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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경련, 쇄신 위한 정치인 권한대행 통할까

등록 2023.02.22 09:00:00수정 2023.02.22 12: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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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경련, 쇄신 위한 정치인 권한대행 통할까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전경련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대대적이고 혁신적인 모습으로 환골탈태 해야 한다."(2023년 1월 허 회장 사의 표명)

2011년 취임해 6회 연속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직을 맡으며 최장수 기록을 세웠던 허창수 회장이 '쇄신'을 이유로 회장직을 물러나겠다고 밝혔을 때 사람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허 회장은 2017년부터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후임자를 찾지 못하며 계속 회장직을 유지해왔다. 이번 사임 의사 발표 후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것은 허 회장의 사의가 아니라 전경련의 혁신을 이끌 '차기 회장'이 누구냐였다.

전경련 새 회장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겸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김윤 삼양그룹 회장 등 내로라하는 유력 기업인들이 거론됐다. 하지만 대부분 회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며 전경련 '수장'의 향방은 안갯속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전경련이 회장 직무대행으로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이자 윤석열 대통령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출신을 내정한 것은 솔직히 뜻밖이었다.

과거 '재계 맏형'으로 위상을 떨쳤던 전경련이 현재같은 위기 상황에 놓인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사실 '정경유착'이 가장 큰 원인이다.

1961년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이 이병철 당시 삼성물산 사장을 만나 정부에 협력할 경제단체를 요청하며 생겨난 것이 전경련이다. 이렇게 탄생한 전경련은 수십년 동안 국내 대기업들의 대표 단체로 위상을 떨쳐왔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정치자금을 걷어 정치권에 건네는 등 '정경유착' 이미지가 강했다. 급기야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사태에 전경련이 연루되며 그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당시 삼성, SK, 현대차, LG 4대 그룹이 전경련에서 탈퇴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의 경제인 초청 행사에서도 배제되는 굴욕을 겪었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비공개 만찬에도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은 참석했지만 허 회장은 초청받지 못했다.

올해도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최태원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이 함께 한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경제사절단에서도 허 회장은 제외됐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경력이 거의 없는 정치인이 전경련의 새 수장을 맡은 것을 놓고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경련이 회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정치권 인사가 내정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영남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 대통령 정책특보 등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국무총리로 내정됐지만 실제로 임명되지 못했다. 이후 여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거쳤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대선 때 국민의힘 후보 캠프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인연이 닿는다. 당선 이후 김 내정자는 대통령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결국 친정부 인사를 내세워 과거 위상을 회복하려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가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당초 허 회장이 혁신과 쇄신을 이유로 물러났는데 그 후임자로 경제 이력이 전혀 없는 69세의 노회한 정치인이 온다는 것은 좋게 보이지 않는다"며 "전경련이 정말 혁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김 내정자 추천 배경으로 "현 전경련은 비상 상황으로 대대적인 혁신과 변화가 선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망받는 그룹 회장을 모시기 앞서 객관적 시각으로 전경련을 진단하고 조직 변화를 이끌 구원투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김 내정자 발탁 배경이다.

특히 김 내정자는 풍부한 경험과 학식뿐 아니라 전경련이 지향하는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기의 전경련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웅렬 전경련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김 내정자는 앞으로 6개월 간 새로운 전경련의 기초를 세우고 진정으로 변하게 해 다시 국민과 호흡하는 조직으로 환골탈태하게 할 것"이라고 지지했다.

당장 전경련은 23일 정기총회에서 김 내정자를 전경련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 직무대행으로 추대할 예정이다. 그동안 전경련이 겪은 '다사다난'을 생각하면 6개월은 긴 시간이 아니다. 6개월 후 전경련이 새롭게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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