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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가수는 옛말'…'불쾌한 골짜기' 넘어선 버추얼 스타들

등록 2023.01.27 06:00:00수정 2023.01.27 14: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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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아이돌 전성시대 下]

국내 가상인간 시장 주도하는 게임업계…엔터 사업 확장

가상인간 본격 연예계 활동…아티스트 경쟁력은 미지수

가상인간 시장 2030년 649조원 전망…신산업 활발

'불쾌한 골짜기' 우려 불식…실제 인간같은 외형·목소리

넷마블의 가상 아이돌 메이브. *재판매 및 DB 금지

넷마블의 가상 아이돌 메이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로 제작된 가상인간(버추얼 휴먼)이 잇따라 연예계에 데뷔하며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광고 모델을 넘어서 이제는 아이돌로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1990년대 어설픈 그래픽으로 등장한 사이버 가수 '아담'과 달리, 최근 정보기술(IT) 업계가 주도하는 가상인간은 실제 인간과 같은 외형과 목소리로 대중에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국내 가상인간 시장 주도하는 게임업계…엔터 사업 확장


국내 가상인간 시장은 IT·게임업계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게임사들은 컴퓨터그래픽(CG)기술과 게임엔진 활용에 능숙하다는 이점을 토대로 가상인간 개발에 적극적이다.

지난 25일에는 넷마블의 가상 걸그룹 '메이브'가 연예계 공식 데뷔를 가졌다. 넷마블은 2021년 8월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를 통해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가상 아이돌 매니지먼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2021년 10월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 120억원을 투자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카카오엔터가 메이브의 그룹 콘셉트와 캐릭터·세계관 기획, 음원·뮤직비디오의 기획·제작·유통 등을 맡았다.

[서울=뉴시스] '버추얼 아티스트' 한유아. 2022.02.25.(사진=CJ ENM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버추얼 아티스트' 한유아. 2022.02.25.(사진=CJ ENM 제공) [email protected]*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크래프톤의 '애나', 스마일게이트의 '한유아' 등도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가상인간으로 꼽힌다.

다른 게임사들도 가상인간 관련 제작사에 투자하거나 직접 개발하기 위해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펄어비스는 북미 가상인간 제작사 '하이퍼리얼'에 투자했고, 카카오게임즈의 계열사 넵튠은 가상인간 아이돌 육성기업 '딥스튜디오'와 가상인간 걸그룹 이터니티를 보유한 '펄스나인', 가상인간 수아·하나리를 개발한 '온마인드'에 투자했다. 엔씨소프트는 가상인간 사업부를 설립했다.

이 외에도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개발한 '오로지'와 LG전자가 개발한 '김래아', 롯데홈쇼핑이 개발한 '루시' 등이 있다. 네이버는 자이언트스텝과 공동 개발한 가상인간 '이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상인간 본격 연예계 활동…아티스트 경쟁력은 미지수

이들 가상인간은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솔은 지난해 5월 네이버 쇼핑 라이브에서 첫 데뷔부터 80만 뷰를 달성했으며 이후 JTBC 음악 예능프로그램 '뉴페스타'에 출연하는 등 다방면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해 7월에는 자이언트스텝이 이솔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실제 촬영 장면 없이 100% 풀3D와 언리얼 엔진으로만 제작한 메르세데스-벤츠 'The new EQB' 사전 홍보영상을 선보인 바 있다.

한유아는 지난해 4월 싱글 앨범을 발매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이어 11월에는 두 번째 싱글 앨범 '너의 외로움이 날 부를 때’(When Your Loneliness Calls Me)를 발매하는 등 아티스트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만 한유아의 두 번째 싱글 앨범 음원 순위 35위가 가상인간이 기록한 최고 성적이어서 아직은 실제 인간을 넘어서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사이버 가수는 옛말'…'불쾌한 골짜기' 넘어선 버추얼 스타들

그럼에도 가상인간 제작사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협력은 늘고 있다. 실존하는 소속 아티스트의 일탈이나 사건·사고에 대한 위험 부담을 덜 수 있고, 시간과 장소 구애없이 가상인간을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으로 가상인간을 활용한 새로운 광고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기획사 중 하나인 SM엔터테인먼트도 오는 3월 데뷔를 목표로 걸그룹 에스파 세계관 속 캐릭터 '나이비스'(nævis)를 가상인간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버스 전문기업 바오밥파트너즈는 최근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 아이돌스쿨과 가상인간 뮤지션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개발사업으로 사업의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최진범 바오밥파트너즈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으며, 가상인간의 엔터테인먼트 활동영역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아이돌스쿨과 협업을 통해 가상인간을 활용한 K-콘텐츠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전했다.

가상인간 시장 2030년 649조원 전망…'불쾌한 골짜기' 없이 신산업 진출

[서울=뉴시스] 버츄얼 휴먼 걸그룹 '이터니티' 멤버 제인. 2022.08.03. (사진 = YTN '뉴스라이더' 캡처)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버츄얼 휴먼 걸그룹 '이터니티' 멤버 제인. 2022.08.03. (사진 = YTN '뉴스라이더' 캡처)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가상인간의 활동 무대와 시장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머진리서치는 글로벌 가상인간 시장이 2030년까지 5275억 8000만 달러(약 649조 3982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가상인간은 다양한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뉴스 앵커와 기자, 온라인 강사, 쇼호스트, 인플루언서 및 광고 모델, 안내원, 은행원,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별 적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사실적이고 정교한 얼굴을 만들어 내기 위한 3D 모델링 기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모션 캡처 기술, 3차원 모델을 원하는 방식으로 변형하기 위한 AI기술 등의 발달로 실제 인간과 매우 흡사한 가상인간을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과 어설프게 비슷해질수록 불쾌감을 느낀다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의 우려를 지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딥 러닝 기반 버추얼 인플루언서 제작사 이너버즈의 임정혁 대표는 “콘텐츠 시청자의 몰입감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는 제작자와 프로듀서들이 의도한 콘셉트와 구도가 온전히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면서 "지금은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기술의 산물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너버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창작자들이 제약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미래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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