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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근거도 없는데…축구협회, '눈치 사면'에 눈살만

등록 2023.03.30 12:17:26수정 2023.03.30 13: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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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연맹 "사면 계획 없어"·붉은악마 "강행 시 A매치 보이콧"

체육회 "축구협회가 대한체육회 공정위 규정 따라오지 않아"

[인천공항=뉴시스] 김금보 기자 =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성적을 거둔 한국 축구대표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2.12.07. kgb@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김금보 기자 =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성적을 거둔 한국 축구대표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2.12.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안경남 기자 = 대한축구협회의 승부조작 등 징계 축구인 사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상급 기관인 체육회에선 황당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결국 사면 근거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A매치 평가전을 앞두고 '눈치 사면'에 나섰다가 비난만 받는 양상이다.

축구협회는 한국 축구대표팀과 우루과이의 친선경기가 열린 지난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 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사면에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제명된 선수 50명 중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한 2명을 제외한 48명도 포함됐다.

협회는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 성과와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는 차원이라고 사면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협회의 기습 사면은 헛발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대한체육회에 사면 결과에 대한 보고 후 당사자들에게 개별 통지함과 동시에 사면 효력이 발생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상급기관인 체육회는 협회의 사면 결정을 인정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대한축구협회 이사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대한축구협회 이사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체육회 관계자는 30일 "징계 기록을 삭제하는 규정이 없어 사면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관련 규정에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이들에 대한 징계 삭제 근거가 없다. 사면돼도 이들의 징계 이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체육회에는 사면 대신 '구제 신청'이라는 규정만 존재하는데, 구제 신청 역시 수사기관의 불기소 결정이나 법원의 무죄 판정을 받았을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협회의 사면과 상관없이 체육회에서 승부 조작에 가담한 이들의 징계 이력을 삭제할 수 없어 지도자로의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체육회 관계자는 "협회는 물론 회원단체들이 자체 공정위원회 규정을 만들어도 기준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대한축구협회 이사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대한축구협회 이사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러면서 "축구협회 규정에는 사면이 있지만, 체육회에는 구제만 있다. 관련 규정이 계속 수정됐는데, 축구협회는 2020년 9월 이후 체육회 규정을 따라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축구협회는 이사회 전 체육회에 관련 협조 요청이나 유권 해석에 대해 문의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관련 사안을 알고도 축구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있다.

협회는 "징계자들에 대한 징계 감경 요청은 축구인들로부터 지난 수년간 계속돼 왔다. 협회는 축구계 대통합을 위해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면에는 오랜 시간 징계로 자숙하며 충분한 반성이 이뤄진 징계 대상자들에게 재기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피해를 본 한국프로축구연맹도 협회의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서울=뉴시스]대한축구협회 이사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울=뉴시스]대한축구협회 이사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프로연맹 관계자는 "우리는 사면을 안 했고, 사면할 계획도 없다"면서 "조연상 사무총장도 이사회에서 '시기상조가 아니냐'고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또 협회의 사면 의결이 연맹 징계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점에는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축구대표팀의 응원단 붉은악마도 29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협회 사면 결정을 비판했다.

붉은악마는 "기습적으로 의결한 사면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며 "공든 탑을 쌓는 마음으로 조금씩 올바르게 성장하던 K리그와 한국 축구였는데 3월28일 정몽규 회장 이후 협회 수뇌부가 12년간 모두의 노력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이어 "월드컵 16강이란 축제를 왜 범죄자들의 면죄부로 사용하는가"라며 "사면을 강행할 시 향후 A매치를 보이콧하겠다. K리그 클럽 서포터즈와 연계한 리그 경기 보이콧 항의 집회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해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협회에 따르면 이번 사면 조치 단행은 2017년 이후 약 6년 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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