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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대우조선 결합, 해외 승인 속도…韓 공정위 '묵묵부답'

등록 2023.03.23 11:32:50수정 2023.03.23 11: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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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싱가포르 잇따라 승인…8개국 중 6개국 통과

EU·한국 등 2개 국가 승인 남겨둬…EU, 내달 18일 발표

공정위 판단 지연에 업계 불만…"스스로 발목잡을까 걱정"

[거제=뉴시스] 차용현 기자 = 지난 6월23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이 진수되고 있다.2022.07.25.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거제=뉴시스] 차용현 기자 = 지난 6월23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이 진수되고 있다.2022.07.25.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해외 경쟁당국의 잇단 승인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EU)과 한국 등 두 국가의 결정만 남겨둔 상황인데,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되는 이번 기업결합에 자칫 안방 격인 한국 공정위가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들린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쟁당국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을 최종 승인한다고 통보했다. 전날 중국도 같은 결정을 내리며, 전체 8개국 중 6개국 경쟁당국이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지난달 튀르키예는 양사 합병을 처음으로 승인했다. 영국도 기업결합을 사실상 승인했고, 이후 일본과 베트남도 잇달아 양사 결합을 인정했다.

이제 남은 국가는 EU 경쟁당국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등 2개국 뿐이다. EU는 내달 18일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잠정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승인을 내리면 양사 합병의 해외 경쟁당국 심사는 사실상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공정위는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로 군함용 무기·설비에서 함선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발생한다는 점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위산업은 민수산업과 달리 수직계열화에 따라 시장에서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방위사업법상 방산 업체가 생산하는 무기나 설비는 대부분 정부 규격품이어서 다른 방산 업체와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조선업계는 공정위의 이러한 태도가 시간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통상적으로 기업결합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국가는 EU다. EU는 지금까지 수많은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했고 가장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만큼, 다른 국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EU가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만큼, 공정위도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편에서는 공정위가 오는 4월18일 EU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관측은 지난 사례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해외 6개국 심사 과정을 거쳤다. 당시 양사 기업결합은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에선 승인이 났지만, EU가 불승인하며 결국 무산됐다.

당시에도 한국 공정위는 EU 결정이 있기 전까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이후 EU 불승인이 나오며 한국 공정위는 승인이나 불승인 중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조선업계에서는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이번 합병에 공정위가 또 한번 해외 국가의 눈치만 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자칫 공정위 결정 지연이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결합 심사 때와 달리 이번에는 결정이 지연될 만한 이유가 없는데도 공정위가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며 "다음달 18일 EU 심사 발표가 나온 이후에나 공정위가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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