로농구, 동력 되살려야

등록 2023.01.20 11:02:38수정 2023.01.20 14: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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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04시즌 3점슛·블록슛 타이틀 짬짜미 논란으로 전면 폐지

조작에 대한 경각심 높아 나눠먹기 사실상 불가능

선수들 동기부여·팬들 관심 확대 기대할 수 있어

[기자수첩]개인기록 시상 없는 프로농구, 동력 되살려야

[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남자 프로농구 KBL에는 기록에 의한 시상이 없다. 야구의 홈런왕, 축구의 득점왕처럼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의 잣대가 될 수 있는 타이틀홀더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

KBL은 기자단 투표로 뽑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신인상, 베스트5를 포함해 기량발전상, 식스맨상, 수비5걸상, 최우수수비상 등을 시상한다.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블록슛, 스틸 등 부문별 1위 선수에게는 따로 상을 주지 않는다. 통산 기록으로만 별도 기준을 정해 달성할 경우, 특별 시상한다.

처음부터 없었던 건 아니다. 1997년 출범하면서 부문별 기록 1위를 시상했지만 2004~2005시즌부터 전면 폐지됐다.

2003~2004시즌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타이틀 수상을 위해 일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담합, '타이틀 나눠먹기'라는 촌극을 펼쳤기 때문이다.

문제의 경기는 2004년 3월7일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원주 TG삼보(현 원주 DB)와 울산 현대모비스-창원 LG전.

3점슛 타이틀을 두고 경쟁 중이던 문경은(당시 전자랜드·현 KBL 경기본부장)과 우지원(당시 현대모비스·은퇴)이 밀어주기 담합 속에서 3점슛을 각각 22개, 21개 성공했다.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가 모두 정해진 뒤였기에 둘은 오픈 기회가 생기면 계속해서 3점슛을 던졌고, 상대는 정상적인 수비를 하지 않았다.

기록을 위해 팀 동료에게 의도적으로 많은 공격 기회를 주는 건 이해가 가능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타이틀 짬짜미를 위해 상대까지 수비를 하지 않는 건 스포츠 정신을 상실한 어이없는 장면이었다.

3점슛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전자랜드가 상대한 TG삼보에선 김주성(현 DB 감독대행)이 블록슛 타이틀에 도전 중이었다. 김주성은 전자랜드의 방조 하에 최종전에서 11블록슛을 기록하며 R.F. 바셋(KCC)을 따돌리고 국내선수 최초로 블록슛 1위에 등극했다.

팬들을 농락한 이 경기들로 KBL은 도마 위에 올랐고, 결국 부문별 시상 폐지를 결정했다. 2003~2004시즌에는 문제가 된 3점슛, 블록슛 부문만 시상하지 않았고, 2004~2005시즌부터 모두 없앴다.

그럼에도 타이틀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선수들 간 경쟁은 팬들에게도 새로운 관심사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경기 조작에 대한 경각심은 매우 높아졌고, 감독과 선수들의 의식도 그때와 비교하면 성숙해졌다는 게 농구계 안팎의 평가다. 감시하는 눈이 많아져 짬짜미가 재발할 우려가 높지 않다는 게 현장의 생각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선배들의 과오로 사라진 영광을 후배들에게 다시 찾아줘야 한다. 공교롭게 당시 당사자 중 한 명인 문경은이 현재 KBL 경기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적극적인 부활의 목소리를 기대해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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