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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CJ제일제당 저격한 쿠팡…유통·식품 샅바 싸움 '점입가경'

등록 2023.06.12 18:02:20수정 2023.06.12 18: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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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독과점 기업 빠져 중소·중견 성장"

가격 결정권 다툼…연대 대응 양상 전개

[서울=뉴시스]쿠팡이 밝힌 지난 1~5일 중소 식품업체 성장률. (사진=쿠팡 제공)

[서울=뉴시스]쿠팡이 밝힌 지난 1~5일 중소 식품업체 성장률. (사진=쿠팡 제공)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유통·식품업계에서 가격 결정권 헤게모니 다툼으로 인식되는 쿠팡·CJ제일제당 사이 갈등이 심화 양상을 거듭해 눈길을 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1일 사실상 CJ제일제당을 향한 공개 저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료 명목은 중소·중견기업의 즉석밥 등 식품 카테고리 판매 성장을 알리고, 공정한 온라인 매대를 조성했다고 평가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업체명을 적시하지 않았을 뿐, 업계에선 사실상 쿠팡이 CJ제일제당의 영향력을 낮춰 보는 입장을 공개 제기한 것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일례로 자료에 쿠팡은 '수십 년간 독점 체제를 구축하던 독과점 식품기업', '특정 독과점 대기업이 독식' 등 날선 표현들을 곳곳에 담았다.

그러면서 "독과점 대기업이 빠지자 그동안 성장 사다리에 오르지 못한 후발 중소·중견 식품 업체들이 전례 없는 새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이익 측면의 주장도 더했다. 쿠팡은 "독과점 대기업이 사라져 쿠팡 고객은 더 나은 쇼핑 환경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경험 중"이라고 했다.

이에 더해 업체들 입장을 빌어 "공정한 판매 생태계가 처음 조성", "오직 고객 평가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승부의 장"이라고 자사 행보에 당위를 부여했다.

쿠팡과 CJ제일제당 갈등은 지난해 11월 정점에 달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당시 쿠팡이 발주를 중단하면서 햇반 등 제품 판매가 로켓배송을 경로로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

유통가에선 이 갈등을 특히 예의주시해 보고 있다.

통상 '베스트·스테디셀러' 상품을 보유한 대형 식품 업체는 유통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채널 영향력을 힘에 업은 유통업체 입김이 세 지게 되면 마진율 확보 측면에서 불리해 질 수 있단 것이다.

CJ제일제당-신세계 유통 3사 협업 로고.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J제일제당-신세계 유통 3사 협업 로고.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배경에서 식품업계 지배력이 있는 CJ제일제당과 유통 강자 쿠팡의 갈등은 가격 결정권을 둘러싼 식품·유통업계 샅바 싸움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일례로 한 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쿠팡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다른 식품 업체들도 가격 협상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 두 업체는 상호 이익이 맞는 업체, 채널 등과 손잡으면서 우군을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는 걸로 보인다.

우선 CJ제일제당은 쿠팡에 대한 공개적인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쿠팡을 경계하는 유통업 내 채널들과의 접점을 강화해 가는 모양새다.

지난 8일 신세계그룹 생태계 개념인 '신세계 유니버스' 출범 계기에 이마트·SSG닷컴·G마켓과의 파트너십을 알린 것 등이 주요 대목이다.

아울러 네이버에서 연합 할인전을 전개하거나, 티몬과 함께 온·오프라인 푸드마켓 팝업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도 연대 행보 일환으로 거론된다.

반면 쿠팡은 중소·중견기업과의 동반 성장, 고객 만족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자료에서 공정 시장을 강조한 것 또한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경우, 소비자 가격이 낮아지는 고객 수혜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향의 논리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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