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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테스트만 1000여번…'진짜 고기같은' 식물성 캔햄 이렇게 만들었죠"

등록 2023.09.18 11: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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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캔햄 '마이플랜트' 개발 주역 박성용 동원F&B 식품과학연구원 파트장

동원F&B 박성용 식품과학연구원 부장. (사진=동원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원F&B 박성용 식품과학연구원 부장. (사진=동원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500번째 시도했을 때 아들에게 먹여봤는데, '아빠 더 노력해야겠어'라고 하더라고요."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동원F&B 사옥에서 만난 박성용 동원F&B 식품과학연구원(부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박 연구원은 지난 8월 공개된 식물성 캔햄 '마이플랜트'를 개발하기 위해 총 1000번이 넘는 배합 테스트를 거쳤다.

식물성 캔햄은 기존 '리챔'과 같은 사각형 캔햄의 일종이다. 하지만 식물성 대체식품으로 돈육과 계육 등 동물성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원료로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캔햄은 식물성 식품 중에서도 개발 난도가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다른 만두 등 냉동 제품들과 달리 캔햄은 고기 함량이 90%를 넘어 원제품과 유사한 식감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아들의 한마디가 테스트 500번을 더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제품들이 개발 과정에서 300번에 달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면, 마이플랜트는 세 배가 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박 연구원은 주요 소재를 선정하기 위해 수백 가지 원료들과 1년 6개월간 씨름했다.

그동안 배합 테스트 1000여번에 더해 현장 테스트 20여번을 거쳤다. 마이플랜트가 국내 식물성 캔햄 중 가장 기존 캔햄의 식감을 잘 구현했다고 평가받는 비결이다.

마이플랜트는 2021년 '캔햄도 식물성 대체육으로 개발해보자'는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했다. EGS(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시작했지만, 수출이 제한적인 육가공품과 달리 해외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식물성 식품은 기존 제품보다 가격대가 높고, 냉동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냉동 보관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마이플랜트는 캔 제품으로 상온 보관이 가능해 편의성이 높고 콜드체인(저온유통)을 갖추지 않은 국가에 수출할 수 있다.
동원F&B 박성용 식품과학연구원 부장. (사진=동원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원F&B 박성용 식품과학연구원 부장. (사진=동원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냉동 제품과 달리, 많은 양을 한번에 만들 수 있어 가격 경쟁력도 높다.

돈육과 계육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주로 구성한 동원F&B가 식물성 라인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힌다는 의미도 컸다. 돼지고기 소비가 불가능한 이슬람 국가로도 수출이 가능하다.

앞서 출시된 상품이 거의 없다 보니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야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식물성 캔햄 제품이 없었고, 명확한 기준도 마련돼있지 않았다.

박 연구원은 당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시작했지만 많은 테스트를 거치면서 어떤 조건에서 제품의 품질이 낮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이런 노하우를 제품 제조공정에 반영해 품질이 낮은 제품이 생산되지 않도록 설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마이플랜트는 121도에서 50분 동안 열처리하는 레토르트 멸균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을 거치고도 본연의 맛을 유지하는 재료를 찾아야 했다.

박 연구원은 "맛, 식감, 외관과 색상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며 "국내외에 다양한 향이 있는데, 받아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건 거의 다 했다"고 말했다.

또 "식감을 위해선 물 함량이 중요한데, 고기로 만든 캔햄은 수분 함량이 60~70% 정도"라며 "단백질과 검(물이 더해졌을 때 젤 형태가 되는 물질), 전분류, 식이섬유 등 여러 소재를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외관을 살리는 데에 사용하는 색소는 고온 열처리 과정에서 파괴되는 경우가 많다"며 "구해볼 수 있는 색소는 거의 다 구해서 시도해봤다"고 설명했다.
동원F&B, 식물성 캔햄 '마이플랜트 오리지널'.(사진=동원F&B 제공)

동원F&B, 식물성 캔햄 '마이플랜트 오리지널'.(사진=동원F&B 제공)

그는 "싱가포르와 국내 업체에서 식물성 캔햄을 먼저 출시하면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사라졌지만,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생긴 덕분에 방향성과 차별성을 생각할 수 있었다"며 "타사 제품들이 일반 캔햄과 칼로리 함량이 비슷하지만, 마이플랜트는 칼로리 함량을 낮게 만드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마이플랜트의 칼로리 함량은 기존 제품들보다 약 33% 낮다. 지방이 적으면 맛도 떨어지지 않나'라는 질문에 "고기의 구수한 풍미를 내는 포화 지방이 얼마나 들어갔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식물성 단백질인 마이플랜트엔 포화지방을 넣을 수 없고, 식물성 지방은 양이 적어진다고 해서 맛이 크게 바뀌지 않고 오히려 칼로리는 낮아진다"며 "콜레스테롤 제로인 것도 이런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지금도 일반 캔햄과 비슷한 맛을 구현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추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한 횟수보다 몇 배는 더 할 것 같다"면서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앞으로도 지속해서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최종 목표는 동원 캔햄 브랜드가 '최강 브랜드'가 되는 것"이라며 "마이플랜트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고, 마이플랜트가 식물성 캔햄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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