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전통시장 명맥④]430년의 역사 '남원 춘향골공설시장'

등록 2023.04.27 09:03:29수정 2023.04.27 09:12:0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남원=뉴시스]이동민 기자 = 남원 춘향골공설시장.(남원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남원=뉴시스]이동민 기자 = 남원 춘향골공설시장.(남원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통시장의 매력은 따뜻한 인심과 정으로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싱싱하고 질 좋은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판매, 가격경쟁력도 갖췄다는 평도 받는다.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시절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대형 할인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 손님을 빼앗겨 전통시장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쟁에 밀린 전통시장의 생존비결은 무엇일까.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과거부터 지역 주민들의 삶과 추억을 간직한 전통시장은 지금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지역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도 전통시장은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과 역할도 자못 크다.

뉴시스 전북본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소한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연중기획으로 월1회씩 10회에 걸쳐 우리 동네 전통시장을 찾아 소개한다.

[남원=뉴시스]이동민 기자 = 춘향이와 이몽룡의 사랑이 시작되던 조선시대부터 열린 시장이 있다. 이름도 춘향이의 이름을 따 '춘향골공설시장'이다. 1592년 임진왜란 이후 개설된 '남원읍내장'의 전통을 계승한 춘향골공설시장은 4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원시민이 가장 많이 찾는 중심지다.

오랜 세월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남원이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가 맞닿아 있는 교통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또 지리산, 광한루원 등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가 있어 여행객도 많다. 이와 함께 산과 평야가 고루 분포해 질 좋고 맛도 뛰어난 먹거리들이 많다.
【서울=뉴시스】조선의 사전- 동국문헌비고(사진=국립중앙도서관)

【서울=뉴시스】조선의 사전- 동국문헌비고(사진=국립중앙도서관)


춘향골공설시장의 옛 이름인 '남원읍내장'이 처음으로 기록된 문헌은 영조 46년(1770년)에 편찬된 '동국문헌비고'다. 조선의 문물제도 전반에 걸쳐 기록한 일종의 백과사전인 이 책에는 '남원읍내장이 매월 4일과 9일 열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해진다. 오늘날에도 그 역사가 이어져 상설시장과 함께 매월 4, 9일 오일장이 열린다.
[남원=뉴시스]이동민 기자 = 1970년에 열린 춘향골공설시장 신축기공식 때의 모습.(남원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남원=뉴시스]이동민 기자 = 1970년에 열린 춘향골공설시장 신축기공식 때의 모습.(남원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춘향골공설시장이 지금의 자리인 남원시 금동에 자리 잡게 된 건 광한루원의 확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63년 광한루원이 보물로 지정되면서 확장할 필요가 있었고 남쪽에 위치한 시장을 이전시켜 부지를 확보하고자 했다. 그런 가운데 1970년 기존에 장이 서던 천거동 일대에서 큰 화재가 발생해 시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이 부지를 매입해 광한루원을 확장시켰다. 그 결과 춘향골공설시장은 기존 시장에서 300m 떨어진 현재의 위치로 자리를 옮긴 후 이름도 '남원공설시장'으로 바꿔 새로 개장했다.
[남원=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남원시 남원 춘향골 공설시장의 오일장이 열린 24일 장을 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로 장내가 북적이고 있다. 2023.04.24. pmkeul@nwsis.com

[남원=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남원시 남원 춘향골 공설시장의 오일장이 열린 24일 장을 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로 장내가 북적이고 있다. 2023.04.24. [email protected]


400년이 넘는 역사를 앞세워 한 때 전국 3대 시장으로도 발돋움 했던 춘향골공설시장은 1990년대 이후 대형마트와 동네에 들어선 '할인마트'의 등장으로 한동안 명성을 잃었다. 그러나 남원시는 2002년부터 5년여 간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후 건물 재건축, 차양막·아케이드 설치, 주차장 등을 구축하며 다시 전국 3대 시장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 24일 5일장이 열리는 날 찾은 춘향골공설시장에 들어서니 양쪽에 늘어선 점포 속 수많은 인파가 기다리고 있었다. 월요일 오전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제법 북적였다. 묘목, 제철 과일, 생선 등을 판매하는 풍요로운 5일장 풍경은 손님의 마음까지 가득차게 하기 충분했다.
[남원=뉴시스]이동민 기자 = 24일 남원 춘향골공설시장 좌판 상인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남원=뉴시스]이동민 기자 = 24일 남원 춘향골공설시장 좌판 상인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어 비를 피할 수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보면 양쪽 점포를 사이에 두고 펼쳐진 좌판 행렬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직접 손질한 채소와 정성이 가득 담긴 손두부, 메밀묵 등을 판매하는 정겨운 할머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남원=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남원시 남원 춘향골 공설시장의 오일장이 열린 24일 장을 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로 장내가 북적이고 있다. 2023.04.24. pmkeul@nwsis.com

[남원=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남원시 남원 춘향골 공설시장의 오일장이 열린 24일 장을 보기 위해 몰린 시민들로 장내가 북적이고 있다. 2023.04.24. [email protected]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도 가득하다. 어디선가 나는 고소한 냄새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뜨거운 기름에서 갓 나온 튀김과 호떡이 기다리고 있었다. 즉석에서 바로바로 튀겨내는 튀김과 철판에서 구워진 호떡은 장을 보느라 허기진 손님들의 입맛을 돋궈 주기에 충분했다.

광한루원에 방문했다가 시장을 찾은 여행객 김재순(57)씨는 "처음으로 이 시장에 와봤는데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아 놀랐다"며 "곳곳에 맛있는 음식점도 많고 볼거리도 많아 다음에 남원을 오게 되면 다시 시장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43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상인과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춘향골공설시장은 이미 남원시민들에게 일상이 됐다. 정과 사람 냄새 때문에 습관처럼 대형마트 대신 시장을 찾는다는 손님도, 그 손님들이 나를 기다리기 때문에 매 5일장마다 좌판을 차린다는 상인들의 말엔 '정겨움'이 묻어난다. 이것이 지금까지 춘향골공설시장이 사랑 받는 이유 아닐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