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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리브엠' 정식 허용될까…금융위 결정에 통신업계 속타는 이유

등록 2023.03.30 06:00:00수정 2023.03.30 06: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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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30일 KB리브엠 정식 서비스 승인 논의 예정

소비자 권익 따지면 '리브엠' 합격인데…관건은 '게임의 룰'

'KB리브엠' 정식 허용될까…금융위 결정에 통신업계 속타는 이유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다음 달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 규제샌드박스 사업특례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30일 '리브엠' 정식 서비스 승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리브엠'을 정식 서비스로 승인하면 현재 '토스모바일'로 시장에 진출한 '토스' 외에 다른 금융기업들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알뜰폰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리브엠'이 지난 4년간 알뜰폰 시장에서 보여준 요금 경쟁력만 놓고 보면 소비자 권익 측면에서 득(得)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하다. 하지만 기존 이동통신사와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반발한다. 금융업계가 알뜰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리브엠'처럼 도매대가보다 적은 요금제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KB리브엠 어떻게 40만 가입자 끌어모았나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8일 서울 중구 반야트리 클럽앤스타 서울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 론칭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0.2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8일 서울 중구 반야트리 클럽앤스타 서울에서 열린 KB국민은행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 론칭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10.28. [email protected]


'리브엠'은 지난 2019년 금융당국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지정되면서 금융권 최초로 출범한 알뜰폰 브랜드다.

리브엠이 내놓은 요금제는 당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과점한 이동통신 시장에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프로모션가로 월 2만2000원에 LTE 11GB 요금제를 출시했는데, 문자·통화 무제한에 월 기본 데이터 11GB를 제공하며 기본 데이터 소진 시 매일 2GB를 추가 제공하는 사실상 월 71GB 요금제였다. 비슷한 조건 기준으로 알뜰폰 경쟁사가 월 3~4만원, 이통3사 LTE 요금제가 6만원대였던 걸 고려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또 공인인증서 없이 국민은행 모바일뱅킹을 이용할 수 있고 각종 부수거래(급여 자동이체, 아파트 관리비 자동이체 등) 실적에 따라 통신비 할인도 받을 수 있어 기존 KB국민은행 가입자의 '락인 효과'에도 기여했다.

리브엠의 가격 경쟁력은 지금도 유효하다. 현재 리브엠은 월 기본 데이터 11GB·일 2GB에 데이터 모두 소진 시 최대 3Mbps 속도로 무제한 제공하는 LTE 요금제를 운용하고 있는데, 가격은 3만300원(LG유플러스망 기준)이다.

이는 알뜰폰 요금제 중 저렴하다고 평가받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 요금제와 비교해도 저렴한 편에 속한다. 월 기본 데이터 11GB·일 2GB에 데이터 모두 소진 시 최대 3Mbps 속도로 무제한 제공하는 LTE 요금제로 SK세븐모바일(운영사 SK텔링크)은 3만8500원, KT엠모바일은 3만3900원, U+유모바일(운영사 미디어로그)은 3만3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리브엠이 선보인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은 가입자 증가로 이어졌다. 리브엠 가입자 수는 지난달 기준 약 40만명으로 전체 알뜰폰 가운데 3~4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금융위원회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은행업 부수업무로 지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에선 KB 리브엠이 고착된 이동통신 시장 경쟁 구도에 메기를 들여 가계통신비 인하를 촉진하겠다는 알뜰폰 제도(MVNO) 도입 취지에 부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알뜰폰 제도가 도입된 후 그동안 수십 곳의 알뜰폰 사업자들이 시장 경쟁을 벌였지만 이통3사 과점 구조를 깨는 데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초창기 자본력 있는 일부 대기업들이 진출을 시도했지만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 외에 이렇다 할 경쟁력 있는 알뜰폰 브랜드가 없었다. 결국 이동통신 3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도 장악하는 비정상 생태계가 조성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던 중 KB금융을 필두로 토스뱅크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알뜰폰 브랜드(토스모바일)를 출시하며 알뜰폰 산업계의 새로운 대항마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 등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KB리브엠이 이동통신 3사를 제치도 고객 만족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통신 정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시장 경쟁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알뜰폰 산업 활성화 정책 취지가 경쟁 활성화를 통한 소비자들의 통신비 인하 효과를 유도한다는 것인데,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겠지만 생태계는 어쩌라고"…불공정 게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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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서비스가 주업인 이통3사와 중소 알뜰폰, 유통 대리점은 부가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하는 금융권 알뜰폰과의 시장 경쟁을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한다. 리브엠이 요금을 도매 대가보다 낮게 책정하는 바람에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퇴출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하소연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KB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에서 2020년 139억원, 2021년 1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윤 의원은 이통3사가 지급하는 망 임대료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혁신은 없고 시장 교란만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알뜰폰, 유통 대리점 등 통신업계는 금융권의 알뜰폰에 시장 점유율 제한조치를 두거나 요금 인하 제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동통신3사 대리점을 회원사로 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 28일 "(금융업계 알뜰폰 기업의) 도매대가 이하 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등의 규제가 전제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 시장점유율을 50% 아래로 제한한 것처럼 금융권 알뜰폰의 시장점유율을 일정 수준 아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이 알뜰폰과 같은 신규 사업 확대에 혈안이 돼 금융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써버리는 것이 우선이면 안 된다"고 했다.

정부도 딜레마에 빠졌다. 소비자 권익을 우선하는 알뜰폰 제도 취지를 고려한다면 금융권 알뜰폰 서비스를 내심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산업 생태계적 질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금융권 알뜰폰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는 과정에서 중소 알뜰폰 시장 존립 위기, 자영업자 반발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든 건전한 시장 생태계 조성에 대한 논의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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