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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영업 비밀, 엑셀로 제출"…반도체 업계 '당혹'

등록 2023.03.28 17:07:02수정 2023.03.28 17: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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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퍼 수율 등 핵심 지표까지 파일로 요구

보조금 부적정 사용 막는다지만 요구 과도 우려

업계 "민감 정보 제출 불가…대화로 잘 풀어야"

[피닉스=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본 후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미래에 지금보다 더 낙관적인 적이 없다. 우리는 더 나은 미국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2.12.07.

[피닉스=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본 후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미래에 지금보다 더 낙관적인 적이 없다. 우리는 더 나은 미국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2.12.07.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에 따라 보조금을 신청할 때 민감한 기업 정보의 구체적인 데이터 제출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보조금의 부적절한 사용을 막고, 초과 수익 공유에 대한 조항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요구 수준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업계에서 들린다.

28일 미국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최근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보조금 신청을 위한 재무 모델에 관한 세부 지침을 공개했다. 상무부는 앞서 재무제표를 통해 보조금 신청 기업들을 심사한다고 안내했으나, 구체적인 세부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상무부는 보조금을 신청하는 기업들은 예상 현금 흐름 등 수익성 지표를 밝힐 때 단순히 숫자가 아닌 산출 방식을 검증할 수 있는 엑셀 파일을 제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생산시설의 웨이퍼 종류별 생산 능력·가동률·웨이퍼 예상 수율·연도별 생산량·판매 가격 증감 등의 수치가 포함돼 있다.

상무부는 데이터 요구 이유로 "재정 상태는 반도체법 프로그램 심사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사업성, 재무구조, 경제성, 위험을 평가하고 잠재적 지원금의 규모와 유형, 조건을 검토하는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정보는 반도체 기업의 영업 기밀에 해당한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서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은 기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미국 정부를 통해 외부에 유출될 경우 우리 기업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특정 정보는 영업상 비밀유지 조항에 저촉될 수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요구하는 정보들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다"며 "양국 정부와 업계가 앞으로 잘 이야기하면서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 2021년에도 반도체 공급난의 원인을 찾겠다며 주요 기업들을 상대로 고객사 명단 등 과도한 정보 제출을 요구했다가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미 정부는 이에 산업용도별 공급 현황으로 대체하는 등 요구 수준을 낮췄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보조금의 부적절한 사용을 막으면서도, 최대한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 만큼, 이번에도 추가적인 협상에서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다만 초과 수익 공유 조항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1억5000만 달러(2000억 원) 이상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초과 수익 일부를 미 정부와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엑셀 제출은 반도체 지원법 초과 이익 공유의 검증을 위한 자료로 사용된다”며 “초과 이익 공유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반도체 지원법의 매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를 사고 있는 조항으로서, 업계 관계자들이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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